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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마음으로 이해하기

내 마음은... 그랬다

Yildiz 2012. 4. 28. 00:52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출사하는 날에

비바람 몰아치나.

야속하다 날씨님.

 

거기다 바닷가 쪽으로 오니

 

이거 뭐 4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거짓말 같았던 날.

 

멋 모르고 따라온 강화도 석모도 보문사.

 

 

 

 

종아리에 알 배길 만큼

열심히 걸어올라와

잠시 멍때리며 쉬다가

 

가만히 못 앉아 있게 하는

날씨님 덕분에

'소원이 이루어지는 계단'을

비바람 헤치며 걸어올랐지만

 

세상은 온통

사이다 거품을

쏟아 부은 것처럼 

뿌옇게 가려져 있었고

바다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열심히 올라와서

쉽게 내려오는게 아쉬워서

 

쉬엄쉬엄 내려오는데,

 

아까보다는 날씨가 좀 잠잠해졌는지,

 

뿌연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바다, 바다가 보인다.

 

 

 

 

 

뭐가 마냥 좋은지

뭐가 마냥 아쉬운지

 

지긋이 바다만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사진이지만

오랜만에 끝낸 한 롤의 필름이라

내심 잘 나오길 기대했었다.

 

근데 스캔을 받아보니 왠,

나뭇가지들만 얼키설키 섞여

정신없다.

 

 

'사진이 왜들 이래?'

 

'36컷 사진 중에 건질게 없구만. 다음엔 잘 찍자.'

 

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한번 사진폴더를 열어

가만히 쳐다보고

 

딴 짓하다가 다시 한번

힐끗 쳐다보고.

 

자꾸 쳐다보니까 알 것 같다.

 

 

못 찍고,

잘 찍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그랬던 거다.

 

까닭 모를 한숨의 입자들과

엉켜있는 실타래의

불규칙한 선들은

 

그 날 내가 찍은

사진과 꼭 닮아있다.

 

 

그러니까,

 

내 마음은...

 

......그랬다.

 

 

 

 

 

-2012년 4월, 비만 주구장창 내렸던 주말에, 강화도 석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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