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호주 워홀]D+422,430~435, 별일 없이 산다 본문

14-15 호주 워킹홀리데이 /Second

[호주 워홀]D+422,430~435, 별일 없이 산다

Yildiz 2015. 11. 2. 15:56

 

 

 

 

 

 

  밤이 되면 현란한 간판이 거리를 비추는 한국과 달리

호주의 거리는 적막한 어둠이 사방에 내리곤 한다.

 

가로등보다 달빛이 더 훤할 때가 있다.

 

밤은, 밤이니까.

그렇게 어두운 밤과 함께

잠으로 침잠한다.

 

 

PHOTO BY HESHER @ 프리맨틀, 노스 몰, 10. 2015

 

 

 

 

 

(D+422, 2015년 10월 9일 일요일/ 거의 한달 전 일이지만+_  + 워낙 사진을 찍지 않았고 쓸 말도 별로 없어서 늦게 포스팅.)

#Perth Food & Wine Expo

 

 

집에서 딩가딩가 놀기를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스쿠폰Scoopon(쿠폰 앱 중 하나)으로 와인 엑스포 티켓을 사 놓았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3일간의 박람회라서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퍼스 컨벤션 센터에 가게 되었다. 요즘 일을 하지 않으니, 외출하는 일은 주로 장보러 가거나 요가 가는 것 밖에 없어서, 이런 나들이가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수중에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컨벤션 센터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호주에서 어딘가 다니려면,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 이동이 편한데, 문제는 주차요금이다. 공짜로 주차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주말엔 길가의 주차자리를 찾기 힘들 때가 있고, 큰 주차시설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비싼 주차요금을 내야한다. (예전에 Wilson이란 주차장을 이용했는데 1시간에 15불이나 냈다. 그 근처 다른 주차장은 1시간에 4불 정도 하는 곳이 있었다.)

 

컨벤션 센터의 주차장은 어떠려나, 싶었다. 남친은 그런 곳은 공짜일거라고 말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보니, 주말에는 16불이라고 한다. 16불. 음... 그러니까 내가 와인 엑스포 티켓을 스쿠폰으로 할인해서 샀는데, 티켓 한 장 가격과 주차비가 똑같다. 만만찮은 주차비다.

 

호주에 와서 여지껏 영화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와인 엑스포에 왔다. 남친과 나는 술을 잘 못 마셔서 맥주 한 병 작은 것을 사서 같이 나눠 마시곤 한다. 그것도 한 달에 몇 번,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우리가 멋모르고 와인 엑스포의 '와인' 이란 말에 혹~ 해서 왔다.

 

이런 곳에 우리 둘 다 처음 와본 것이라서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했다. 우선 어떤 먹을 거리와 볼 걸리가 있는지 한 바퀴 돌아보고, 사람들의 손과 목에 와인잔이 있거나 걸려있길래, 우리도 와인잔 2개를 샀다. 와인잔 하나만 사도 됐는데, 내가 아직 감기에 때문에 기침을 심하게 해서 부득이하게 한 개를 더 샀다. 이 지독한 감기를 남친에게 옮기고 싶진 않았다.

 

작은 잔이 하나에 5불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기에 그리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보통 마트에서 2불이면 살 수 있는거니, 굉장히 비싼 편에 속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와인 엑스포에 와 본적이 있어 보이는 어떤 할머니는 집에서 가져온 작은 와인 잔이 손에 들려 있었다.

 

 

 

 

Cook show가 있었다. 전기스토브로 요리하는 것을 보곤 남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색깔이 예쁜 와인들이 많아서 맛이 궁금했었지만, 손님 끌기에 전념인 직원들의 1대 1 대화 중에 끼여들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고가의 와인이 눈에 많이 띄엿다. 주류점에서 10불~20불 정도 하는 와인만 사본 적이 있는 우리에겐 그저 언감생심이었다.

 

감기에 걸렸어서 와인을 이것저것 마구 맛보기도 힘들어서, 주로 스웨디쉬 사이다나 스파클링 맥주 같은 것을 도전했다. 개중에 Sofi 라는 핑크빛의 맥주가 맛있어서 한 팩을 샀다.

 

내가 맛을 본 와인 중에 노란색 빛의 와인은 굉장히 달달하니 맛이 독특했다. 남친은 그런 단 맛을 위해서 무슨 첨가제를 넣었을거라고 말했다. 내가 술만 잘 마시면, 이런 와인은 꿀꿀한 기분을 달래주기에 적당할텐데. 알콜 도수가 높아서 내가 즐겨 마시기엔 무리다. 아쉽다.  

 

 

 

 

한 팩(4병)에 15불. 200ml라는 용량에 비하면 가격이 좀 있는 편. 무색소라고 한다. 색깔도 예쁘고, 여자가 마시기엔 매력적인 맛 ^^

 

   

 

 

홈페이지 방문은 Chrome으로. 익스플로어 방문시 플래쉬가 제대로 작동 안함.

 

 

 

 

증정품 쿨러백. 좀 큰 사이즈이길 기대했는데 작은 병 하나 들어갈 사이즈. 여행다닐때 유용할 것 같다.

