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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이야기 22] 순례 20일째, 이탈리아 요리를 먹기 위하여!! 본문

까미노, 그 길을 걷다

[까미노 이야기 22] 순례 20일째, 이탈리아 요리를 먹기 위하여!!

Yildiz 2011. 1. 13. 00:56


마음 먹은 목적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출발

오늘은 꼭 머물고 싶은 알베르게가 있다. 바로 Santibanez de Valdeiglesias 산티바네즈 데 발데이글레시아스라는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다. (마을 이름 외우느라 혼났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이 곳은 이탈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곳으로 저녁에 이탈리아 음식을 해준다고 한다. 전에 한번, 온타나스에서 출발한 날에 이탈리아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알베르게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꼭 이 마을까지 가고 싶다. 이탈리아 사람이 해주는 이탈리아 음식을 먹기 위해서!!



알베르게를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갈림길이 나왔다.
간단하게 표지판만 있으면 될 것을 누가 장난친 것처럼 아스팔트에 페인트로 어지럽게 적혀있다.  
하나는 도로변을 걷는 길이고, 다른 길은 오솔길이다.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길 보다는 매연 없고 조용한 곳이 더 좋기에
옆길로 새지 않고 곧은 길로 걷기 시작한다.


내 그림자, 마음에 든다. (다리가 길어보여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 아직 이른 아침인 탓도 있겠지만, 인적도 드물다.



자, 저기 길 끝에 다다르면 무엇이 나올까?



한 걸음, 한걸음이 모여
길 끝에 서니, 또 다른 길 끝이 보인다.
저 끝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역시나.
어디로 닿을지 모를 길이 주욱 이어져 있다.
걷다보면, 마을에 도착하기도 하고, 쉴 수도 있겠지!



앞서가는 사람도, 뒤로 오고 있는 사람도 없어
홀로 노래를 흥얼거려보기도 하고,
여행 오기 전 후배에게 선물 받은 오카리나를 연주해본다.
연주법을 잘 모른다는 게 문제이지만. ^^;



오늘 첫번째로 지나는 마을. 아직 기력도 있고 해서, 좀 더 걷고 다음 마을에서 쉬기로 한다.
마을을 지나서는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흙길이 시작되었다.





길을 걷는 중에 간간히 뒤를 돌아본다.
이쯤이면 순례자 한 두명 쯤은 스쳐 지나가거나 그림자나마 얼핏 볼 텐데,
왜 없나~

아, 그러고보니
오늘 코스가 두 갈래길로 나눠져 있다보니 만날 수 있는 순례자가 그리 많지 않겠구나. 
어쩌면 완전히 혼자 걷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케이티가 나를 따라잡았다.



내가 카메라로 그녀를 맞이하자, 재미있는 포즈를 취해준다.


Welcome to my house!

 

 

케이티와 단둘이 걷는게 처음은 아니라서,
예전에 했던 얘기 또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뭔가를 말하자니,
이야깃거리 찾기는 힘들고.
사실 내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만 한다면
뭐라도 시부렁거릴 수 있을텐데 실력이 안되니 원. 답답허다.
왜 케이티와 함께 있을 때는 뭔가 말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는 걸까-ㅅ -?
 
혼자 이런 고민을 하면서, 우리는 말없이 고요히 걷는다.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바. 화장실 이용에 필수!


바에 들러 화장실만 이용하고, 마을 더 깊숙이 들어가 작은 상점 하나 발견했다. 간단히 먹을 것을 산 후 케이티와 그늘에 나란히 앉아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마을을 벗어나 들어선 돌길에서 바닥의 돌들과 다른 색인 것을 골라 누군가에게 보내는 듯한 메시지를 만들어 놓은 걸 발견했다. 정 가운데의 돌에는 Buen Camino 부엔 까미노 라고 적혀있다


순례자의 길을 잘 걸으라는 뜻.


사소해보이는 이벤트 같아보일 수 있지만, 지나가는 순례자 입장에선 참 힘이 되는 말이다. 앞서 간 순례자의 마음이 고마워 돌을 보며 씨익 웃어보인다. 그대도 부엔 까미노 하기를!



마을의 입구쪽에 최근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벽타일이 있다.










