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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오징어집보다 오뎅볶음이 훨씬 낫다

Yildiz 2011. 2. 13. 17:39

대학교 1학년때만 해도 하루에 과자를 줄줄이 달고 살았던 것 같은데,
방학 기간 동안 요가를 한번 배워보니, 이거 왠걸.
과자에 대한 욕구가 똑. 하니 떨어져서 한동안 손이 잘 안 갔었다.

과자값도 값이거니와,
양도 예전 같지 않기도 하고.

나름 짠순이임을 공표하며 다니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도 과자 진열대는 그냥 지나치며, 소비를 억제하는 편인데.

그런데.

가끔은 미친듯이 과자를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가 엄청 쌓일 때는 정말
그렇게 초콜렛이 땡길 수가 없다.

그리고 가끔은 스트레스라는 이유 말고,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에, 자꾸자꾸 먹게 되는 중독현상도 보인다.

최근에 그랬다. 돈 아깝다며 커피 취급도 안 했던,
한번도 내 돈주고 안 사던
커피믹스 작은 상자를 사서는
하루에 물 마시듯 마셨으니.

라면도 그렇다.
옛날에는 내가 끓인 라면이 너무 맛이 없어서 컵라면 아니면 안 먹었는데.
요즘은 내가 끓이는 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자꾸자꾸 먹고 싶어진다.

이런 중독증상이 보일 때는
내 위가 한없는 소화 능력이 있다는 전제로 먹게 된다.
무조건 채워넣고 보는 것.


며칠 전 퇴근 후에 마트에 들려서 간식거리라며
오징어집(20여년 가까이 오징어칩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과 몽쉘 한 상자를 샀다.

오징어집은 사자마자 운명을 다 하셨고,
몽쉘 12개입짜리는 3일만에 운명하셨다.

분명, 과자 살 돈으로 과일 사 먹자. 결심하고도 과자에 손이 가는 건
과일 값이 비싸서기도 하고.
단 것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는 중인 거다.

집에 와서 오징어집을 다 먹고 나니.
생각하며 먹던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는 물음에 머리가 띵~ 해졌다.

"이걸 먹고 나니 무엇이 남는데?"

700원(마트 560원)짜리가 내게 무엇을 주는가?
텅 빈 과자봉지를 보며 생각했다.

배가 고파서 먹은 아닌데 
그저 길들여진 입맛을 충족시키려고
5분도 안 되서 다 먹고 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과거에 비해 풍족한 먹거리를 가진 - 아닌 나라도 있지만.. -
시대를 산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왜 먹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필요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들의 유혹과
너무 많은 것들을 먹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도 비대해지고 있다.

살기 위해 먹는 건지
먹기 위해 사는 건지.

분명 먹는 것이 일종의 욕망을 채워주는 유희가 되어줄 수 있지만,
그것을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하겠지.

무언가 소비를 해서 그것으로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지만,
정작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징어집을 산 것은
결국 돈으로 즐거움을 사려고 했음과 같다.

꼭 돈으로 즐거움을 사야하나.

이런 생각까지.


어제는 퇴근 후 눈 딱 감고,
5일동안 미뤄왔던 오뎅볶음을 했다.
한 5년만에 해보는 반찬이다.

귀찮다고 생각했던 요리는 사실 고작 15분도 채 안되어서 끝났고,
못 먹을까봐 걱정했지만 버릴 만큼은 아니니 먹을 만했다.

미룬 일을 해치웠다는 것에 대한 소소한 기쁨과
짭짤한 오뎅볶음 맛이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스스로 동기부여도 되고.
일석 삼조.

오징어집보다
오뎅볶음이 훨씬 낫다.

과자는 줄이고
대신 요리 솜씨 좀 늘려야겠다. ㅎㅎ


(2월 11일에 쓰고 13일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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