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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재미로 사나요?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사나요?

Yildiz 2011. 1. 12. 01:39

법정 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 를 구입하기 전에 사소한 갈등이 일었었다.
난 불교 신자가 아닌데, 내가 과연 읽을 법한가?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법문집을 읽으면서
스님의 육성이 실제로 들리는 것 마냥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듯 열심히 읽었다.

다음은 '일기일회' 중 한 부분이다.



"스님, 무슨 재미로 그 산중에서 혼자 지내십니까?"
저는 그때마다 선뜻 답을 합니다.

"시냇물 길어다가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삽니다."

엉뚱한 소리가 아닙니다. 내가 혼자 산중에 살면서 차를 마시는 일이 없다면 얼마나 빡빡하겠습니까?
한 잔의 차를 통해서 늘 삶에 대한 고마움, 이 세상에 대한 고마움, 출가 수행승이 된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중략)

... 깨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자다가 깨면 다시 잠들려고 하지 마십시오.
깨어 있는 그 상태를 즐겨야 합니다.
한밤중의 그 고요와 적막을, 맑고 투명한 그 의식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 인생이 그만큼 알찬 삶을 누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 재미를 찾으십시오. 그러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 됩니다.

-p.349- 350 , 일기일회, 법정스님


이 글을 읽고
'나는 무슨 재미로 사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음은 순위 상관없이,
떠오르는 대로 적은 것들이다.  


1. 맛있는 커피 마시는 재미 (하지만 요즘 재정상 이유로 자제중-)
2. 상큼한 음악을 듣는 재미
3. 깨달음을 주는 책을 읽는 재미
4. 사진 찍는 재미 혹 사진 보는 재미
5.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 CSI 보는 재미
6.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을 보는 재미
7. 아이들과 마주보며 웃는 재미
8. 맑은 하늘 아래 숨을 들이마시는 재미
9. 시원한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것을 듣는 재미
10. 맛있는 음식 만드는 재미
11. 새로운 언어를 알아가는 재미
12. 낯선 언어로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재미
13. 낯선 길을 두리번 거리며 걷는 재미
14. 게으름을 이겨내는 재미
15. 홀로 조용히 깨어있는 재미
16. 일몰과 일출을 바라보는 재미
17. 길을 가다 작은 풀꽃을 바라보는 재미
18. 길에서 커피향을 맡는 재미
19. 통장에 월급 들어오는 재미(진정 중요하다! ㅎㅎ)
20. 스쿠버 다이빙할 때 순간순간 숨쉬고 있음을 깨닫는 재미
21.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
22. 피아노 치는 재미
23.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재미

('사는 재미' 리스트는 앞으로도 꾸준히 추가할 예정. ^. ~)


오늘은 23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재미를 누렸다.

새해에는 작년과 다른 뭔가를 해보고 싶어,
지역문화회관에서 하는 댄스 스포츠 강좌를 큰 맘 먹고 신청했었다.
오늘은 수업 첫 날이었다.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준비물인 댄스화를 사려니, 강좌 수강료보다 더 비싸길래
이걸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안 맞으면 환불 받을 생각까지 하며 수업 장소에 갔다.

소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 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 있었다.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았지만, 아저씨도 몇 분 눈에 띄었다.

평소에 잘 안 쓰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자이브 기본 스텝이 중간중간 꼬여서 헤매기도 했다.

잘 안되면 환불 받지뭐~ 쉽게 생각했었는데,
강사님 왈,

"수강료가 싸고,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안 해서 쉽게 포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나중에 보면 반 이상은 떨어져 나가더라구요.
그러면 못 배웁니다."

이크,
처음부터 낙오자가 될 것이냐,
이왕 한 거 꾸준히 해볼 것이냐.

나름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한 거,
올 한 해 동안 해볼까.
눈물을 머금고 댄스화 하나 장만해야겠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새로운 환경과 기운 속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니
어색해서 쭈뼛쭈뼛 거렸지만,
무엇이든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새로운' 것이라도 우습게 보지 말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하루의 다짐도 해본다.

혼자서는 잘 안 쓰는 몸을
신나는 음악에 맞춰 움직이니
산만하던 머릿속이 조금 청소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스 푸는 데 좋은 것 같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자주 엉키게 될 내 스텝들이 부끄럽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 수업을 꽤 즐기게 될 것 같다.

사설이 길어졌지만,
내가 묻고 싶은 건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사는 사람이냐는 거다.

소소한 재미,
사소한 즐거움으로
오늘 하루 고단했던 삶에게 선물을 주자.

행복은 저 언덕 너머에 있는게 아닌,
바로 자신에게 달린 일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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