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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날 따라해봐라, 넌 행복해지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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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날 따라해봐라, 넌 행복해지고

Yildiz 2014. 6. 9. 01:12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저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00년의 모험도 부족했다! 전 유럽을 강타한 특급 베스트셀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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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14)

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9.7
감독
펠릭스 헤른그렌
출연
로베르트 구스타프손, 이바르 비크란더, 데이비드 비베리, 미아 스케링거, 알란 포드
정보
어드벤처, 코미디 | 스웨덴 | 114 분 | 2014-06-19

 

가끔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빠지고 싶은 소설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이 조금 따분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현실이 가혹하다 느껴질때 회피용으로 말이다.
어떤 소설을 읽으면 좋을까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 책을 한 권 알게 되었다.
우선 제목부터가 특이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표지를 그려보았다. 주인공이 100세처럼 보이지 않는게 단점...)

 

'100세'라는 단어가 은유적이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진한 하늘색 표지 바탕 한가운데에 트렁크를 끌고 걷는 듯한 백발 노인의 모습을 보니 단순히 뻥은 아닌것 같아 보였다.
이 소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히트치고 있고, 영화 제작 중이라는 사실이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 북돋아 주었다. 한 번 읽어볼만 하지 않을까? 싶어 바로 구입했다.

모니터가 아닌 실제로 만나는 책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인터넷에서 책을 살 때 주로 표지를 보고 판단하지, 쪽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두께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온라인 구매의 에로사항이다.

소설의 두꺼운 두께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다가와서 바로 읽어볼 엄두를 못 내다가 결국엔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역시 책을 겉모습과 두께로만 평가하는 건 일찍이 겁부터 지레 먹어버린 핑계일 뿐이다.

소설의 어이없는 전개에 황당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해서 그 즐거움을 더 만끽하려고 잠깐 책을 덮고 쉬기도 했다.

그래서 일주일이 지나서야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내가 시간을 끌며 읽어서 그런지 결말에 다다랗을 땐 긴장감과 새로움이 단물 빠지듯 다 쪼그라든 상태라
그리 크게 기대할 만한 엔딩은 아니었다. 짧은 시간안에 속독하면 좋을 만한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을 짧게 표현하자면,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모의를 하여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소설의 시작은 제목을 사건으로 출발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100세 생일 당일날 노인은 요양원에서 탈출을 한다. 왜 탈출하게 됐는지는 책의 거의 끝부분에 나온다. 100세라고 하는 생물학적 나이가 가늠이 안되는 나이인지라 단순히 '노인' 으로 두고 주인공을 해석하면 안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노인의 과거에 대한 어마어마한 사실들이 쏟아져나온다.
100세 생일 잔치를 피해 도망친, 아니 지리멸렬한 구속을 주는 요양원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요양원에서 도망친 이 '비범한' 노인의 이름은 알란 칼손이다.

첫 장에서 풀이되지 않는 '알란'의 요양원 가출기의 전모는 마지막 장에 가서야 풀린다.

 

p. 494

이제는 인생이 지겨워졌다. 왜냐하면 인생이 그를 지겨워하고 있는 것 같았으므로.
금주와 흡연 금지, 11시 이후 텔레비전 시청 금지. 자율이 없는 삶은 알란 칼손 노인에게 지옥과도 같았다.

 

 

알란 칼손 노인의 이런 비범함은 그 자체로 역사다.

 

p. 89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집이지만 지금처럼 소원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이제 닻을 올리고 떠나야 할 때가 온 걸까?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알란 칼손에게는 화약 제조술이란 특기가 있다.

다이너마이트 회사를 세우고, 실험을 하던 도중 운이 나쁘게도 지역 주민이 죽게 되었다. 알란 칼손은 위험인물로 간주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처방으로 '거세' 를 당한다. 하지만 이 비범한 노인은 '그런가 보다' 하고 모든 걸 받아들인다.

 

그는 과거를 마음에 담아두지도,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지도 않는다.

 

p. 271-272

알란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반대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될 터, 쓸데없이 미리부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어쨌든 전장 97미터에 달하는 잠수함은 알란과 그의 인도자와 너무 가까운 지점에서 얼음을 깨고 출현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은 뒤쪽으로 벌렁 자빠졌고, 하마터면 둘 다 차디찬 바닷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다행히도 구출되어 훈훈한 잠수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일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쓸데없다는 거예요. 내가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 본댔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아낼 수 있겠어요? 알란이 말했다.

 

 

p. 47

 

알란의 인생 철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알란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었다. 그 메세지가 소년의 영혼에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정착한 뒤에는 영원히 남았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를 떠돌며 20세기 세계사에 중요한 시점과 장소에 알란 칼손이 등장한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게 되어 파시스트 프랑코를 만나고, 미국으로 가서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술자리도 갖고,

이란, 러시아, 심지어 북한까지 방문하였다가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서 오랜 시간동안 휴가를 갖기도 한다.  

 

 

p. 260

졸지에 왕년의 절친과 딱 마주치자 분노가 봄날 눈처럼 녹아 버린 곤들매기는 <나쁜 놈> 보세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이들이 양동이와 볼트를 죽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하겠는가? 트렁크 문제와 기타 이야기는 내일로 미뤄도 충분했다. 지금은 다만 즐겁게 맥주를 마시고 함께 음식을 먹을 시간이었다.

 

알란은 요양원을 탈출하고 버스터미널에서 공교롭게도 Never again 이란 갱단의 조직원 '볼트' 의 트렁크를 훔친다. 그가 화장실에 용변을 보러 간다며 대뜸 맞겨두고 간 트렁크를 말이다. 왜 훔쳤는지 알란 노인 스스로도 질문을 하지만 명확히 답을 내리진 못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트렁크엔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들어있던 것.

그래서 이 트렁크를 쫓는 Never again의 갱단과 사라진 100세 노인을 찾는 아론손 반장, 알란이 길을 가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점점 추가가 되면서 눈덩이처럼 사건, 사고가 생기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풀리려나 싶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알란을 만나는 인물들 대부분이 '알란 칼손'화 되어간다는 점이다.

 

이미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모두가 좋으면 좋은 것이다. 라는.

물론 알란 칼손과 그 무리들이 여행을 해 나가는 도중 공교로운 일들도 발생하긴 하나,
그건 이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당신도 아론손 반장처럼 넘어가거나, 혹은 라넬리드 검사처럼 그들과 더이상 엮이는게 싫어서 덮어 둘수도 있을 것이다.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면 책 뒷장에 친절히 소개되어 있는 알란의 100년 연보를 읽어보면 된다.

작가의 엉뚱한 상상과 역사적 사실이 버무러져 풍자와 희극처럼 느껴지는 소설이라 그런지 독재자, 종교에 미친 사람 등등 여러 등장인물들을 이야기 속에서 만나며 인간군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독재자처럼 자신의 욕망만 채우며 사는 것보다는 알란 노인처럼 사는 게 세계 평화에 더 이바지하는 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집을 폭파하고 떠났으면서 '집이 없다는' 사실 조차 망각한채 다시 스웨덴으로 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 나를 비추어 보기도 했다. 내가 가진 것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제대로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알란 칼손 노인의 행적은 감히, 어찌감히 행적으로 보일 수 밖에...

 

지금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자가진단이 있거나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낀다면 용기내어 이 책을 선택해봐도 좋을 것 같다.

곧 영화가 한국에도 개봉된다고 하니 원작을 미리 읽어두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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