 

 

 

 

 

술에 약한 두 사람이 와인 엑스포에 와서 와인을 이것저것 다 마셔보기엔 너무 무리였다. 게다가 크래커를 바질 페스토 소스에 찍어먹는 취향도 없으니, 다양한 소스의 색깔들을 눈 구경만 주로 했다. 만약에 이곳이 김치 박람회장이였다면, 모든 김치를 먹어보느라 내 속이 무지 매웠을 거란 상상을 해보았다.

 

그래도 아예 오지 않는 것보다는 직접 와서 '아, 여기가 이런 곳이군, 다음에 올 필요는 없겠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뭐, 감기 기운 때문에 잘 돌아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말이다.

 

박람회장을 다섯 바퀴 정도 돌았을 때는 집에 가는 것을 오히려 선호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고 북적이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남친과 나는 금세 진이 빠졌던 것이다.

 

 

하루에 박람회에 있는 와인을 다 못 마시면, 차라리 3일권을 끊어서 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특히나 술을 좋아하고 와인을 좋아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무료 시음을 할 수 있는 차례를 기다릴 줄 아는 진득함도 있다면 더더욱 알맞겠다.  

 

 

 

 

한 잔에 5불. 총 10불. 아담한 사이즈가 마음에 든다. 호주 떠나기 전에 전리품으로라도 갖고 갈까? 비싸게 주고 사긴 했다. ㅠ

 

 

 

 

 

#호주에서 목이 아플 땐,  Betadine 추천!

 

 

천식인것 마냥 기침을 해댔던 지난 몇 주간, 내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 목캔디. 울월스나 콜스, 약국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가끔 20% 세일할 때도 있어서 그때 많이 사 놓으면 좋다. 이걸 얼마나 많이 먹겠나 싶었는데 심할 때는 36개짜리를 3일 만에 다 먹은 적도 있다. ㅠ_ ㅠ...

 

 

 

 

 

 

가격면에서 16개짜리 든 것보다 36개가 훨씬 좋다. Betadine베타딘? 이나 Strepsils스트렙실스? 둘 중 하나라도 Value pack으로 사 놓는 것을 추천! 둘 중에 개인적으로 Betadine이 목이 쌔~한 느낌에 클리어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더 선호한다.

 

 

 

 

 

 

Strepsils는 그냥 캔디 하나 먹었다 싶은 기분이 든다.  둘 다 포함 성분은 비슷한데 =_  =;; 심리적인 효과를 덤으로 Betadine이 신뢰가 간다는...

 

이런 캔디류는 경미하게 아플 때 좋지만, 많이 아플 때는 호주 약국에 가서 알약 사먹는 것을 추천. 대략적으로 증상을 설명하면 직원이 알아서 약을 추천해주니, 마트에서 감기약을 사는 것보다 더 독한 약을 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별일 없이 산다, 별 일 없이 산다

 

 

제목 그대로 '일'이 없다. 그리고 감기 때문에 아팠던 것 빼고는 별다른 일이 없다. 호주에서 반갑게 만날 친구도 얼마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딩가딩가 하는 것으로 보낸다.

 

아플 땐 요가 갈 힘도 없고 기운도 없었는데, 이제는 회복됐는지 하루에 요가 수업을 2개나 들을 때도 있다. 몸을 마구 움직이고, 버텨야 하는 요가 동작들에 그만 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도 있지만, 참고 하다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요가 매트에 몸을 뉘어 쉬는 시간이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어디서 누가 날 찾는 것도 아니고, 내가 누구를 찾는 것도 아닌 지루한 시간을 호주에서 보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호주에 와서, 여기에서, 외국인 틈 속에서 요가를 배우다니.'

 

5년 전만 해도, 내가 지금 이곳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지금 내가 별 일 없이 지낸다 하더라도 여기서 이렇게 지낸다는 게, 이것 또한 경험이라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돈을 얼마 많이 못 벌었지만 (또는 안 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좋은 경험 이라고 말이다.

 

퍼스에서 요가를 배우는 장소로 첫 선택을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요가 강사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 나태하고 편견 어린 내 정신 상태에 스스로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만 판단하세요."

"요가를 하러 오는 것은 좋은 에너지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요가는 육체적인 운동일 뿐 아니라 정신적인 운동이에요. 매일매일을 도전하는 것이라고 여기세요."

 

한국에서 요가나 필라테스를 할 때는, 내 몸이 너무도 유연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남들은 다 유연한 것 같은데 왜 나는 잘 안될까- 이렇게 비교하면서 운동하느라 집중을 잘 못하던 때가 많았다. 하지만 호주에서 요가를 배우면서, 내 몸을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구나- 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한동안 감기를 앓고나서 몸을 움직였더니 그런 감사함이 더더욱 일 수밖에 없었다.

 

 

 

 

 

(2015년 10월 24일 일요일)

#이제는 호주를 떠날 날들을 셈해야할 시간. 

 

 

사람의 인생은 유한한데, 왜 이리 무한히 살 것처럼 하루를 사는지 모르겠다. 오늘과 내일 시작될 또 다른 오늘은 단어만 같지 대부분의 것들은 달라지는데 말이다. 호주에서 지낸 날들을 세우는 동시에 호주를 떠날 날들을 셈해야할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마저 다 읽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중고로 팔 수 있을 것이고, 한가하고 여유롭게 보내서 '의미'없다고 자괴감이 들 만큼 특징 없는 날들이 '공짜'와 '영원함' 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 테니까 말이다.

 

호주를 떠나는 날 D-day 16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