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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여행 (61)
힘내자, 청춘!
2008년 6월 24일 화요일 어제 밤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기 힘들 줄 알았는데 깨어나보니 아침 7시. 생각보다 이른 아침부터 비어 있는 침대가 많다. 이 사람들, 모두 피니스테레로 떠난 걸까? 마르코스가 자는 방을 지나기 전에 로빈이 있는 방을 먼저 찾았다. 로빈은 깊게 잠이 든 것 같다. 깨워서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갈까 하다가, 뒷모습에 인사만 건네고는 마르코스가 있는 방으로 왔다. 세상에. 한 줄로 나열된 침대 중 맨 마지막 침대에 마르코스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문 앞에서 있어서 분명 잠을 잘 못 잤을 것이다. 조심히 지나치려고 했는데, 마침 마르코스가 깨어있어서 내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금방 헤어져야한다니. 아쉽지만 각자의 길이 다르니 이만 인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 2008년 6월 23일 월요일 #1. 같은 길이지만 만날 수 없었던 길. 마르코스는 쉴 새 없이 말하는데, 너무 빨리 말하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겠다. "리,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로 보낸 우편물이 원래 짐을 부쳤던 곳으로 다시 보내졌대. 너도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보내지 않았었나? 네 소포가 어딨는지 알아봐야 할거야." 엥? 왠 뜬금없는 소리? 처음 듣는 얘기라 쌩뚱 맞다. 왜 우편물들이 다시 돌려보내졌지? 정말 내 짐도 생장으로 돌아갔을까?? 생장에서 힘겹게 소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아침, 생장의 우체국 앞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님 덕분에 5kg 이나 되는 짐을 부치고 가볍게 까미노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인 부부님이 부른 택시 기사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겨우..
2008년 6월 23일 월요일 몇 주 만에 모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이제 슬슬 유럽 여행 일정을 세워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모두들 쿨쿨 자고 있는 방에서 나와 컴퓨터 앞에 앉는다. 순례일정을 모두 마치고 난 후 스페인 도시 몇 군데를 찍고는 바르셀로나를 마지막으로 동유럽에 갈 생각이다. 영어로 가득한 저가항공 사이트에 접속하여 고민 끝에 비엔나로 목적지를 정한다. 처음 사보는 저가 항공이라 온 신경을 곧두세워 구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더 미루는 것보다는 낫겠지.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산티아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내일부터 피니스테레를 향해 걷기 시작할 것이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산티아고를 떠나야 한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순례길..
언제나써바이써바이온더로드의박준,길위의또다른여행자를만나다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 기타지방기행 지은이 박준 (웅진윙스, 2008년) 상세보기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박준의 'On the road 온 더 로드' 를 읽어봤거나 책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 'On the road'. 이 책은 여행을 꿈꾸는 이들 혹은 또다른 여행을 가슴에 품고 있는 이들을 무척 설레게 만드는 기운을 품고 있다. 온 더 로드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을 상대로 한 인터뷰와 달리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에서는 캄보디아에서 장기적으로 머물며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삶을 다뤘다.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직장과 능력을 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2008년 6월 22일 일요일 우선 본격적으로 산티아고에 가기 전에 화장실이 급했다. 가까운 곳에 알베르게가 있으니 잠깐 들렸다 가기로 한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몬테 데 고소의 알베르게. 화장실도 깔끔하니 괜찮고 아담한 주방도 있다. 알베르게 호스피탈로는 주방에서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인 순례자가 오면 제가 산티아고로 갔다고 말씀 좀 해주실래요?" 혹시나 어르신들이 나를 찾으실까봐 안부 좀 전해달라고 호스피탈로에게 부탁하고는 길을 나선다. '아, 정말 산티아고에 가까워지고 있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풍경을 열심히 살핀다. 이게 왠 꿈이야, 생시야... 오늘 산티아고에 도착하게 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이렇게 산티..