아침나절 동쪽에서 비추어 기나긴 그림자를 만들어줬던 태양이 어느새 성큼 머리 위로 올라왔다.



새벽같이 걸어온 순례자의 그림자가 짧아질수록
순례자는 지치게 마련이다.

우선은 걸어야 어디든 도착하니,
아무 말 없이 걷고 있는 케이티와 나는 아무 상관 없어보일지 몰라도,

그래도 그녀가 앞서 걷고 있으니
나는 그 뒤를 조용히 밟아 가고 있는 것이다.
혼자 걸으면 더 뒤쳐졌을지도 모를 길을
누군가 앞서 가고 있으니, 나도 힘을 내어 뒤따라 가고 있다.
케이티 체력은 대단하다! 를 외치면서.




하지만 이내 그녀를 홀로 떠나보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걸어가자.

케이티 뒤를 졸졸 따라 걸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와 간격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더이상 못 걷겠다 싶었을 때.
난 걷다 말고, 한데 우뚝 가만히 섰다.
케이티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텐데,
입안에서 목소리만 맴돌 뿐...

결국,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혼자 보냈다.

그녀가 길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뒤돌아봤으면 했지만
그 길로 그녀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케이티 입장에서는
말 없이 내가 사라진 것처럼 여길 것 같아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그녀와 멀어진 것을 마음 편히 먹어야겠다.

나름대로 나만의 호흡을 조절할 필요성이 있으니까.



#휴식, 그리고 다시 걷기

나무가 그리는 넓은 그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배낭 옆구리에 넣어둔 깔개를 꺼낸다.



등산화를 벗고 양말도 벗은 채 지친 발을 쉬게 한다.
베이비파우더를 발에 듬뿍 뿌린 채 발가락을 오목조목 움직여본다.
시원하다, 간간히 부는 바람.  


아까 마을의 구멍가게에서 얼핏 본 순례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다가,
편히 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그녀도 배낭을 내려 놓고 쉬기 시작한다.



그녀는 미국에서 스페인어 선생님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아까 슈퍼에서 봤을 때 스페인어를 그렇게 잘 했구나!

까미노에서 만난 한국 친구가 그녀에게 한국어를 조금 알려줬었는데
한글은 정말 아름다운 언어 같다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한다.
그녀는 '비둘기' 라는 단어가 아름답게 들린다고 하는데, 내 웃음이 비웃음으로 비춰졌을런지 모르겠다. 한글이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슬금슬금 호기심이 생긴다.


내 배낭과 등산화. 등산화 밑창이 어느정도 두꺼워서 좋은 것 같다.



미국인 순례자가 먼저 일어나 자리를 뜬다.
나는 좀 더 느긋하게 그늘에 앉아있는다.
혹시나 내가 아는 이가 올까봐 지나온 길을 내다보지만, 좀처럼 순례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늘이 되어줄 구름은 저 멀리.
앞으로 얼마나 많이 걸어야될지는 모르겠지만,
부지런히, 그러나 태양 아래서 너무 지치지는 않도록
메마른 땅을 걸어야한다.


작은 마을을 그냥 지나친다. 우선은 빨리 목적지에 가서 쉬는게 더 좋으니까.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디로 갈런지?



이 더운 날에도 꽃을 피우는 작은 꽃. 생명이 참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되는 까미노 길.



순례구간을 나타내는 도로 표지판인 걸까?




#Hospital de Obrigo에 도착하다!

까미노 지표를 따라 걷다 발견한 멋진 광경!
굉장히 매력적인 다리가 있다. 그것도 참 오래되어보이는!
'오늘의 목적지를 바꿔버릴까?'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이곳에서 하루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혹적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홀로 걷기가 무척 지쳤었는데, 이 마을을 들어선 것 자체가 하나의 선물같이 느껴져 기분이 무지 좋아진다.


스페인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중세 다리.

 

(이 다리는 소위 '명예의 통로(Paso Honroso)' 라 불린다. '성스로운 해'인 1434년 유명한 마상창술 시합이 이곳에서 개최되었다. '돈 수에로 데 키뇨세스' 라는 레온 출신 귀족이 아름다운 귀부인에게 모욕을 당한 후, 이 곳을 지나가려는 기사가 있다면 누구든지 그에 맞서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한 달동안 300개의 창이 부러질 때까지 이 다리를 훌륭히 막아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영감을 제공한 곳으로도 유명함. )




다리 바로 앞에 있는 거리. 무슨 축제라도 있었나?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 물살 한가운데서 어떤 이가 낚시중이다.




