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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모두의 삶은 울린다, 여기 그리고 당신 곁에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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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모두의 삶은 울린다, 여기 그리고 당신 곁에서.

Yildiz 2015. 8. 3. 01:08

 

 


그리고 산이 울렸다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3-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저자 아마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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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면입니다, 작가님.

 

할레드 호세이니 Khaled Hosseini.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연을 쫓는 아이] (영제 : The Kite runner) 를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 후 유럽여행 중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서점에 들러 읽을만한 책이 있나 살피던 중 그의 두번째 작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발견하곤 서슴없이 집어들었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네이밍에 읽을만한 작품이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설프게 영문으로 된 책을 다 읽고난 후, 굳이 한글 번역본을 찾아 읽을만큼의 큰 열정이나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사실 이제껏 작가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름을 뭐라 읽어야 할지 입술을 삐쭘거리며 읽어보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겐 '연을 쫓는 아이'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로만 여겨졌었다.

 

딩가딩가 백수의 나날이 어중간한 요즈음. 서호주에 있는 번버리라는 작은 도시에서 지내는 것도 어언 10개월. 이제야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서 dvd도 빌려보고, 영어공부책도 빌려보았다. 읽어볼만한 책이 없나 싶어 두리번 거리던 중, 땋!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눈 감고 믿고, 선택해서 읽어봐도 될 작가의 책! 반가웠다. 손바닥한 페이퍼백이 아닌 양장본이라서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만 했지만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이지?' 궁금증에 검색을 해보았다. 영미소설로 출간된 책이지만, 작가의 원래 고향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이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도 했고, 정치적 망명의 이유로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의학을 전공하여 의사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쓴 책이 [연을 쫓는 아이]라고 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2008년에 출간되었었는데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2013년, 5년 후에 모처럼 나온 그의 신작인 것이다.

 

 

 

#타고난 이야기꾼, 할레드 호세이니

 

오랜만에 읽는 영어원서라,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어려웠다. 아, 영어의 길은 참 멀고 험하구나... 영어라는 높은 산을 오르다 지쳐 포기하고 싶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각 챕터마다 이야기의 화자- '주어'가 다른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인물에 따라 서술되는 상황과 감정들이 한 인물과 사건에 대해서 입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리Pari의 양엄마인 닐라Nila에 대해 말하자면. 파리의 삼촌인 나비Nabi는 닐라가 파리를 데리고 프랑스 파리Paris로 떠난 이후로 다시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비의 기억 속의 닐라는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전혀 다른 옷차림과 언행들- 과거의 닐라만 있다. 자유분방한 영혼의, 아름다운 신여성이었던 닐라. 하지만 이후 파리의 서술로 그려지는 프랑스에서의 닐라는 까다로운 성미의 '엄마'로 그려진다. 술에 의존하며 지내던 닐라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파리가 까마득히 잊어버린 과거에 대해서 일체의 사실을 전해주지 않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의 인물은 압둘라와 파리, 두 남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화자로 등장하고, 반세기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의 변화와 새로운 세대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서 잘 서술되어있다.

 

게다가 소설의 주요 배경이 아프가니스탄이지만 여러 나라가 언급되어져 시공간의 이동도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주요 인물, 주변 인물들이 각각의 사정에 따라서 프랑스 파리, 그리스, 미국, 터키, 인도, 스페인 등으로 거주지를 아예 옮기거나 여행을 간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한 두번 다녀온 곳이 있어서 그런지, 과거의 추억의 장소와 사람들을 덩달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나라와 문화, 환경이 달라도, 사람이 사는 삶은, 다른 듯하면서도 닮아있다. 어린 압둘라, 쌍둥이 동생을 질투했던 파라와나 (후에 압둘라와 파리의 양엄마가 된다), 파리의 삼촌이나 파라와나의 오빠인 나비, 나비가 하인으로 지냈던 저택 근처에 살았던 이디리스, 프랑스에서의 삶을 서술하는 어른이 된 파리, 나비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에 우연히 찾아온, 그리스 의사 마르코스, 미국으로 망명간 압둘라 가족, 압둘라의 딸이 서술하는 마지막 이야기 등. 가족, 가까운 사람 사이의 배신, 사랑, 열정, 그리움...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들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등장인물의 성격 중 내가 닮아 있는 것에 공감하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밤새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어제 책에서 읽었던 감흥과 연관된 과거의 무언가가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팝' 튀어올랐다.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 뭐가 나오나 싶었더니... 나의 뇌를 요리조리 주물르고, 해묵은 감정들이 기억의 문 뒤로 가둬지지 않게 해방시켜서 결국엔 그 추억들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실마리가 되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구나. 책이 그런 역할을 할수도 있는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다. 

