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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당신의 욕망은 안녕하신가요?

Yildiz 2010. 7. 25. 02:26
욕망이멈추는곳라오스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 아시아기행
지은이 오소희 (북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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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라오스' 라는 나라를 알게 된 건
On the road 라는 책에서였다.

라오스의 방비엥에 있는,
'리버 사이드'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청년이 하는 고백은

그 무렵 여행 중이던 내게 꽤 근사하고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게끔 나를 유혹했다.

그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없어."
해 질 무렵, 강가로 나와 일몰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그 청년처럼,

나도 그 일몰을 보며 그런 넋두리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아니, 내가 여행을 통해 그렇게 변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라오스의 방비엥에 가게 되고,
그 작은 마을을 떠날 무렵
내가 깨달은 것은
아직도 내게 필요한 것은 너무 많고,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들로
내 삶은 무겁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떠나야 했던 라오스.

다른 사람들은 라오스를 어떻게 여행했나 궁금했던 것도 있던 참에
아들과 여행을 다니며 여행책을 많이 펴내는 이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터키 여행기를 읽으려다 책만 빌려놓고 못 읽었던 오소희 작가의 글이다.

그녀는 라오스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충분한 여백과 읽기 쉬운 글은 부담없이 다가왔고,
충분히 나의 공감을 샀다.

라오스의 지역별로 여행기가 묶여있어서
처음부터 읽지 않고 글의 중간부터 파고 들어 읽었다.

여러 글들도 인상 깊지만,
내 가슴에 콕 와닿는 문장들이 홍수를 이루는 부분을 만났다.

작가는 루앙프라방에 있는 어느 게스트하우스 주인 딸, 짱요를 만난다.

실제로 라오스 미스 퀸으로 선발되었을 정도로 미인인 짱요.
그리고 상당히 부자집안인 짱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 많다.
아버지의 관섭이 심해 자신이 삶이 답답하다고 한다.

-p.311
... 다른 라오스의 가난한 젊은이들에 비하면
엄청난 행운을 누리는 삶이건만,
짱요가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젊은 우리는 늘 가지지 못한 것에 시선을 던지기 마련이므로.

작가가 그녀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장면에서 나는 내 가슴에 콕 찝히는 그런 문장을 건져내었다.

만약 내가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항상 남과 비교하여,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시샘하는 날들로 하루를 힘겹게 보냈을 것이다...


짱요는 작가에게 남자 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힘겨운 연애사를 털어놓는다.

짱요가 안쓰러워 진정 애정어린 조언을 해주는 오소희씨.

-p.314
.... 지금 당신이 끝없이 의심을 지울 수 없고 힘에 겹다면
그건 아마 낮은 계단을 디디며 올라가고 있기 때문일거예요.
낮은 계단 위에 서서 섣불리 결론을 지으려 들지 말아요.

아직 사랑까지 멀었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그리고 당신을 쉬게 하세요.
다 내려놓고 쉬되, 이것 하나만큼은 놓지 말고 믿어요.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사람에게 주어진 사랑은 크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꽉 차서 지쳐있지만 점차 평화로운 여백이 생겨날거에요.


혹여 사랑에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가 '난 못났으니까.'를 의미하는 게 아니므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또다른 사랑을 위해
그동안 꽉 차 있던 공간을 다시 비워나가라는...

힘겨운 짝사랑, 어두운 미래로 점쳐져 있을 것만 같은 사랑의 단계에서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이 필요함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빠른 속도가 강요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사랑' 에 있어 수반되는 기다림, 인내 라는 관념에
점차 무뎌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30
... 서두르거나 불평한다고 해서
인간의 힘으로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오직 변하는 것은 마음의 균형이 깨어지는 일뿐이라는 것을
이미 터득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p. 151
바쁜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못한 점을 찾아내고 떠나고 싶어한다.



우리는 가끔 멈추어 서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들이 하는 것에 혹해서
자신이 그에 비해 너무 초라해보여서
방향성 없이 마구 달려가고 있진 않는지...

지금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아무런 불편 없이 숨쉴 수 있고,
아름다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아스팔트 땅을 박차고 힘껏 걸을 수 있음이 의미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어야 한다.

이 소소한 행복들을
당연한 것인 듯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
욕망의 시계를 잠시 정지시키고
순간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더 여유롭게 만들어 가야한다.


책을 중반부터 읽었기에,
마지막 페이지의 마침표를 눈도장 찍고
그제서야 앞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첫 장의 여운이 찐한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길거리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밥을 사주고,
아이들의 너덜거리는 옷을 보고 마음이 쓰여 새 옷을 사주고,
그들과 친구가 된 그녀.

나라면,
내가 만약에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오스에서 최대한 돈 아껴쓸 궁리만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ㅅ -;
과연 나의 여행을 통해 누군가 행복하긴 했을까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다시 라오스를 찾게 된다면,
좀 더 성숙한 여행자로서
그 곳에 머물고 싶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그런 여행자.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여행자.

그리고
메콩 강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람이 사는 데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아." 라고
중얼거리는 그런 '여행자' 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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