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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청춘!
휴가철이라 그런지 버깅엄 궁전 앞이나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 가히 영국의 위상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런데... 오랜 역사, 위엄... 위상.. 이런걸 다 차치하고. 관광객들 뒤꽁무니 쫓아다니며 찍는 사진이 난 왜 이리 재밌는 걸까.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영국이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닐거라 생각했었는데 얼릉 생각을 고쳐 먹었다. 런던의 거리는 즐겁다! = ) -2011, 여름, 영국, 런던,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서
본머스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날. 호스텔에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런던 첫 날, '호스텔 찾아 삼만리'를 한 덕분에 지도 없이 버깅엄 궁전 근처로 올 수 있었다. 근데 난 영국의 화려한 건물에는 영 흥미가 없는데다가 힘맹아리도 없어서 그늘에 앉아 널부러지게 쉬던 중에 두 여자아이가 즐겁게 잡기 놀이를 하는것을 제자리 앉은 채로 찍었다. 그래서 인물보단 나무가 주인공 같은 사진들. 이내 꼬맹이들은 부모 따라 가버리고, 난 하릴없이 카메라 뷰파인더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 근위병이 쓰는 긴 털모자를 쓴 꼬마아이가 씩씩하게 뷰파인더 오른쪽에서부터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아, 아까워라!! 힘없다고 축 쳐져있던 몸이 어느새 기력을 얻어 아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1. 캐런과의 재회 전날에 무척 아팠었다는 캐런은 나의 방문을 무척 반기며 본머스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화창한 날씨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도 좋았던지, 양말을 벗고 냇가에 발을 담그며 캐런이 하는 말. "인생은 단 한 번뿐이야. 살아있을 때 충분히 행복해야해." 2008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캐런과의 첫 만남 후,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그 날은 우연히 마르코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덩달아 캐런을 소개 받았었는데, 파울로 코엘료를 만나기 위해 영국에서 하루와 반나절을 걸려 왔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내 호기심을 사로 잡았었다. 그녀는 휴학을 하고 이런저런 여행을 하고 있다는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렇게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 연락을 하기로 했다. 페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출사하는 날에 비바람 몰아치나. 야속하다 날씨님. 거기다 바닷가 쪽으로 오니 이거 뭐 4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거짓말 같았던 날. 멋 모르고 따라온 강화도 석모도 보문사. 종아리에 알 배길 만큼 열심히 걸어올라와 잠시 멍때리며 쉬다가 가만히 못 앉아 있게 하는 날씨님 덕분에 '소원이 이루어지는 계단'을 비바람 헤치며 걸어올랐지만 세상은 온통 사이다 거품을 쏟아 부은 것처럼 뿌옇게 가려져 있었고 바다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열심히 올라와서 쉽게 내려오는게 아쉬워서 쉬엄쉬엄 내려오는데, 아까보다는 날씨가 좀 잠잠해졌는지, 뿌연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바다, 바다가 보인다. 뭐가 마냥 좋은지 뭐가 마냥 아쉬운지 지긋이 바다만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사진이지만..
Here I am. I am always waiting for you. -2011년 겨울, 홍대 근처, 탐앤탐스
처음엔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투덜댔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며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곤 한다. -2012년 겨울, 서울 신도림역
살짝 스치는 한기에도 이빨을 덜덜 떨며 길을 걷다가 멋쟁이 숙녀를 보다. (.....) 그러니까, 멀리서만 봐도 맨살인 것 같은데 스타킹 신었나 가까이서 보기엔 좀 그러니까... 그러니까... 난 지금도 맨살로 기억하고 있다. -2011년 12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매일 같이 빼곡한 숲에서 숨을 죽여 숨을 쉬고 매일 같이 나를 찾는 이 기약 없지만 매일 같이 찾아오는 오후 나를 비추는 한 줌의 햇살. 무거운 숲에서 나를 살게 하는 바로 희망. -2011년 12월 겨울, 인천 배다리
"우리가 알고 지낸지 벌써 7년이나 됐냐?" 대학교 동기인 그녀. 나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점도 있고. 처음엔 다른점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한번은 까페에서 무슨 얘기를 하다가 서로 마주보면서 호탕하게- 정말 말 그대로 호탕하게 걸걸하게 웃으면서, 그때 생각했지. 우리, 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우리가 가끔 만나는 걸 잊지 않나보다. 알고 보면 터프하고 얼핏보면 귀여운 그녀.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추운 바람을 뚫고 도착한 까페에서 추욱 늘어져 수다를 떨면서. 7년만에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했어.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감탄했다! 이 좋은 기분을 말로 다 표현 못하지. 암. 난 이 사진이 너무 좋아. 이 사람이 너 맞냐고? 너 맞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