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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과 즉흥적 걸음과 감동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기침과 즉흥적 걸음과 감동

Yildiz 2011. 4. 24. 22:27

1. 지독한 기침

어쩌면 내가 예민해서
어지럽게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비염이 심한건지
인후염이 심한건지

오늘 하루
기침을 셀 수 없을 만큼
미친듯이 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도.

아.
약발 안 든다고
의사 탓하지 말고,

이 지경까지 온 건 내 탓이다. - _-


2. 즉흥적으로

웨인 다이어의 저서 '행복한 이기주의자' 를 읽고는
그의 팬이 되어버린 나.
아직 열렬한 팬은 아니고,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읽어볼 생각이다.

관습적으로 살아가는 게 아닌
즉흥적으로 선택해서
변화하라는 구절을 읽고는

오늘 하루, 즉흥적으로 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공주에서 시내버스를 40분 기다린 탓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7시 59분.

8시 버스 - 서울, 인천 가는 버스가 모두 있다.
그런데 인천 가는 표를 사기에는
매표소에 두 사람이 있고
서울 창구엔 아무도 없어서
결국 서울 가는 버스표를 샀다.


서울까지 왔으니, 그냥 집에 가기 좀 그래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인사동에 가서 갤러리 구경 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람들에 치이는 것 때문에
복잡한 곳을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서울 가까이에서 사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던가.

그러니, 투정과 불만은 고이 접어서 안드로메다에 날려보내고
난 이 순간들을 즐겨야만 한다.
'즉흥적' 으로,
마음 가는 대로 걸어댕기자.


3. 감동

하지만 내겐 은근 비열한 부분이 있어서,
처음에 딱 한 곳만 가자고
스스로를 회유 했다.

결국엔 5군데는 가줘야 한다며 설득 당했지만.


어찌어찌 인사동에 흘러 들어가
걷고, 구경하다가
어느 갤러리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첫 느낌에 왠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이었다.

건물의 3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알았다.
'작가' 라는 칭호 앞에 장애... 라는 말이 붙어 있음을.

갤러리로 들어갔을 땐
그 작가가 있었다.


난 그림을 잘 볼줄 아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보면서
왠지 모를 포근함과 애정이 느껴졌다.

동생에 대한 애정,
화방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
자신의 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작가는 작품 감상을 마치고
그냥 나가려는 내게
방명록에 이름 쓰고 가라며 불러 세웠다.


방명록에도 썼지만,
그에게 자화상 그림들이 인상 깊다며 말하니
활짝 웃는다.

방명록에도 썼지만,
난 그의 다음 전시가 무척 기대된다.

그림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그의 미소에
감동 받고 왔다.

시간도 많은데
이것저것 궁금한 거 물어보면 좋았을 텐데
서둘러 나온게 아쉽다.


4. 지금 이대로 좋지 아니한가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전시장에서 집어온 명함을 살펴보니
작가의 글이 있다.

"먹어야 사는 인생
먹을 것, 못 먹을 것 가려먹으면
좋으련만 식성대로 되지 않고
주어진 대로 먹을지라도
지금 이대로 좋지 아니한가?"
- 김재호의 글 중에서 -


(김재호 개인전 http://jhgallery.net/150106919324  직접 가서 보는걸 추천하지만,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전시는 26일 화요일까지.
잠실운동장 근처에 있는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4월 27일~ 5월 2일까지 전시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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