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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수다쟁이

나보다는 좀 더 남을 위해 사는 삶

Yildiz 2010. 12. 28. 00:09

홀로 지내는 크리스마스,
특히나 평소와 같은 날을 보내기 싫어
지인들이 있는 당진으로 내려가는 날(24일)이었다. 

가기 전에 올해 싸이에 썼던 글을 한번 찾아보게 되었다.
아래의 글은 2010년 1월 1일에 쓴 일기.

이제는
새해 인사를 드려야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은 어느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어서 내가 받는 것, 그렇다면
새해 인사말을 이렇게 고쳐 해야겠네.
새해에는 복을 많이 지으십시오!


- 법정의《새들이 떠나간 숲속은 적막하다》중에서 -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배달된 글귀.

저절로 복이 굴러오길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낸 복은
공복보다 충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겠지? 

항상 사람들을 되돌아보고,
도와주는
그런 삶을 살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든다.

아자아자!
심히 복을 지어보자!


 


2010년 12월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지점에서
한 해 동안 내가 지나온 발걸음을 대충 눈대중으로 보아도,
남에게 그렇다할 잘한 점도, 도와준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1월 1일에 저렇게 거창한 마음씨를 갖고 글을 쓰면 뭐하나.
행한 게 별로 없는데.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모처럼 좋은 일 하자며, 올해 두번째로 하게 된 '몰래 산타'.
내가 속한 조에서 담당하는 집은 총 세 가구.

처음 보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좀 어려운 일이지만,
추운 날씨 탓에 케잌의 초에 제대로 불도 못 붙이고, 화려한 불빛을 낼 스파클도 불발.
계획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지 않는데다가
교회간 아이들 집에는 선물만 그냥 놓고 오니
조금은 허탈했다.

몰래 산타 작전,
마지막 집을 방문했을 때다.

'누구야~ 놀자.'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간 집.

동생은 낯선 이들의 방문에 놀라기도 하고, 많이 부끄러워했다.
반면, 형은 덤덤한 목소리로,
"산타가 어딨어요."

산타가 나타났어도,
"산타 분장했구나.
머리 다 보이거든요."
볼멘소리만 하고...

지금까지 내가 봐온 아이들 중,
산타의 방문에 이렇게 '시크' 한 아이는 처음.

하지만, 말로 차갑게 툭툭 내뱉는 아이의 모습에서
난 그동안 아이를 대해온 어른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어쩌면 선생님에게 자주 꾸중과 핀잔을 들었거나,
자신을 상대방에게 앞서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버릇들었거나.

오늘 하루의 방문만으로
아이의 차가운 가슴을 녹일 수는 없을 텐데.

단순한 이벤트성으로 선물만 전해주고,
덕담만 해주고 온게 왠지 아쉽다.

스스로의 준비 부족일 수도 있고,
마음가짐의 잘못 일 수도 있다.
아이의 입장을 헤아렸어야 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그게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그리 깊게 염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 좋은 일 한다고 해서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뭔가를 찾아서 꾸준히 해야
허한 마음이 채워질 것 같다.


"...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웃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은혜를 입고 있습니까?
그런 이치를 깨닫고 적어도 자기가 건강할 때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자신이 진 빚을 갚는 시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p.322 일기일회(一期一會), 법정스님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며 마주한 구절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2011년은 2010년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며 다짐해본다.

나보다 좀 더 남을 위해 사는 삶.
내가 덕 좀 보자며 남을 돕고 살피는 삶이 아니라

남에게서 받은 덕을 갚아나가는 삶을 꾸려 나가야겠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못하더라도
아니면 이주일에 하루 이틀,
정 어렵더라도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해야지.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다면,
'산타 따윈 믿지 않아.'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뿐 아니라
상처입은 흔적도
따스히 감싸 안아줄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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