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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마음으로 이해하기

아버지와 아들

Yildiz 2011. 5. 4. 09:40


인사동에서 갤러리 구경한 후, 집에 가는 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거리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왜 그리 정답던지.

아이는 꼭 영화에서 현실로 튀어 나온 듯한 귀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힐끔 바라보다가,
다가가서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며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신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난 내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웃던 아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먼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담고 싶은 순간을 찍은 다음 상대방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겠구나.

내가 '사진 찍기' 에 대한 동의를 구한 사이
아까 본 '아버지와 아들' 만의 세계가 깨져 버린 것이다.

가끔은 타인의 세계에 불쑥 끼어들기 보다는
우선은 사진을 찍은 뒤
초인종을 눌러도 될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이 만들어 내는 즐거운 순간을 담아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인도에서는 'Smile' 을 뭐라고 하나요?"

여전히 나를 낯설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라도 웃어보이게 하려고 아저씨께 물어보니,
인도에서는 smile 을 smile 이라고 한다는 대답.

아저씨께 사진 뽑아서 보내드릴거라며
주소를 적어달라고 부탁하고는
아이를 찍었다.




모델이 되어준 아버지와 아들께 무한 감사를.
어서 인화해서 보내드려야지.
그나저나 주소를 적은 종이..어디다 뒀더라?
아들 이름을 기억했었는데, 그새 까먹었다.

아, 이 금붕어 기억력. ㅠㅠ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라 2주나 지나서야 현상했다.
스캔된 사진을 보니 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귀여운 아이의 미소도 좋고,
처음 만난 사람이 부탁한 사진에 아저씨가 지어준 방긋 웃음도 좋다.

누군가 내게 사진 찍어주겠다고 할때
난 저 아저씨처럼 활짝 웃어 보일수 있을까...


-2011년 4월, 서울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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