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발리여행]D+7, 어메이징 발리, 어메이징 우붓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7, 어메이징 발리, 어메이징 우붓

Yildiz 2016. 7. 8. 00:03

(2016년 6월 6일 월요일)

"어메이징! 발리!, 어메이징 우붓!" 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하루. 우붓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날의 일기. 



#Refreshing Taksu yoga


아침 6시쯤, 집 근처에서 뭔가 두들기는 소리에 깼다. 늦잠을 자려해도 자기 힘든 우붓의 아침이다. 일찍 깬 김에 요가반 아침 수업을 들을까 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조금 쉬다가 '탁수요가'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서기 전 탁수요가에 대해 검색을 해봤는데, 구글맵에 달린 리뷰를 보면 요가보다는 스파와 레스토랑에 대한 칭찬이 넘쳤다. 네이버 검색을 해봐도 탁수요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그래도 우붓에 있으면서 다양한 요가 수업을 들어보자고 남친과 의기투합을 했기 때문에 한번 맛보기로 했다. 그래서 12시에 시작해서 1시간 반 동안하는 하타Hatha요가를 들어보기로 했다. 호주에 있으면서 Vinyasa빈야사만 했어서 하타Hatha요가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요가 수업에는 일찍 가는 습관이 있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수업 시작 40분 전에 나왔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어중간했던 우리는 리셉션 앞에 있는 식당에서 커피를 하나 시켜놓고 20분 정도 기다렸다. 수업 시작 5분 전에 등록하고 젊은 여자 강사를 따라서 요가 스튜디오로 향했다.  

요가스튜디오는 아랫쪽에 있었는데 강사는 이곳이 오픈된 스튜디오라서 따로 음악을 틀어놓지 않고 바로 옆에서 흐르는 시냇가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요가를 한다고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작은 공간이였는데 오늘 수업을 듣는 사람은 나 포함해서 5명 뿐이라서 공간은 충분했다.   

인도네시아 사람이 하는 영어억양이 좀 독특해서 못 알아먹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강사의 영어 억양이 굉장히 부드러운 편이라서 듣고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요가반에서 처음 들었던 빈야사 수업보다 훨씬 부드럽고 잔잔하게 수업이 진행되었다. 음악을 따로 틀어놓고 하지 않아서인지 요가를 하는 중에 내 숨소리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남자친구의 숨소리도 잘 들렸다. 호흡과 동작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요가 수업을 마치고 남친과 나는 굉장히 만족했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우붓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오기로 했다.  

요가반에서 이미 10회권 수업을 등록했기 때문에 탁수요가에 많은 돈을 쓰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 Drop-in으로 120,000루피아(약 12,000원)를 결재했는데, 음료 바우처를 하나씩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 바로 탁수레스토랑으로 가서 자무 쥬스와 그린 쥬스를 시켰다. 

그린 쥬스는 말 그대로, 녹색 쥬스. 자무 쥬스는 오렌지 색깔의 쥬스인데 자무라는 걸 넣어서 오렌지 쥬스보다 맛이 더 새콤했다. 요가 후에 이런 음료는 처음 마셔본다. 운동 후 마시는 건강쥬스는 기분 마저 건강하게 만드는 심리효과가 있는 것 같다.

탁수요가에 대한 사진은 다음 수업때 찍어서 올릴 생각이다. 조용한 곳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요가수업을 받고 싶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우붓 왕궁에서 레공 댄스를 보다


이제껏 여행을 해오면서 전통춤에 대해 관심을 갖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우붓에 있는 동안에는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오늘이 월요일이라 우붓 왕궁에서 저녁에 레공 댄스 공연이 있다. 가격은 80,000루피아.(8천원) 1년 전에 나온 가이드북에 표시된 가격 그대로였다.

7시 반에 공연 시작인데 7시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앞줄 의자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잘 보이는 곳에 앉고 싶어서 서성이다가 사람들이 의자 좌석보다 더 앞에 있는 빨간색 천에 앉길래 나와 남친도 잽싸게 나와서 앞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앉는 것보다 이렇게 바닥에 앉아 가까이 보는게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공연 시작 전 30분의 기다림은 꽤 지루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들어와 어느새 뒷좌석과 옆 좌석 모두 빼곡히 찼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왕궁 앞마당. 우붓에 관광객이 참 많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악기 연주자들이 착석하고 가믈란 수석(대장?)의 리드에 따라 발리의 음악이 연주되었다. 망치로 실로폰 연주하는 모습이라 상상하면 된다. 투박하게 연주하지만 소리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파트에서 어울려 연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연주가 초반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연 음악은 시작부터 끝까지- 쭈욱 이어졌다. 맨 앞에서 보는 거라서 악기 연주자들의 표정 또한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가믈란을 연주하던 어떤 청년은 1시간 반동안 너무 졸리고 지루하다는 듯이 연주했다. 얼핏보면 성의 없어보이는 그의 연주였지만 그는 마치 잠자면서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만큼 완벽하게 외운 뮤지션 같았다. 

