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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소한 일상/수다쟁이 (95)
힘내자, 청춘!
요즘, 스스로의 감정과 습관을 조용히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을 일부러 바꿔보기도 하고 일찍 일어나 글쓰기가 가능한지 시험 삼아 해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월요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주의 생활패턴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주말이 다가올수록 규칙적인 것들과 생활목표들이 흐지부지해지긴 하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고, 어렵다는 일을 조금씩 해나갈수록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보다 더 중요한 자존감을 쌓아간다는 기분이 든달까.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 힘들다고 인상쓰기 보다는, 좋은 하루를 보내야지- 한번 미소 짓는게 하루를 즐겁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일어나기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이번주를 왠지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창조력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내 안..
언제부터인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생각들을 백지에, 또는 흰 모니터 화면에 채우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쓴 글을 보면, 아- 내가 이렇게 글을 술술 썼었구나. 놀라면서 왜 지금은 이렇게 쓰지 못하는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어서 여행기를 완성해야지' 마음 먹은지도 1년이 지났지만, 거북이 걸음처럼 느린 진행도 발전이라쳐도 마음이 급해지는 건 사실이다. 시간이 더욱더 지나니 내가 정말 그때의 감흥을 잘 살려서 글을 쓸 수 있을지 자꾸 두렵고 의심이 든다고 할까. 왜 내가 글쓰기에. 특히 여행기를 쓰는데 집중하지 못할까 생각해보니 책읽는 것도 하나의 장애물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 좋은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에 생각들이 떠돌아다녀 여행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
오랜만에 본 손주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지, 외할머니가 이것저것 여쭤보시는데 나는 대답하건 말건 시큰둥. 빨리 다 읽어내리고 싶은 책만 바라본다. "할머니, 저 말 많이 하는 거 싫어요. 좀 쉬고 싶어요. " 이렇게 막 말해놓고도, 할머니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한다. 사실, 요즘 말하기가 귀찮을때가 있다. 그냥 있는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잠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더라도, 어느 순간은 말하는 게 조금 힘들어진다. 목에 무리가 간 걸 은근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일 때문에 말을 많이 해서 목이 힘들다 하니, 할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니는 목으로 일하는 갑다. 니네 할아버지랑 삼촌은 뼈로 일해와서 이젠 삭신이 다 쑤신단다." 아아- 뼈로 일하는 삶이라... 할머니의 비유가 너무도 그럴듯..
꼬마를 개미굴로 데려간 나쁜 놈과 통화하던 옆집 아저씨가 한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어찌 따져보면, 그가 영화에서 가장 길게 한 대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면서. "네 놈들은 내일을 살지. 나는 오늘만 산다. 내일을 사는 놈들은 오늘을 사는 놈한테 뒈진다." (이런 대사였던 듯.) 아저씨가 왜 '오늘을 사는 자' 인지는 이해가 갔지만, 왜 저 악역들은 '내일을 사는 자' 일까 잠시 생각해야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떤 여행작가의 책에서 '오늘을 사는 사람', '내일을 사는 사람' 에 대해 언급한 글을 읽은 것도 기억이 난다. 여기서 정의하는 '내일을 사는 사람' 이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행복하길 기대하며 사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지금 열심히 돈 벌어서 내 집 마련해야지, 노후 대..
가슴은 조금 따스해졌으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바늘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끼다. 약간의 우울함을 느껴서 잠을 청했다. 새벽에 몇 번 깼었는데, 일어나서 책이라도 읽을 걸 그랬다. 허기가 진다. 아침밥을 먹었는데도 뭔가 또 먹고 싶고, 사람들 곁에 있으면서도 이름 모를 누군가가 그립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심난허다, 허기진 마음에.
