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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소한 일상/마음으로 이해하기 (114)
힘내자, 청춘!
퇴근길. 가끔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걷는 사람들 틈속에 몸을 맡긴 채 발길 닿는 대로 정체없이 쓸려다닌다. 가끔은 허한 마음에 그저 하염없이 사람들 틈속에서 걷기도 하고, 가끔은 하루의 여행을 마치고 저 편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에 이끌려 역 근처에 있는 육교로 향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흔들리는 전철에 기대어 가고 있을 오후 시간. 철로에 비치는 햇빛과 여러 갈래의 길을 바라보며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미지의 영역으로 나를 데려다 줄 열차에 마음을 싣는 상상을 한다. 길이 있다는 것, 언젠가 내가 지나갈 길이 있다는 것과 태양은 언제나 머리 위를 비출 것이라는 희망찬 속삭임. 쏟아지는 햇빛 아래 행선지를 향해 출발하는 열차를 지긋이 바라보다.
'인지(印紙)'라고 작가의 도장이 찍힌 작은 종이를 책에서 보는 경우가 있다. 작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을 때 마다 맨 뒷장에 붉은 인주로 찍힌 도장을 눈여겨보곤 했다. 그런데 200쇄까지 바꾼 도장이 모두 36개! 무수한 책 권수 하나하나마다 제 역할을 다 하고 조용히 쉬고 있는 도장들. 누군가의 서재에 혹은 도서관에 있을 작가의 책들, 그 엄청난 권수며,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을 작가정신을 연상하며... 잠시, 숨을 가다듬다. -2010년 9월,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동생아, 누나 좀 업어주라!" 누나의 말에 잠시 멈칫 하면서도 선뜻 등 뒤로 두 팔을 벌리는 동생. 오르막 길인데도 누나 업고 잘도 올라 간다. 녀석 표정을 보니 힘들어 보이긴 한데, 업힌 누나는 기분 좋탄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떠나지 않은 여름햇살이 그들이 가는 길을 따스하게 비춘다. -2010년 9월, 낙안읍성에서
꽃잎이 갈래로 지지 않고, 활짝 핀 모습 그대로 떨군다 해서, 기생꽃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양반꽃이라고도 불렸다한다. 중국을 흠모하는 모화사상으로 귀한 꽃으로 여겨 양반아닌 꽃뜰에 심는 것을 금지했다는 설이 있다는.
당신이 저를 발견한 순간. 당신의 두 눈엔 낯선 이가 아닌 손주 녀석의 얼굴로 보였겠지요. 그래서 저를, 그렇게 지긋이,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해주셨나요. 당신은, 당신의 손주 이야기와 바다에 떠다니는 기름과 바지락을 캐며 살아가신다는 삶의 이야기를 제게 해주셨지요. 당신 곁에 웃으면서 다가갔던 저는, 당신의 눈가에 어린 주름의 깊이와 당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며 그동안 속으로 삼켰던 울음을 조용히 토해내야 했습니다. 벌써 두 해가 지났네요... 할머니, 잘 지내시나요 .... -2008년 2월 2일, 충청남도 태안..
괜한 기대 탓이었을까? 살랑 살랑 다가오기 바랬던 가을은 때아닌 초겨울 바람처럼 다가온다. 반팔 티에 가을 자켓 하나 걸쳤음에도 솔솔 들어오는 찬 바람에 배꼽이 시릴 정도.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서 육체적으로 고달퍼지기 시작한다. 여름엔 좀 괜찮아졌다 싶었던 알레르기성 비염은 도무지 어떻게 고쳐야할지... 심적으로도 고달퍼지기 시작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여행의 추억은 현실에 한숨만 더할 뿐이다. 찬 바람이 간간히 들어오는 까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토요일 오전, 내가 문득 떠올렸던 건 쌀쌀한 가을날, 추운 겨울날, 대륙 어딘가의 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추위를 달래던 2년 전의 단편적인 순간들이었다. -p.127 진정한 기억은 자신과 현재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녹여버린다...
- 친구네 화장실에 있던 거울. 친구의 센스가 돋보이기도 했고, 거울 속 남자의 다크서클과 지저분한 수염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찰칵, 난 가끔씩 의식적으로 셀카를 찍곤 한다. 기분 좋을 때 내 미소를 보기 위해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내 표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관찰하기 위해서. 힘들고,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솟아오를 때 짓는 내 표정에 스스로 깜짝 놀란다. 너무 못생겨서. 매일 같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요즈음. 난 내 표정을 때때로 타인에게서 발견 한다. 세상 오만가지 시름을 얼굴에 덕지덕지 발라놓은 듯한 표정... 그럴 땐 순간적으로 긴장하게 되면서,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고, 억지로 웃어보려고 노력해본다. 행여 한순간 스치는 타인이더라도, 잔뜩 찡그린 ..
조금은 어색함일지도 모른다. 무겁게 내린 어둠속에서 홀로 고개 숙이고 있음은. 조금은 의연함일지도 모른다. 혹은 포근함. 땅거미 내린 저녁 골목에서 실컷 했던 숨바꼭질 놀이의 기억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이름 모를 연인들이 가로등 밑에서 한 번 쯤은 서성였을 것이다. 늦은 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떤 이의 지친 어깨를 따스히 내려봐주는. 삶을 비추는 가로등 하나.
5년 전,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고향을 떠나 새로 이사오게 된 작은 도시를 탐색하느라 여념이 없을때였다. 주말에 시립도서관에 찾아갔다가, 그때 이상하게도 배가 너무 고파서 야채토스트를 2개나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 근처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학교 건물에 닿게 되었고, 그곳에서 발견한 나무 한 그루. 푸르른 빛을 머금고 있던 바가지 머리 같던 그 나무. 정말 예뻤다. 그곳에서 내려와 알게 된건 큰 길가에서 어느 골목에 서면 이 나무를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다는 사실. 그후로도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우울하거나 그저 그럴때나 늘 어김없이 습관처럼 바라보게 된 나무. 늘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무는 나를 본다.
2007년 4월 중순, 3년 전 서울광장의 푸른색 잔디 위에 내린 무거운 슬픔을 나는 알고 있다. 그 슬픔 가운데 앉아 있던 나는 검정색 옷이 없어서 옷장에 있는 옷 중 그나마 가장 어두운 색인 남색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겪어보는 가장 무거운 공기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누구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배웅까지 함께 하고 싶어서 허세욱씨가 일하셨던 택시회사의 기사님의 차를 타고 단체로 난생 처음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는 행사가 모두 끝난 후, 하산하는 길목에서 목련을 발견했다. 아기자기하게 핀 목련의 아름다움에 슬픔이 잊혀지는 순간이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목련을 보아온 건 아니지만, 처음 본 순간 너무나도 마음에 든 목련. 클로즈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