분명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천막이며, 관객석이며...
왠지 뒷북 친 기분에 아쉬움이 백만배 커진다.
게다가 거리에서 사람마저 찾기 어려우니, 이게 뭔가 싶다.




마을로 깊숙이 들어가다가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마가렛과 헤르만씨를 만났다!
어제 힘들어서 레온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는 헤르만씨가, 나보다 훨씬 미리 와 있다.
무척 피곤했었다는건 거짓말인 것처럼. 

헤르만씨는 당신이 좋은 알베르게를 안다며 나를 데려가려고 하신다.

"저 오늘 여기서 안 머물러요. 다음 마을까지 갈거에요."

"세상에.  넌 작으니까 많이 걸으려면 물도 많이 마시고, 많이 먹어야해."

나를 걱정해주시는 아저씨가 참 고맙다.
물이 가득 들어있는 페트병을 보여드리며 걱정마시라며 웃어보였다.
아저씨가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걸 보니, 기력을 회복하셨나보다. ; )
워낙 일찍 일어나 잘 걷는 아저씨니까, 내일도 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과 헤어진 후, 길가에 있는 어느 알베르게를 발견하고는 들어간다. 까미노 완주할 때까지 크리덴시알에 빼곡히 스탬프로 채우고 싶기 때문에, 스탬프 하나 받기 위해서다. 스탬프 무늬도 가려서 받는 까탈스러움이 생겼지만, 아까 봤던 멋있는 다리를 본 기념으로 꼭 하나 찍고 가야겠다. 다행히 스탬프 무늬가 나쁘지 않다. 마음에 든다. 


몸은 고되지만, 맑은 날씨와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면밝은 에너지를 받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이미 해는 정점을 지나고, 대지는 한창 달달 데워질 이 시간.
현지인들도 거리를 잘 안 돌아다니는 시간, 순례자도 아침 일찍 걸었으면, 이제 알베르게에 한 자리 잡고 쉬고 있을 때다. 하지만 난 아직 목적지에 이르지 못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내가 목표한 마을, 산티바네즈(이하 생략) 까지는 약 7km 정도 남았다.
빨리 도착하면 1시간 반 안에, 좀 느리게 걸으면 2시간 정도 더 걸으면 될 것 같다.










중간에 작은 마을 하나를 지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안에 있는 건지, 참 조용하다.
오직 내 발걸음만이 조용한 거리를 깨운다.


시골길이라 참 조용하다.





산티바네스까지 1.7km



한 30분정도만 걸으면 도착하겠다. 야호!
내가 갖고 있는 자료를 보면 오늘의 코스는 약 31.7km로 계산이 되는데, 사실 오늘은 길이 두 갈래라 어떤 길이 내 자료에 적혀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글쎄... 오늘은 그 어떤 날보다도 긴 거리를 오랫동안 걷는 듯한 기분이다.
체감거리는 35km.... 랄까.


홀로 걷는 산 길이 조금 무섭긴 하다.




작은 나무와 풀들을 지나, 탁 트인 시야가 있는 곳으로 나온다.
저기 마을이 보인다.
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는 왼쪽으로!



짜잔~!!



산티바네즈의 알베르게 입구.


마을을 어느 정도 들어온 다음,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알베르게를 발견했다.
내가 거의 꼴지로 온 것 같다. 이렇게 늦게 알베르게에 도착하기는 처음이다. 오후 5시를 넘어 거의 6시가 다 되어간다. 저녁 포함 13유로를 지불하면서, 왜 아침은 공짜라는 얘긴 안 할까 궁금해서 물어보려다 말았다. 내일 아침에 한번 살펴봐야지. 

저녁식사가 무지무지 기대가 된다. 후훗
침대 하나 배정 받고, 초스피드 샤워 후 마을을 구경하러 나온다.


마을의 성 삼위일체 성당. 순례자 산 로케와 무어인 처단자 산티아고의 상이 있다.


항상 성당은 문 열고 들어가기가 조심스러운 곳인데, 문이 열려있어 부담 없이 발을 내밀었다.