역시나 고달픈 월요일 하루. 눈뜨자마자 출근 준비, 갑작스레 폭식증이라도 걸렸는지, 퇴근 무렵에는 정말 돌이라도 씹어먹을 태세로 굶주려있었던 오후. 반나절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책을 읽는 여유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기 일쑤. 치과 가는 길 환승한 버스에 올라타서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하다 문득 노희경 에세이가 생각났다. 책에서 작가의 어렸을때 이야기이며, 중년배우들의 작가를 향한 애정어린 조언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혼자서는 결코 쓸 수 없는 게 책일 것 같다.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도 함께 할 때,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그 사람의 글은 깊어질 것이다. 먼훗날까지 내가 글을 쓴다면, 글 안에는 내가 아닌 이외의 것들이 함께 어울려 있을 것이다. 어느 유명한 철학자..
1. 햇살이 반짝반짝. 흔하지 않는 모처럼 일주일 휴식의 종지부를 찍는 날. 뭐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내일부터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젠 정말 가을이다 싶게 하늘도 드높고 바람도 제법 쌀쌀해졌다. 여름 한나절 방안에 뒹굴때는 몰랐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이 드는 내 방이 좋았다. 늘 정리는 뒷전이라 어수선하지만, 그런 어수선함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사진을 찍었으면 했으나, 각이 안 나와서 패쓰. 차분히 앉은 자세로 빛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평온해서 그런가. 따스한 빛을 마주볼 수 있어, 오늘은 정말 행복했다. 별 것 아닌 것에. 2. 나, 제대로 살고 있나? 나름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 싶으면서도 난 늘 의심과 보물찾기를 반복한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수단에 매몰되는 일상을 살다보..
#1.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흔히들 말하지만, 난 요즘 '멍' 때리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늘 항상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탈 땐 책을 펴들곤 했는데, 지금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기 일쑤. 어쩔때는 '버스' 에서 내려야한다는 사실조차 까먹기도 한다. 집에서도 멍~ 하니 앉아있곤 한다. 이거,,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있단 증거일까. #2. 오전에 있는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한 채 목적지로 향하는 걸음. 지하철 서울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는데, '어라.;' 여기 교통카드 대는 기계 없나? 버스를 환승하니까 꼭 카드를 찍고 나가야 한다. 이상하다, 예전에 여기에 기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나오는 쪽으로 한번 가보지만, 이것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 있는 기계에 찍자니, 밖으로 나오기 ..
지금으로부터 2주 전, 오랜만에 찜통 같은 방에서 탈출하여 공주에 가기로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오랜만에 친구들도 보고, 주중에만 문을 여는 맛집에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버스를 타야하는데, 이거 왠걸. 새벽에 자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알람소리에 설핏 잠이 깼으나 몸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이걸 가, 말어 안 간다고 친구에게 문자 보낼까?' 오늘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터인데, 그냥 평소처럼 집에서 뒹굴거리기만을 원하는 이 게으름... 생각해보면, 가기 귀찮아졌다고 친구에게 문자보내는 건 참.. 그렇타. 부산떨며 씻기는 귀찮지만 원클릭으로 해결되는 노트북을 주섬주섬 만진다. 인터넷에 들어가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서울에 가서 공주로 가는게 빠를 것 ..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느적느적 움직이다보니 어디 편안히 앉아 근사하게 배를 채울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뭘 간단히 먹을까 하다가 토스트 파는 가게가 있어 여기다 싶었다. "그냥 토스트 하나 주세요." 내 옆에 있던 아가씨도 같은 걸 주문한다. "네~ " 주인아주머니는 가게에 있는 아주머니와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절제된 동작을 단계별로 척척 진행하며 토스트를 완성해 종이컵에 턱 하니 넣어주신다. 퇴근 시간대라 사람들이 오고가며 가게에 들러서 행복하신 건지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해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왼쪽에 시원한 물도 있으니 드세요." 친절하게 말씀도 해주시고 연신 웃으신다. 누군가 일을 하며 행복해하고 있으니 나도 즐거워야하는데 입을 꼭 다물고 무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