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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수다쟁이

불안의 키워드 :: 독서. 독서중독

Yildiz 2014. 7. 13. 14:18

 

 



 

 

#2014년 7월 중순, 독서 현황  

 

-며칠 전에 구입한 책, [밀양을 살다] : 머지않아 집을 비워야함에도 불구하고 또 늘린 짐, 하지만 밀양의 사람들이 살아내고 있는 순간을 나도 조금은 마음을 함께 하고 싶어서 산 책.

 

-너무 재밌어서 찔끔찔끔 읽고 있는 책, [감정수업] : 재밌다! 참 두껍다! 그래도 독서가 즐겁다!

 

-진중한 책, [놓아버림] :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책. 여러 임상 이야기들도 있기에 이렇게 두껍지만, 그래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어마어마한 메세지 중 한 줄이라도 꾸준히 생각하고 기억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에 읽는 속도가 느리다.

 

-다 읽었지만 뭔가 덜 읽는 것 같기도, 더 이상 안 읽어도 될 것 같기도. 긴가민가 책, [내 남자 안아주기] : 2주에 걸쳐 읽고, 생각하고, 읽고, 생각하고 했지만. 무언가 과정을 덜 거친 것 같다. 더 읽어봐야 하나? 아니면 책욕심을 포기해야하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니까, 밀란 쿤데라의 [향수] : 관심을 두고 있는 여러 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서 밀란 쿤데라의 책을 발견하고는 손에서 놓칠 수 없었다. 결국엔 다 읽지 못하고 반납기로 들어갈 것 같다.

 

-은밀하게,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 절반 정도 읽었지만, 독서중지가 된지 2주나 지난 것 같다. 책에서 '발모벽'이란 단어를 보고 읽기를 멈췄다. 내가 갖고 있는 증상이기도 하니까. 책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단, 심층적으로 은밀하게. 스스로와의 대화가 필요한 책이다.

 

-만만하지 않은 책, [STEAL LIKE AN ARTIST] : 홍콩 공항에서 남은 돈으로 구입한 책. 쉽게 읽을 것 같았지만 책장에 묵힌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천천히 읽어보고 있는데, 내게 필요한 조언들을 얻는 기분이다.

 

-보물 같은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 : 도서관에서 발견한 검정색 보물. 마구마구 추천하고 싶은 책. 642개의 질문들을 다 옮겨 적어야 하나. 어쩌나 고민 중.

 

-대리만족,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스페인에 있을텐데. 함께 여행가기로 한 일행의 까미노 사진을 보면 부러움이 불쑥 치고 올라온다. 하지만 내 몸은 한국에 있으니,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으로 '스페인' 여행에 관한 책을 하나 구입했었다. 처음 책을 선택하게 했던 기대에 못 미치긴 하지만, 아이디어를 얻고 있기에 끝까지 읽을 생각이다.

 

-이외 위시리스트 :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강신주의 신간 [매달린 절벽, 블라블라], [영어일기, 블라블라], [철학자의 여행법] 등등 그리고 기타 심리서적들 (너무 많아서 생략...)

 

 

 

#독서중독, 끊을 수 없는 비참한 즐거움

 

원래는 이렇게까지 책제목을 나열하고 멘트를 달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또 길게 늘여썼다. 오죽 책을 좋아하면 이럴까.

텔레비전의 채널을 선택하는 대신에, 책장의 책을 선택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습관이지만, 또 한편으론 스스로의 창조성을 죽이는 가장 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다시 들춰보는 '모닝페이지'에서 '독서중지'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확실히 여행 중에 책이 없을 때, 글을 더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책만 파고 드는 것은 결국 자신 안의 창조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에 열렬히 동의하면서도 지금의 당장 '독서중지' 훈련을 하라 하면 못할 것 같다.

 

대신 곧 집을 떠나는 일정으로 '독서중지'를 대신하면 안되겠냐며

스스로 타협중이다.

 

 

 

#강박적 책 읽기, 안전한 피난처

 

 

책.

강박적이다.

시간이 나면 책을 빨리 읽으려고 한다.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는 거식증 대신에 걸린 병 같다. 독식증이라 해야하나.

아무리 독서가 좋다하지만 과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너무 심하게 책을 읽어댄다.

 

배가 고파 힘들더라도. 스스로를 배고픔으로 혹사시킴을 하면서까지 읽는다. 그러고 꿈쩍도

움직이기 싫어한다.

 

물론 머릿속에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로

파도를 이룬다. 어떤 책은 나의 무의식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불편한 감정까지도 상기시켜준다. 좋은 거다.

 

하지만 이렇게 끌여올린 감정을 해체하거나 충분히 보살피지 않고

다시 또 다른 글들로 허기를 채우듯 채우려고만 하고 있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책에 집착하는 것도 하나의 불안이 아닐까 싶다.

 

-작년 12월의 메모 중에서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내 마음을 보살피는 방향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을 대면하기 두려워 대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책이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인 셈이였다.

 

작년 겨울처럼, 배고픈 나를 방치하면서까지 책을 읽고 있진 않지만

내 생각과 마음을 풀어내는 시간은 독서시간에 비하면 많이 적다.  

 

 

 

#결국엔 글을 쓰지 아니할 수 없는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와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독서를 하고, 늦은 새벽까지 책을 돌려 읽으면서 쉽게 잠이 들려 하지 않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서 스스로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는 사실이다.

 

책만 읽고 잠에 드는 것보다

글을 쓰고 잠드는 날을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난 지금 남의 글만 읽는 것보다

내 글을 쓰는데 시간을 점차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는 자가진단 혹 자가처방을 내렸다.

 

불안의 해소로 독서는 에피타이저일 뿐이고, 글쓰기가 '오늘의 메뉴'일텐데. 난 매일같이 에피타이저만 배부르게 먹다가 결국엔 특식을 놓치는 꼴이었다.

 

'책을 그냥 읽으면 되지 무슨 생각이 이리 많나.'

'이 글을 쓰는데도 무슨 생각이 이리 많나.'

 

아마 그동안 읽어온 것에 비해서 풀어내지 않은 생각들이 많아 이렇게 또 주절주절 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행위가 결국 내게 도움이 된다면, 해야만 하는 것이다.

 

몇달 전 깨달음 중 하나, 더.

 

 

왜 하루를 사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쓰지 못한 글을 쓰고

내가 공개하고 싶은 글을 알리고

나를 더 알 수 있도록 꿈을 꾸기 위해서 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공복의 상태에서

어제 미룬 글쓰기를 마저 하려는 오늘의 '내'가 있을 때

난 어제보다 더 큰 만족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제목에 '불안의 키워드', '독서' 라는 단어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글쓰기의 불안'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바닥을 이리저리 글을 쓴, 이 페이지 자체가 지금의 나의 일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불안하면 어떠하고. 독서중독이어서 어쩌리.

이런 나를 긍정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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