가믈란 인트로 연주가 끝나고 소녀들이 나왔다. 여자 댄서들의 웰컴 댄스가 이어졌다. 우붓에 처음 온 날, 약국에 갔다가 눈에 요상한 화장을 한 직원을 봤었는데 그녀가 댄서였나보다. 종이눈을 붙였나? 플라스틱 눈인가? 싶을 정도로- 춤추는 그녀들은 눈을 잘 깜빡이지 않고 눈동자를 굴렸다. 손가락, 발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춤을 추는데, 내 눈은 그들의 손끝과 발끝과 눈동자를 다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댄서들의 표정, 발동작, 손의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자 댄서들이 퇴장하고 그다음은 바리스 댄스- 전사의 댄스가 이어졌다. 바리스라는 전사가 예전에 발리 왕을 위해 싸웠던 사람이라고 한다. 화려한 의상과 댄서의 진지한 표정연기. 정말 멋졌다. 공연을 보던 한 꼬맹이는, 바리스 댄스가 끝나자 "예~!!!!" 라고 소리지르며 크게 호응했다. 아이도 꽤 감동받았던 모양이었다. 

​그 다음으로 레콩 크라톤 댄스, 타루나 자야 댄스, 범블비 댄스-여자벌, 남자벌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등의 순서가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가면 댄스가 있었다. 가면 댄스는 생각보다 내용이 아쉬웠다. 일찍 끝낸 기분이 들었지만 1시간 반동안 앉아있느라 엉덩이가 너무 쑤셨기에 이젠 집에 가고 싶었다. 

​(실로폰처럼 생긴 가믈란. 크다. 장식이 화려하다.)

(남자 연주자 여럿이 사이좋게 앉아있던데, 바로 자신의 부분만 연주하면 되는 거였다. 이 악기 이름은 모르겠다.. 가믈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연주하는 빈도가 적었다. 제일 아랫쪽 부분은 나이든 할아버지가 연주하셨다.)



#다푸르 분다Dapur Bunda - 여기가 까페야, 밥집이야? 

레공 댄스가 끝나자 9시가 다 되어갔다. 저녁을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곳에서 먹기로 하고, 와룽 슈니첼이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와룽 슈니첼의 직원이 우리를 보고 인사를 해주긴 했지만 식당에 사람이 없어보여서 선뜻 들어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2층 3층에 공간이 있었다. 서양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것 같았다.대신 Home cooking이라고 작게 적혀있는 간판이 궁금해서 옆 가게로 향했다.

다푸르 분다 - 여기가 까페야? 밥집이야?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깔끔한 Home cooking 식당이다. 쉬운 말로, 발리 가정식 식당... 이라고 하면 되려나. 이런 곳이 언제 생긴 것일까. 가이드북에도 못 본 것 같은데 갸우뚱 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가이드북을 찾아 보니 '가장 주목할 만한 식당들' 이라는 타이틀로 다푸르 분다가 소개되어있었다. 가이드북에 나올만 하다. 추천추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여러 액자 모양의 거울이 장식되어 있다.)

​어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해야 하는데, 까페 같은 분위기의 이 곳에서 어디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하나 무척 고민이 됐다. 테라스 쪽으로 갔다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서성거리다가 안쪽의 넓은 자리를 선택했다. 10시에 문닫을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와 있던 손님들은 접시에 있던 것들을 거의 다 비워놓은 상태였다. 

​영업이 끝나가는 때라 그런지, 내가 주문하지 못하는 메뉴가 좀 있었다. 화이트 라이스와 블랙 라이스는 이미 다 떨어져서 브라운 라이스를 먹어야했고, 매운 삼발 떼롱- 매운 가지 양념도 이미 떨어져서 다른 것을 시켜야 했다. 나시고렝 아얌과 소또 아얌 같은 메뉴도 있었지만 이곳의 가정식 반찬을 맛 보고 싶어서 3가지 정도를 골랐다. 메뉴에 손가락 위치를 4-5번은 이동해서야 주문을 마쳤다. 

(밥집이라 하기엔 저녁의 조명이 어둠침침하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만큼 의자나 소파의 천이 깨끗하지 않는 편이라 함부로 앉기가 좀 꺼려졌었다. 가게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인도네시아 가정식 식당이라고 하기엔 전혀 납득이 안 가도록 깔끔했다.)


접시에 밥과 여러 반찬을 바나나 잎을 그릇처럼 만든 것에 담겨져 왔다. 맛이 좋아 그 어느것 하나 남길 수가 없었다. 여기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은 설거지 하기 편할 것이다. 두번이고 세번이고 자주 찾아와도 될만큼 매력적인 곳! 맛도 좋고, 가격도 부담없고, 더욱이 깨끗해 보이는 주방이라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찾고 싶을 만한 식당이다. 

조명이 어두워서 음식사진은 폭망했지만, 다음에는 낮에 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오늘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요가를 하고, 처음 마셔보는 쥬스를 마시고, 화려한 레공댄스를 보고, 우붓의 맛집을 찾아내다니.

하루가 그냥, 퍼펙트하게 어메이징. 완벽하게 멋지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날이었다. 발리는, 우붓은 정말. 굉장한 곳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