아침에 눈 뜨면 옆방언니들 깨워서 국수 먹으러 가고. 점심은 강 건너 식당에서 볶음밥이나 샌드위치에다가 커피쉐이크도 마시고. 저녁은 또 그 국수집에 가서 밥을 먹었지. 그냥 눈 뜨면 먹고, 수다떨고, 멍 때리고 또 먹고 자고 그게 전부였지만. 그렇게 흐느적 하루를 살아보는 것도 좋았어. 사실, 단골집 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방비엥을 쉽게 떠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함께 '멍 때리기' 에 동참해주는 동반자가 있었으니까. 그때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해. 방비엥은 무조건 내사랑인거야. 옆방 언니들과 함께 매일 아침 국수집으로. 국수집 주인 부부 우리가 자주 오는 단골이라 가끔 몽키 바나나를 후식으로 주시고. 친절하신 분들! ㅎㅎ 이 집의 추천 메뉴는 국수, 볶음밥 그리고! 다른 집..
Monte de Gozo까지 34.6km 그리고... 2008년 6월 22일 일요일 오늘의 목적지는 몬테 데 고소Monte de Gozo.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4~5km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후에 그곳에 도착해서 푹 쉬고, 내일 이른 새벽에 산티아고로 입성해서 한적한 광장에서 죽치고 앉아 있어야지. 군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어제 그 숨막힐 듯 뜨거웠던 한낮의 열기를 헤치고 그녀가 머문 곳은 어디였을까.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나선다. 6월 중순이지만 그래도 새벽 공기는 꽤 쌀쌀하다. 피부에 맞닿는 냉랭한 기운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 예기치 않는 길목에서 어둠을 밝히고 있는 전등불을 발견했다. 이런 곳에 바가 있다니. 워낙 지나가는 순례자들이 많기 때문에 아침..
체력 바닥나는 소리가 들린다 2008년 6월 21일 토요일 새벽 6시 무렵. 일찍 길을 나서는 친구들이 나를 배려한다고 조심스럽게 나갔는데도 조그마한 기척에 잠이 깼다. 일부러 잠을 청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서 피곤을 떨쳐내고 나도 배낭을 꾸린다. 새벽 하늘에 아직 달이 떠 있다. 거리의 조명처럼 세상을 환히 밝히는 달. 아침 안개가 자욱한 걸 보면, 오늘 햇살이 무지 쨍쨍거리며 화창하겠구나. 어제 나보다 앞서 간 군은 오늘 어디까지 걸으려나? 길에서 또 군을 만났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숲 속을 지나는 아침은 정말 상쾌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개가 걷히면서 만들어내는 광경은 신비롭다. 작은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아침 나절 평온했던 내 마음이 번뜩 번뜩 놀랐다. 그래서 새로운 ..
점점 가까워지는 산티아고 2008년 6월 20일 금요일 매일같이 아침부터 걷고 먹고 자고. 이런 순례길 일정이 고되긴 고된건지 순례길 후반부 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는게 망설여진다. 좀 더 푹 자고 싶지만 매번 일찍 일어나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순례자들의 기척에 새벽잠은 늘 부족하다. 하지만 며칠 있으면 순례길 여정이 모두 끝날 거란 생각에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다. 중간에 헤어져서 몇 주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결국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지금 이 길 어디쯤 걷고 있을까. "Hello, Lee!!" 어제 군을 만난 장소에서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나를 반갑게 부르는 군의 목소리를 들었다. 몇 시에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또 만나다니! "Lee! 오늘 마을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너..
▒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옆 통로 좌석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가 나를 보시더니 한 말씀하셨는데, 몇 개의 단어와 현재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세비야에 거의 다 왔으니 이제 신발을 신으세요." 라는 뜻 같았다. 할머님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신발을 신은 나는 스페인어를 알아듣는 동양인으로 여겨지는 것 같았기에. 할머니의 이런 저런 말에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깔깔 웃는데, 나도 따라 웃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었던... ▒ ▒ 세비야에 도착 후. 타고난 방향감각을 믿고 정체없이 걷다 보니, 2시간을 길에서 헤매고는 어렵게 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텔 근처의 복잡한 골목 어느 건물 벽에 대형 달팽이가 하나 붙어있다. 정말, 센스 돋는다. ▒ ▒ ▒ 론리 플래닛에 나온 추천 타파스 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