성당 내부 정면

 



작고 아담한 성당. 큰 도시의 성당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함이 주는 매력이 좋다. 이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과 함께 했을 어마어마한 시간을 상상해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성당 맞은 편에 있음.



마을이 작아 더 돌아볼 것도 없어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뒷문으로 나가니 정원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아는 얼굴을 찾았다.
군이다!

군도 나보고 왜 늦게 도착했냐며 인사한다.
군은 아침에 그 갈림길에서 도로길을 택해 왔다고 한다.
으흠, 그게 지름길이었을까? -ㅅ -? 군은 나보다 늦게 출발했었는데...

어제 군에게 이탈리아 음식 먹으러 이 알베르게에 갈거라고 알려줬었는데,
군도 여기에 올줄이야!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군. 스웨덴에서 왔다.



테이블 셋팅중~



It's time for dinner!



#드디어 저녁 식사시간!!



꺄악~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다!!
오늘은 순전히 이 곳 음식을 먹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여기까지 걸어왔다.

보통 기념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을 잘 안하는데,
만찬을 즐기는 모습은 꼭 담고 싶어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파스타는 소스가 좀 더 많았으면 했지만, 그래도 담백한 토마토 소스에 먹어서 참 좋다.



먹으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아주 입이 귀에 걸린다.
우걱우걱 먹느라 바쁘고, 틈틈이 사진 찍느라 바쁘고. ㅎㅎ



그동안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먹던 음식이 조금 느끼했다면,
이탈리아 사람이 만들어주는 요리는 조금 덜 느끼하고, 삼삼하달까.


마지막으로 디저트 먹는 시간! 오, 정말 먹음직스러워~ +ㅅ +




히히히, 좋아라.


즐겁게 먹는 내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군이 기념사진 찍어준다고 한다.
디저트 접시를 들고 찰칵.
캬,

오늘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
행복해 증말.


식사를 다 마치고, 군과 함께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마을 사람은 얼마 오지 않았다. 연세가 지긋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과
순례자 네다섯명.

함께 기도를 하는 시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고작
Madre, Padre, Nosotros.. 밖에 없지만

난 앞으로의 내 여행의 행운과 안전을 빌며
더불어 함께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행복도 빌어본다.





#내일은 어디까지 걸을까?

내가 머무는 방에 나 혼자 자는 줄 알았는데,
미사 끝나고 방으로 들어와보니, 남자 순례자가 한 명 있다.
(으아........)

나는 2층 침대. 그 사람은 옆 침대의 1층.

조금 두렵긴한데,
괜찮겠지..? =ㅅ =

내일은 어디서 머물까?
조금 고민이 된다.
Rabanal del Camino 까지 가려면 하루에 몽땅 걷기엔 힘들 것 같고,
중간에 Astorga 에서 머물고 이틀에 걸쳐 Rabanal 까지 가자니,
하루 걷는 길이가 20km 미만이라 너무 적은 것 같고. 그런데 Rabanal에서 하룻밤 꼭 자고 싶고...

으흠... 잘 모르겠다.
우선 걷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알베르게의 작은 방 안에서




오늘의 코스>ㅅ <!!



오늘의 지출=ㅅ =!!

숙소(저녁포함) 13 + 슈퍼(쥬스, 바나나, 쨈) 1.7  = 14.7유로



오늘의 스탬프~





정말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하는 까미노 여행기.

"두렵다고 우회하거나 서툴다고 포기하면
평생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언젠가 포스트잇에 적어논 문장을 하루에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일기장에 서슴없이 글 쓰는 것마냥 하기엔 블로그는 개방적이라 그런지
부담감도 있고,
한번 이렇게 내놓은 글은 더이상 저만의 글이 아니기에
쉽사리 건드리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 글을 끝마쳐야  다음 여행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걸 완성하지 못하면, 앞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테니까요.

아주 좋은 여행이었기에, 글을 가다듬으면서,
다시 그때의 일들을 되새기며,
지금의 나를 찬찬히 바라봅니다.
깨달은 만큼 살고 있는지를.

글은 삭혀야 제맛이라는데,
더이상 글을 삭히다가는  제가 먼저 삭을 것 같아서... 콜록콜록.
이만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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