이야기의 절반이 지나고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마르코스 발바리스라는 그리스인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챕터가 있다.

탈리아Thalia라는 여자아이와의 추억이 주로 언급되어있다. 그녀가 마르코스에게 카메라를 만들어주고, 셔터를 누르기까지 1부터 120까지 세우는 과정, 숫자를 세우는 사이사이에 그가 그동안 겪어온, 탈리아를 찍은 사진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있는데. 이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가 되었다.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도 인상 깊고, 영화의 연출장면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코스가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서 나누는 대화와 그의 생각은, 파리와 압둘라의 이야기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깨달아야 하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p.340

She levels her gaze at me evenly. Then she adds a teaspoon of sugar to her cup, slowly stirs it in.

"It's a funny thing, Markos, but people mostly have it backward. They think they live by what they want. But really what guides them is what they're afraid of. What they don't want."

 

 

(마르코스 엄마의 말, "참 우스운 얘기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거꾸로 간단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따라 산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정말로 그들을 끌고 가는 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야.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다")

 

 

-p.344

 

I am fifty-five years old. I have waited all my life to hear those words. Is it too late now for this? For us? Have we squandered too much for too long. Mama and I? Part of me thinks it is better to go on as we have, to act as though we don't know how ill suited we have been for each other. Less painful that way. Perhaps better than this belated offering. This fragile, trembling little glimpse of how it could have been between us. All it will beget is regret, I tell myself, and what good is regret? It brings back nothing. What we have lost is irretrievable.

 

 

(마르코스의 말, "후회의 좋은 점이 무언가? 후회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는다. 우리가 잃은 것은 돌이킬 수 없다." - 번역본을 찾지 못해서 자가번역함...=_=;;;)

 

 


#모두의 삶은 울린다. 여기 그리고 당신 곁에서.

소설의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사실 좀 우울해졌다.

 

마르코스의 엄마도 결국엔 병에 걸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했고, 압둘라의 부인은 난소암에 걸리고...

압둘라는 치매에 걸려서 여동생과의 오랜만의 상봉에도 동생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토록 보고 했던 여동생을 기억할 수 없다니. 그리고 술레이만 와다티. 대저택의 주인 또한 뇌졸증 같은게 와서 사지가 잘 움직이지 못해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카불에서 마르코스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 암라가 입양한 로시라는 아이의 가족 이야기는 참혹했다.

 

거의 모든 챕터마다 아픈 사람들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고 싶어도 못하는, 혹은 자신을 너무도 사랑해서, 혹은 나보다 타인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


시대와 공간이 달라도, 사람과 사람 이야기는 계속 되고, 감정과 감정이 공유되고, 계속 된다는 기분이 들었다.

 

각 상황에서 인물들이 강요받는 선택, 그런 상황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무력감, 내 인생도 어쩌면 비극일지 몰라 싶은 무력감과 함께, 결국엔 지금 이렇게 지내는 게 내 인생의 전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는 내 인생의 이야기또한 이야기구나. 모두들의 이야기 또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 또한.

 

어떻게 보면 비극이고, 어떻게 보면 희극인 인생을, 어떤 관점에서, 어떤 감정을 선택하며 사느냐에 따라 다른 버전의 서술이 나올 수 있으니... 사람마다 모두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달고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의 과거를 뒤늦게 알게 되고, 어렷을 적 헤어졌던 오빠를 만났지만 늦게 찾아오게 된 파리.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려야 했던 과거, 자신이 놓치게 된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자신의 운명에 대해 비참해하기보다는 지금을 받아들이고, 그 누구 탓도 하지 않았다. 삶이 주는 것이 불행이든, 행복이든. 지나간 것들 붙들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목매지 않는 지혜. 삶의 연륜과 지혜로움이 아름다운 것 같다.  

 

 

책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문장에 너무도 매료되서, 나중에 또 찾아 읽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 작가를 직접 만나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아!" 90도 각으로 넙죽 인사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추천, 꾸욱!

 

그리고 산이 울렸다
국내도서
저자 :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 왕은철역
출판 : 현대문학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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