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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완벽에 가까워지는 방법

Yildiz 2010. 10. 24. 00:59

언제부터인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생각들을
백지에, 또는 흰 모니터 화면에 채우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쓴 글을 보면,
아- 내가 이렇게 글을 술술 썼었구나. 놀라면서
왜 지금은 이렇게 쓰지 못하는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어서 여행기를 완성해야지' 마음 먹은지도 1년이 지났지만,
거북이 걸음처럼 느린 진행도 발전이라쳐도
마음이 급해지는 건 사실이다.

시간이 더욱더 지나니
내가 정말 그때의 감흥을 잘 살려서 글을 쓸 수 있을지
자꾸 두렵고 의심이 든다고 할까.

왜 내가 글쓰기에.
특히 여행기를 쓰는데 집중하지 못할까 생각해보니
책읽는 것도 하나의 장애물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 좋은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에 생각들이 떠돌아다녀 여행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게 독서이니까.


스스로 세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고
자꾸 미루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제대로 마주보지 못하고 주변만 맴도는 요즈음이다.


오늘 아침,
저번에 포스팅한 글을 쓰기 전에
이런 저런 생각을 간단히 적은 수첩을 집어들었다.
정작 포스팅한 글에 그대로 옮겨적은 부분은 없지만,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글로 적어보려고 했던 시도는 좋았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글을 쓸 때 항상 좋은 문장만 뽑아낼 순 없는 건 당연지사.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상의 것을 바라면서도

생각으로만 간절히 원하기만 했지
실제로 손 하나 까딱않고 게으름 피웠던 것 자체가 문제다.

뭐라도 끄적거리다보면
괜찮은 문장 하나 정도 건질 수 있을테고,
끄적거린 문장들이 마음에 안 들면
그것을 반영하여 전혀 다른 문장으로 써보면 될 것이다.

또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쓰고,
지웠다 쓰고.
지웠다 다시 쓰고 하다보면
결국엔 어떻게든 글을 완성하게 될테니까.


문득 에디슨의 한 일화가 생각났다.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9999번의 실험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는데,
친구가 "1만 번씩이나 실패를 되풀이할 셈이냐" 고 묻자,
"나는 실패했던 게 아니고, 전구가 되지 못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다." 라고 답했다는.
남들은 실패로 바라볼 수 있는 시도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라며 
에디슨의 무한한 긍정적인 태도에 무척 놀랐었는데, 

완벽에 가까운 글을 쓰는 방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기 위해서
10번의 문장을 썼지만
전혀 감흥이 일지 않는다면
10번 쓴 문장과 다르게 써보면 되는 것이다.

아예 시도를 하지 않고 완벽을 기대할 순 없다.
한 발자국 나아가는 과정 없이는 완성이란 없다.

내가 진정 경계해야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 최악의 글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부딪쳐 깨어짐이 없이는
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스스로의 무능력, 보잘것 없는 인내심,
그리고
쓰라린 고통과 두려움도 글쓰는 모험에 함께 하는 동반자임을 인정해야겠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구절 하나.


할머니가 말이야,
조밭을 매면서 이런 말을 하시지 않겠니?
일이란 억지로는 안 되지라.
하루아침에 성을 쌓지는 못허니께로 개미 뫼 문지듯이,
일이란 그렇기 혀야제잉.
세월이란 것도 개미 뫼 문지듯 가는 거 아니더라고? 해서
할머니, 개미 뫼 문지듯 '뫼 문진다' 는 게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었지.
개미가 모래흙 하나하나 물어나를 거 못 본 게라?
아아 개미가 집 만들려고 땅속에 굴 파는 것 말이지요?
그려, 하며 할머니는 웃더구먼.

-p. 200, 토지 Vol.14


개미 뫼 문지듯,
그렇게 오늘 하루도 오고 가고,
이제 새로운 오늘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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