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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소한 일상/수다쟁이 (95)
힘내자, 청춘!
1. 달리는 기차 안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향집에 가는 것 같기도 했고, 기분 좋은 흥분 상태로 기차 안에서 돌아다니다가 앞으로 나 있는 선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왠 걸. 몇 백미터 앞에 있는 기찻길은 마치 슈퍼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끊어진 길처럼 놓여있다. 아. 나 이제 죽었구나. .... 2. 그래도 기차는 갈 수 있어 '어서 기차에서 내려야햇! 떨어져 죽을거야!' 라는 다급한 상황에서 '그래도 기차는 달려.' 라는 침착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황당하군. 이 높은 곳에 기찻길이 끊겨있는데 어떻게 기차가 달리냐며 따지기도 전에 기차는 끊어진 길 바로 직전까지 왔다. 아앗. 이제 죽는구나. 3. 추락? 혹은 날개짓? 순간 공중에 붕 뜬 느낌과 함께 기차에서 빠져나온 나는 두..
1. 내 마음은 벼룩 공주에 갈까 말까 고민. 결국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으로 결단을 내렸지만. 하루에 마음이 흑과 백을 왔다 갔다한다. 설마 했거늘, 짧은 시간만 머무르고는 다시 누추한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이 벼룩 같은 마음. 2. 내 키가 작으니까 그러나 짧은 눈요기였지만 공주 시내까지 들어오면서 한눈에 들어온 강과 산능선은 요즘 답답했던 내 한숨을 털어놓기엔 무척 자비로워보였다. 아. 그렇게 시골틱한 '시(市)' 라며 투덜거렸던 때는 옛날. 도시에 비하면 난쟁이만한 낡은, 공주 시내의 건물들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내 키가 작으니까 하늘을 마음껏 보려면 낮은 건물이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 거라고. 3. 깊고 넓었음 좋겠다 차오르는 한숨을 한바가지 퍼 내어 내뱉어도 다시 밑바닥까지 차오로는 한숨...
나침반 프로그램에서 만난지 1년이 덜 된 사이이지만, 꾸준히 모임을 갖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가을에 있을 소풍이며, 내년에 또 가게 될 엠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고맙고 고맙다.
어느 순간, 몇 달 후의 내 모습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근래엔 크게 두려워한게 없었던 것 같은데, 까닥모를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면, 큰 결단을 내려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기분과 그게 무슨 결단일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런지 말 그대로 막연한 생각들만 나열해놓고 고민한다. 아직 정체도 모를 녀석 때문에. 난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되면 크게 후회할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삶에서 벗어나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이건 내가 만든 강박관념 중 하나일지도 모를거란 생각과 호락호락하지 않는 삶이 내가 모르는 손에 의해 내가 정말 살고 싶지 않는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드니 암담하다. 그래도 발버둥은 쳐봐야하지 않겠냐며, 꾸준함을 보이지 못하는 내..
대학교 1학년때만 해도 하루에 과자를 줄줄이 달고 살았던 것 같은데, 방학 기간 동안 요가를 한번 배워보니, 이거 왠걸. 과자에 대한 욕구가 똑. 하니 떨어져서 한동안 손이 잘 안 갔었다. 과자값도 값이거니와, 양도 예전 같지 않기도 하고. 나름 짠순이임을 공표하며 다니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도 과자 진열대는 그냥 지나치며, 소비를 억제하는 편인데. 그런데. 가끔은 미친듯이 과자를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가 엄청 쌓일 때는 정말 그렇게 초콜렛이 땡길 수가 없다. 그리고 가끔은 스트레스라는 이유 말고,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에, 자꾸자꾸 먹게 되는 중독현상도 보인다. 최근에 그랬다. 돈 아깝다며 커피 취급도 안 했던, 한번도 내 돈주고 안 사던 커피믹스 작은 상자를 사서는 하루에 물 마시듯 마셨으..
