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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D+403~408, 잠시 멈춤은 다시 시작을 위해 본문

14-15 호주 워킹홀리데이 /Second

[호주 워홀]D+403~408, 잠시 멈춤은 다시 시작을 위해

Yildiz 2015. 10. 18. 00:46

    

 

 

 

딩가딩가 놀던 9월 후반의 이야기.

 

쓸 이야기가 코딱지만큼 밖에 없었어서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도 시큰둥, =,. =

포스팅이 늦음...

 

 

 

 

 

사진은 남친 담배와 라이타.

 

남친이 바다 가까이 갔다가

마침 큰 입거리로 다가온 파도에 

몸 한 바가지 적셔서

바지 주머니에 있던 담배도

홀딱 물 한 바가지 세례를 받았던.

 

파도가 남자친구를 덮칠 때, 

'나 어떡해' 라며

나를 돌아보던 풀 죽은 강아지 표정의 남친...

 

그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남은 건 전리품 사진 한 장.  

 

 

 

 

 

(2015년 9월 22일 화요일)

#키 복사비 좀 주세요! 부동산 방문한 날.

 

난 분명 매리 아주머니에게 3번이나 메일을 보냈다.

 

'아직 키 복사비를 받지 않았으니, 확인해주세요.' 라며.

 

하지만 아주머니가 메일을 확인했는지 안 했는지 알 길이 없다. gmail로 보냈기 때문에 따로 수신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놈의 부동산은.... 자신들에게 돈이 안 들어왔을 땐 우편도 즉각 보내는데, 고객이 전자 메일로 돈 청구하는건 관심조차 없는듯 하다.

 

1주일이 다 되도록 답변을 기다리기도 그렇고, 전화로 독촉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24불 받으려고 부동산을 몇 번이고 오는 거랑 기름값이나 똑같겠다."

"그래도 안 받는 것보다는 낫지."

 

남자친구도 툴툴 댔지만, 그도 잘 안다. 이렇게까지하지 않으면 부동산 사람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매리 아주머니와 눈이 딱 마주쳤다. 매리 아줌마가 '얘들이 왜 또 왔지?; 이런 표정으로 쳐다봤다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우선 자신이 하던 일을 마쳐야 했는지 잠시 의자에 앉아 있어달라고 했다.

 

잠시 후, 우리에게 온 매리 아줌마는 대뜸 본드비 얘기를 꺼낸다.

 

"본드비는 받았어요. 그런데 키 복사비를 아직 못 받아서요."

 

이 아줌마는 내가 보낸 메일조차 확인하지 않았구나.. 도대체 왜. =_  =!!! 짜증났지만, 따지는 것도 귀찮다...

 

2달 전에 부동산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가 손수 키 복사비 영수증과 돈이 상환될 남친 계좌번호까지 A4 한 장에 복사와 기록까지 했었다. 그것을 다시 보여주니, 알았다며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건너 들려오는 소리는 그녀가 어딘가 전화를 하는 거였다.

 

아마도 부동산 회사 지출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겠지.... 아주머니의 전화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키 복사비 영수증에 기록된 날짜를 보니 2015년 2월 17일이다. 7개월만에 돈을 받겠구나.. =_ =;;

 

전화가 생각보다 길었다. 이렇게 얼굴 도장까지 찍었으니, 정말 돈이 들어오겠구나 싶다.

이번이 이 부동산 방문의 마지막일거다.

 

 

 

(2015년 9월 23일 수요일)

#벌레 퇴치의 날, 빨래의 날.

 

오랜만에 세차를 하려고 했는데, 침대에 있는 벌레 없앤다고 하루 반나절이 갔다. 벌레를 직접 잡느라 시간을 보낸게 아니라, 집 마스터가 사다준 스프레이를 침대에 뿌리고, 이불이랑 침대커버, 베개커버, 그동안 잠옷이나 속옷으로 입었던 것들도 스프레이 뿌려서 햇빛에 말렸다가 1-2시간 뒤에 세탁기로 빨았다. 에헤라.

스프레이에 Dust mite 라고 적혀있는데, 진드기.. 퇴치용 같은데...  냄새가 독하지 않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침대에 있는 벌레가 다 죽을진 모르겠다., 베드버그 같은건 죽을지 어쩔지 모르겠다. 우선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숀 아저씨의 요가 수업  

 

오후 6시 15분에 있는 숀 아저씨의 인Yin 수업이 듣고 싶었는데 반나절 가사노동 하느라... - 나보다 세탁기가 100배는 더 많이 힘들었겠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7시 45분 빈야사Vinyasa 수업만 듣기로 했다. 오늘이 Introductry offer, 요가 학원 첫 등록 수강생들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 30일에 39불의 꿀이 끝났다. 일주일에 한번씩 쉰 것 빼고는 거의 매일 요가를 1시간 정도 한 것이다. 그래서 뭐가 급격하게 변했냐고 묻는다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조금씩 내 몸의 변화에 대해서 살피고,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가짐과 정신적인 여유가 생겨나는 게 느껴진다.

