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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당신의 기적을 만들어가세요

Yildiz 2015. 10. 15. 18:2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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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보다 책 제목이 먼저 익숙해졌던 책. 일본 소설을 잘 챙겨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유명한 작가라 한들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그리 궁금하진 않았었다. 다만 책 표지와 소설의 제목이 인상깊어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 책이 출간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기가 있어 서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어서 '친근'했다. 책 제목이나 표지가 시선을 끄는데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 번 읽어봐야지 싶었다. 그러다 결국엔 책이 출간된지 3년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어야지!!!' 라는 마음이 생겨서 읽은 게 아니라,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에서 언급이 되어 궁금증이 일었다. 역시 책은 '읽어야해.' 라는 마음보다 '이건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책에 대한 집중도도 높고, 빨리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작가는 실제로 이 소설을 누구나 읽기 편하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니, 그 다음 내용이 너무도 궁금해서 책만 파고 들게 되었다. 인물에 대한 세부묘사는 중요하지 않았던지 내용에 치중된 이야기 전개는 등장인물 모두를 인물1,2,3,4,5,.... 이런 식으로 기억하게 만든 단점이 있다. 그래서 대화체 문장을 읽을 때에는, '누가 이 말을 하는 거지'? 싶을 때도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른 사람이면서 모두 같은 사람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추리소설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이야기 전개 방식과 구성이 잘 빚어낸 도자기 같은 매끈한 기분을 들게 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나미야 잡화점에 몰래 들어온 3명의 도둑은, 우연히 잡화점 대문의 우유통에 누군가 넣어둔 편지를 읽고 답장을 하기 시작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는 가게의 번창보다는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진중하게 대답해주는 것에 많은 열정을 쏟는 분이셨다. 심지어 어린 아이의 장난기 어린 질문에 재치있는 대답을 해주고, 또 실제로 그 답변이 그 사람의 인생 진로에 있어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도 나온다.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도 나미야 잡화점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는다.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잡화점을 팔지 않고 그대로 두도록 부탁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잡화점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일들에 3명의 도둑은 우유통에 고민 편지가 도착하면 답장을 해주고, 다시 답장을 기다린다. 

 

3인조 도둑의 이야기 장이 끝나면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프로 가수가 되는 꿈을 접고, 가업을 이어야 할지 고민하는 아마추어 가수, 올림픽 대표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사랑하는 이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이라 훈련에 전념할 수 없었던 여자 운동선수, 사업이 망하자 야반 도주를 준비하는 부모를 믿고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고등학생,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사무직과 호스티스 일을 동시에 하고 있던 젊은 여성의 이야기 등등.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다보면 '이게 잡화점과 무슨 관련이 있지?', '서로 무슨 관련이 있는거지?' 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그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가 있고, 연관된 무엇이 있음을 작가는 넌지시 알려준다. 

 

우연인지, 운명인건지, 3인조 도둑이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 답장을 해준 편지들은 모두 과거에서 온 편지들이었다. 그 편지를 읽고, 도둑들이 답장을 다시 우유통에 넣으면 과거의 사람들이 그 답장을 찾아갔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송되는 편지라니. 나미야 잡화점의 우유통이 실제로 존재하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고민을 적은 편지를 넣으면, 나도 누군가의 통찰력이 있는 답변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손을 집어 넣으면 무엇이 나올지 모를 기대되는 마법 항아리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나의 미래를 알려주세요." 라는 질문에 인생 결정론적인 답변이 중요하기보다는
"나의 미래는 스스로 선택하겠어요." 라는 올곧은 마음을 가진 자만이, 인생이란 큰 도화지에 원하는 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미야 잡화점에 몰래 들어온지 얼마 안된 도둑들은 잡화점 우유통이 이상하다고 여겼고, 그 중 한 명이 빈 내용의 종이를 우유통에 넣었다가 다시 확인하니 사라져 있었다. 책이 첫 장에 나왔던 내용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소설 마지막 장에 도둑이 미래에서 보낸 빈 내용의 편지를 과거의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받고 정성어린 답변을 보냈다는 글이 나온다.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나미야 할아버지의 마지막 상담 편지 답장이다. 소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이 글이 내 마음에 쏙 들어 몇 번이고 읽어보았다.

나미야 잡화점에 몰래 들어와 신기한 일을 경험한 삼인조 도둑에게 할아버지의 편지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데 부적이 되어준다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도 통하는 일일 것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망설임없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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