자기 것이 많아서만 이웃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 한 가지라도 이웃에게 착한 일을 한다면, 그날 하루는 헛되이 살지 않고 잘 산 날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목숨의 신비가 그만큼 닳아진다는 것입니다. 그 소모되는 생명의 신비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인생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인생은 자기 자신에서 끝이 납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인생은 이웃과 함께 영원히 삽니다. 에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착한 일은 서둘러 행하고 나쁜 일에 마음을 멀리하라. 착한 일을 하는 데 게으르면 그의 마음은 벌써 나쁜 일을 즐기고 있다. 누가 만일 착한 일을 했다면 항상 그 일을 되풀이하라. 그 일을 즐겁게 여기라. 착한 일을 쌓는 일은 즐거움이다. 선한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법정 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 를 구입하기 전에 사소한 갈등이 일었었다. 난 불교 신자가 아닌데, 내가 과연 읽을 법한가?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법문집을 읽으면서 스님의 육성이 실제로 들리는 것 마냥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듯 열심히 읽었다. 다음은 '일기일회' 중 한 부분이다. "스님, 무슨 재미로 그 산중에서 혼자 지내십니까?" 저는 그때마다 선뜻 답을 합니다. "시냇물 길어다가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삽니다." 엉뚱한 소리가 아닙니다. 내가 혼자 산중에 살면서 차를 마시는 일이 없다면 얼마나 빡빡하겠습니까? 한 잔의 차를 통해서 늘 삶에 대한 고마움, 이 세상에 대한 고마움, 출가 수행승이 된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중략) ... 깨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자다가 깨면 다시..
0. 이걸 써, 말어? 별 것 아닌 글을 써야지 싶으면서도, 빈 화면의 커서만 뚫어지게 쳐다보다 만다. 가만히 있으니 손이 시렵다. 1. 외풍이 분다, 그것도 좀... 예전에 함께 영어수업을 했던 원어민이 페이스북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녀가 사는 곳의 날씨를 물어봤다가, 한국은 지금 무지 춥다고 알려줬다. 영어로 외풍이 들어온다는 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나름 생각을 끄집어서 영작했지만, 그녀가 잘못 오해한 것 같기도 하다. (영어사전을 찾아보았다. A draft comes in through the crank(chink) 외풍이 틈새로 들어온다.) 전에 살던 곳보다 더 윗지방에 살아서 그런지 훨씬 추운 것도 있겠고, 조그만한 방이라 문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어찌 피할 도리가 없다. 문풍지..
홀로 지내는 크리스마스, 특히나 평소와 같은 날을 보내기 싫어 지인들이 있는 당진으로 내려가는 날(24일)이었다. 가기 전에 올해 싸이에 썼던 글을 한번 찾아보게 되었다. 아래의 글은 2010년 1월 1일에 쓴 일기. 이제는 새해 인사를 드려야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은 어느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어서 내가 받는 것, 그렇다면 새해 인사말을 이렇게 고쳐 해야겠네. 새해에는 복을 많이 지으십시오! - 법정의《새들이 떠나간 숲속은 적막하다》중에서 -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배달된 글귀. 저절로 복이 굴러오길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낸 복은 공복보다 충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겠지? 항상 사람들을 되돌아보고, 도와주는 그런 삶을 살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든다. 아자아자! 열심히 복을 지어보자! 2..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출근하여 내 책상 앞에 오니, 나보다 항상 일찍 오는 원어민 교사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준비해 놓은걸 발견했다. 우오!! 크리스마스 카드까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이렇게 남을 생각하고, 선물까지 챙겨주다니. 순간 그동안 내가 그녀보다 더 먹어온 밥그릇 수가 부끄러워졌다. 사실, 내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그저 1년 365일에서 평범한 하루와 같다. 달력에 얼마 없는 특별한 날짜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이가 지난 탓도 있고, 무슨 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얄팍한 상술에 좌지우지되는 의미없는 소비를 억제하려는 고집이 있어서다. (아, 종교를 맹신하지 않는 가치관때문에도) 하지만... 이렇게 원어민 교사의 선물을 받고 보니 내가 얼마나 인색한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