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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여행과 사진에 미치다

Yildiz 2010. 12. 30. 20:32
미침:여행과사진에미치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테마에세이 > 포토에세이
지은이 신미식 (푸른솔,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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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에 미치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그래, 얼마나 미쳤길래..
여행과 사진에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가졌길래?' 궁금증이 일었다.

그 열정을 훔쳐보고 싶었다.

작가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던지는 시선들을 사진을 통해
작가의 무한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아이의 투명한 눈망울에 비치는 작가를 볼 수 있었고,
아이의 앙증맞은 미소가 담긴 사진을 보며 
자연스레 내 입가에도 미소가 얹어졌다.

아,
사진으로 보는 나도 이런데,
이 작가, 
미친듯이 행복했었겠구나.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착한 우유니 사막.
그곳에서 만나는 광경에 거듭 감동을 느꼈다는 작가.
그 설레임의 순간을 표현한 글은
훗날 내가 기약하고 싶은 장면을 닮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과는 다른 감성을 갖고 있는 작가의 시선은 새로웠다.
다음은 캄보디아 여행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이다.


(본문내용 중에서)

... 비록 잠깐 스치는 인연이라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나눈 짧은 눈인사는 나에겐 오래 남는다.
만남에 있어서 시간이 짧고 길고는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다가갔느냐는 것이 아닐까?
'씨엔립' 에 도착하기 전 난 이미 캄보디아를 가슴에 담았다.
이 길에서의 느낌을 잊지 못해 여행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가 하루 만에 다시 이곳을 찾을 정도로
난 이 길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분명 앙코르왓이 대단하고 '톤래샵' 호수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도 기억에 남지만,
나에게 캄보디아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것은 여전히 황량한 이 길이다.
결국 여행자는 자기의 방식대로 자기만의 사랑하는 대상을 발견하고 품는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그 황톳길, 황량한 길이 작가의 마음에 와닿았다니!

캄보디아 국경에서 씨엔립 가는 길이 무척이나 마음에 끌렸다는 이 글을 읽고
자연스레 캄보디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을 떠올렸다.

국경에서 어렵게 흥정한 끝에 겨우 버스를 타고 지나던 비포장도로.
흔들리는 차와 창문 틈사이로 헤집고 들어오는 갈색 먼지.
이대로 끝모르게 가는 길 위에서 나는 무척 지쳤던 것 같은데.

역시 사람마다 각양각색!
하지만, 낯섦에 툴툴거리기만 하고,
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지 못했던 나의 어리숙한 면모도 없지 않았던 캄보디아 여행.
다음번에는 내 자신을 낮추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행자.
여행자로서
나의 방식은 무엇이었으며, 나의 시선이 가는 곳은 어디였나.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무엇이었나.

오랜만에 폴더에 묵혀두었던
여행 사진을 조심스레 살펴본다.
시간을 두고 다시 보는 사진은
조금씩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여행하는 일정에서
마주하게 된 어떤 호수를 보며
작가 자신도 모르게 수첩에 메모했다는 한 문장.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

나도
언젠가 저런 멋진 문장을 속으로 곱씹어볼 날이 올까.

그래, 오겠지.
믿는다.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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