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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25살,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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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25살,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이.

Yildiz 2010. 9. 20. 11:36
모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양귀자 (살림,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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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의 온갖 괴로움들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난생 처음 책을 읽으면서
외워본 구절.

소설가 양귀자의 작품 '모순' 에 나온 구절이다.

중학교.. 2학년때인지 3학년때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시내의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 가판대 맨 위쪽자리에 놓여있던 책, 모순.
하얀색 겉표지를 뽐내며 놓여있던 걸 올려다 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베스트셀러 하나 쯤은 읽어봐야되지 않겠냐 싶어
우쭐거리고 싶어 읽게 된 책, 모순.

열심히 읽고, 친구에게도 추천해주고,
나름 작가의 팬이 되었다.
중학생이 인생에 대해서 뭘 알았겠냐만은
인생에 대해 뭔가 알았다는 듯이
아는 척 하고 싶었다.

열심히는 읽었었지만,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한번 읽어보았었다.

아래의 글은 3년전에 쓴 글.

22살에 다시 한번 읽다.
겨우 6년 차이인데
중학생때의 '나' 는 아득한 그 무엇으로만 느껴졌었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부유함과 빈곤..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상반된 삶,
한 자매를 어머니로 둔 안진진의 서술
늘 자유를 갈구하며 구속에서 도망치는 안진진의 아버지와
나름 자기 삶을 구축해나가는 동생 진모

그리고 사랑하는 김장우와 유사 사랑의 대상인 나영규
둘 중에서 결혼 상대로 누굴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안진진.

행복만 있고 불행이 끼여들 틈이 없던 삶을 살다간,
안진진 어머니의 자매, 이모.

작가 양귀자는 자신의 소설이 독자에 의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내가 내린 전체적 결론은 이렇다.

소설에서 삶은 행복만 있는게 아니라
더불어 불행도 행복만큼의 부피를 갖아야 비로소 삶의 부피가 그만큼 커진다고 한다.
한 인간의 생에 행복만 존재할 수 없는 법.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한다면
절대적인 부유함과 행복은 존재하지 않을 거란걸 깨달을 것이다.

내 삶이 어떤 상태에 있든 간에
나는 내 삶 속에서 웃음을 찾을 것이고 희망을 찾을 것이다
이게 모순투성이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는
나의 방식으로 확실히 다져놓겠다는 다짐으로
엉성한 결론을 내렸다.

주인공 안진진은,
25살에 '자신의 온 생애를 걸어 살아가야겠다' 하고 다짐했다.
그 방법이란, 결혼을 하는 것.

문득 『달콤한 나의 도시』가 떠올랐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30대에 가까운데
주인공이 25살에 대한 어렴풋한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돈을 받는 회사에 다녀보니 돈을 내고 다녔던 학교가
얼마나 편안한 곳이었는지 깨달았다는 고전적인 체험고백은
그만 두기로 하자.
분명한 건, 스물다섯은 결코 만만한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순의 주인공 고민과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 고민은
결혼.

25살부터의 한국 여성의 삶은
결혼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가
결혼으로 결부되어야 하는게 여성의 삶인가
결혼만이 방법인가
결혼이 인생에 꼭 있어야 하는 건가

잠깐 상대하기 복잡한 관념에 불만을 내비쳐본다. 

25살,
나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여기서 25살에 한번더 이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 도 함께.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주인공의 고민이 결혼이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모순' 의 주인공과 비슷하게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연애 상황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확연히 차이가 나는 건,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작품에서 나는 분위기. 조금 가볍거나, 조금 더 무겁거나.

비오는 일요일 저녁, 영화 한 편을 보고 싱숭생숭해하는 마음 틈사이로
갑자기 이 책이 생각이 났다.

25살이 되면 다시 한번 읽어보겠다는 책.
기억을 따져보니 아직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다시 읽고 어딘가에 글을 써놨다는 기분이 들어
노트를 들춰보았다. 

이미 마음 속으로 쓰고 싶은 글을 떠올렸던 기억 때문일까.
아직 읽지 않았고, 아직 쓰지 않는 글은 오로지 내 머릿속에 망상처럼 퍼져있었다.

심난하게 비오는 밤.
갑자기 글 몇 마디는 써야겠다 싶어서 두들기는 키보드.

90년대말,
서른이 되기도 전에 결혼으로 인생을 전환하려는 풍습은
어느덧 옛말이 되었다.

2010년, 25살.
결혼은 무슨.
내 목숨 하나 건지기도 바빠 전전긍긍하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현재로선 끔찍한 이야기다.


그렇게 궁금했고,
안갯속 새벽행 같이 느껴졌던 나의 25살은
성큼 다가와
현재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행여 꿈 속에서
중학생인 나를 만난다면
훈계 어린 투로 몇 마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나름 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움을 얻고 있고,
지금까지 많은 경험들을 해왔다고.

그래서,
인생에 대해서는
그 때보다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고.


그러나.

10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서투르고 방황하는 무언가가 있다.
... 사랑에 있어서
나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모순'과 '달콤한 나의 도시' 소설의 주인공들이 고백하는 25살.

어느덧 25살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나도,
그녀들처럼 뭔가 할 말이 있어 다행이다.

사회에 나와 늘어가는 건 주름살이요, 한숨.
줄어가는 건 아쉬운 지방들, 줄줄이 새어나가는 돈.
조금은 알 것 같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생을 살아가며,
25살,
여전히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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