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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방랑기

방콕행 야간기차를 타다

Yildiz 2010. 9. 5. 19:53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방콕가는 여행자 버스 티켓을 사지 않고,
가까운 태국 국경인 농카이까지 라오스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를 이용해 방콕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인의 경험에 따르면
이 방법이 여행자 버스를 타는 것보다 훨씬 싸다고 조언해주었기 때문이다.

비엔티엔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에서
어쩌다 알게된 모 브랜드 한국 화장품 가게를 하고 계시는 분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시간을 보내고,
버스 출발시각 10분전에 터미널에 갔더니 
이미 버스가 떠났다는 걸 알고는 참 허탈했다.

다행히 농카이까지 가려는 일행들이 많아 흥정하여 밴을 타고 국경까지 도착.

그날따라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많아 2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기다리던 중 미국인 여행자를 알게 되어 함께 똑똑을 타고 역까지 갔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미국인 차례까지만 슬리핑 칸 좌석이 꽉 찼다.
나는 일반석으로 구입했다.

원래 기차 이용 목적이 방콕까지 싸게 가려고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침대칸은 생각지도 않았으나
미국인 여행자는 내심 아쉬워했다는.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계획했던 대로 일이 척척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데,
버스를 놓쳤어도, 다른 해결 방법들이 있고
그 과정에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다.

별 기대없이 여행하는 것,
나름 할만 하다 싶다.

열차칸에 올라 태국의 기차를 호기심있게 바라보며
우리나라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떠올린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한 나라인지 새삼 느낀다.

어두컴컴한 철도를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옛날 비둘기호 마냥 윗쪽 창문을 반쪽 내린채
무엇이 들어오는지도 모른채 맞는 새벽 바람과
정신 사납게 돌아가는 팬 소리와
불편한 좌석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형광등.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여봐도
빛을 피할 순 없었고,
파란색 시트의 좌석은 작을 뿐이였다.

잠깐 졸았다 깨고,
다시 편한 자세를 찾아 뒤척이다 잠깐 졸고....


아침 무렵엔 뜨거운 물이 담긴 통을 들고 라면, 커피 등을 파는 상인들이 왔다갔다 한다.
그들의 소소한 삶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다.


열려진 창문으로 뭔가 휙 하니 들어와
내 얼굴을 강타하진 않을까 불안해하며
낯선 기차 안에서 지낸 15시간.

내게 익숙한 기차와는 달라
조금은 불편했지만,

그냥 혼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별 기대없이
별 불만없이 여행하는 것.
이거 참 할만하다.

하지만,
다음에 또 이 기차를 탈련지?
글쎄. ㅋㅋ







-2009년 1월, 방콕행 기차안,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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