 

내일부터 계속 1달을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내용으로 결재를 할까 하다가, 그냥 한달만 하는 것은 170불인데, 한 주의 offer. 24.97불을 4주, 한 달치를 먼저 내는 가격이 108.xx 이다. 여기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자동결재를 3개월간 한다는 조건으로 수수료까지 개인이 지불하면 약 110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1달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것도 하루에 1번만 하는 게 아니라 Unlimited 무제한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3개월 후에는 그만 하고 싶을 때 학원에 메일을 보내거나 연락하면 정지를 할 수 있고, 중간에 부득이하게 요가를 하지 못할 경우 Suspension 이라하여 한달 정도의 기간을 한정된 횟수에 한해 잠시 일시정지 시킬 수도 있다. 너무 불합리한 조건도 아니고, 가격도 괜찮고 해서 남자친구와 함께 바로 작성해서 내일부터 할 수 있도록 했다.

 

빈야사Vinyasa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요가를 배웠던 기존의 경험만으로 시작했던 건데,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 중 새로운 세계인 것 같다. 필라테스 운동도 좋긴 하나, 계속 움직이는 동작이 많은 빈야사가 내게는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처음엔 기본동작도 잘 못하고, 어려운 동작들을 할 때는 중심을 못 잡아 비틀거렸는데, 이제는 제법 균형을 유지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

 

"Something makes happen!!"

 

숀 아저씨가 얼마간 어디 다녀오셨던건지 뭔지 모르겠으나, 2주전부터 아저씨의 수업이 많아졌다. 요가강사마다 자신의 가진 장점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1시간의 요가 수업이 각각 특별하게 느껴진다. 숀아저씨는 "Go for it!!" 이라며 수강생들을 격려하면서,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해보게 한다. 그러고보면, '나는 못한다. 나는 유연하지 않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요가를 해오지 않았나 싶다.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지.

 

"숨을 쉬면서 다리를 더 올려보세요." 라는 아저씨의 말에 뱃심을 꽉 주고 좀 더 해보려고 하니, 다리가 올라가긴 하더란 말이다. 숀 아저씨는 요가를 심각한 수련이 아닌, 즐거운 동작으로, 즐거운 도전으로 느끼게 해주는 강사다.

 

숀 아저씨의 요가수업과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책 [프레임]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매일 매일이 다르고, 매일의 나도 조금씩 다른데, 내 모습을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 무언가가 잘 안되니까 그럭저럭, 그냥저냥 사는 사람으로 인식해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는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에 가고 싶어하면서도 스페인어 공부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서, 내가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힐까봐, 부끄러워서 쭈뼛쭈뼛해하니 말이다.

내일은 스페인어도 한번 읽어보고, 영어도 공부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요가동작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야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유명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것 자체가. 그게 행운이고 행복이 아닌가.

 

 

 

(2015년 9월 24일 목요일)

#드디어 키 복사비가 들어오다!!

 

으흠. 드디어 돈이 들어왔다. Key cutting fee!!! 24불인데, 잘못 보낸듯 하다. 남친의 계좌엔 34.xx 달러가 들어와있다.

 

다시금 느끼는 거지만... 이 나라는 왜 계좌이체를 하는데 며칠이 걸리는지 도통 모르겠다. =_ =;;;;

 

 

 

(2015년 9월 27일 일요일)

#잠시 멈춤은 다시 시작을 위해 

 

몇 개월 전 메모장에 적은 내가 포기한 것들에 대해서 다시 읽어보고, 내가 10년 동안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메모를 떠올렸다.

 

<내가 포기하고 있는 것들?>

영어, 스페인어, 터키어, 이탈리아어, 글쓰기, 블로그, 집, 돈, 직업, 경력... 흠... 쓰다보니 인생 포기한 것처럼 느껴지네? 아니 됐다. 됐어. 그만해. 참 기타치기, 그림 그리기, 춤 요가..... 그럼 내가 뭘 하느냐? .... ㅠㅠ

 

내가 10년 동안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에는 글쓰기, 사진... 등등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별 생각이 없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배우고, 찾아다니고 하던 스무 살 나날을 넘어서 서른 살이 되니 체력이 딸리는 걸까. 호기심을 잃은 걸까...

 

내가 유난히 유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등학생 시절 체육시간에 스트레칭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은데... 그때 이후로 꾸준히 다리 찢기라든지 스트레칭을 했으면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한번 상상해보려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연해지고 싶은 마음 뿐이지, 실제로 꾸준히 운동을 해오지 않았었다. 그래도 이제라도 요가를 매일 하려고 하고 있으니... 이렇게 요가를 다시 시작한 것처럼 나머지 것들도 하루에 조금씩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하고자 했던 것들을 왜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나 생각해보니, 2011년 여행기를 쓰다가 멈춘게 떠올랐다. 그렇게 포기해놓고 보니, 2013년 인도여행기도 굳이 적지 않았고, 2014년 여행기는 쓰다 만 것들이 노트에 수북하다.

 

호주에서의 생활이 영~원한 것도 아닌데, 난 여전히 한국에서 지내던 습관처럼 미루기를 잘 한다. 이전에 내가 포기했던 것들을 다 만회하지는 못하더라도. 호주 워홀의 이야기는 호주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야지. 이제껏 포기와 후회를 안고 있었다고 해서 계속해서 멈춰 있을 수는 없으니까.

 

영원한 정지가 아니라면 포기란 잠시 멈춤으로 생각하자. 잠시 멈추는 건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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