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까미노 이야기 18] 순례 16일째, 까미노는 특별한 곳이야! 본문

까미노, 그 길을 걷다

[까미노 이야기 18] 순례 16일째, 까미노는 특별한 곳이야!

Yildiz 2009. 11. 10. 23:55


까미노, 스페인에 있지만 "스페인" 같지 않는 길. 
2008년 6월 8일 일요일


"왜 사람들이 아침을 많이 먹는지 이해할 수 없어. "

기다란 식탁 정 가운데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아주머니가 한소리 하신다.
아침부터 영어로 잔소리를 듣다니,
게다가 '밥심으로 산다' 고 자부하는 한국인이 들으면 섭섭해할 소리다.

몸살기운과 감기를 겪은 나로선 아침 나절 순례길에서 버티려면 많이 먹어둬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엔 삶은 계란, 오렌지, 빵 반 조각, 요거트 한 컵이 있다.

안그래도 밥 없어서 서러운데,
혀에 가시가 돋힌 듯이 입맛이 싹 사라져버렸다. 
 
"아침에 커피 한잔에 간단히 먹으면 되는데,
불라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주머니의 잔소리.

'혹시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듣는걸로 생각해서, 대놓고 얘기하는 걸까.
나보고 하는 말일까?'

혹여 내가 지탄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어서 
서론을 모른채 본문만 듣고 앉아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평생동안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먹고 살아왔다는게 사실일지라도
세상 모든 이에게 통용되어야만 하는 진리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을 많이 먹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건 참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나름 살아온 방식이 있을 테고,
아님 그날따라 많이 먹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 데 말이다.

나이가 제법 들었음에도,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흰머리를 보니 천천히 숨이 막혀온다. 
나는 나이 먹어서 저러면 안될텐데...


못다먹은 오렌지와 빵은 배낭에 도로 넣고 주방을 어서 빠져나온다.

 




날씨가 꽤 흐린걸 보아하니, 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일찍 잠을 잤어도,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자서 그런지 기분이 개운치가 않다. 

손가락 마디 사이가 간지러워 나도 모르게 긁는다.
어라, 물린 데가 한 군데도 아니고 서너군데나 되네.
'모기에 물린건가?'

하지만 모기에 물린 것과는 뭔가가 다른 느낌의... 표현하기 힘든 가려움!!!

'혹시..
이게 그.. 사람들이 말하는 벌레에 물린 걸까. 베드버그?
에이, 설마.... 아니겠지..'

라고 믿고 싶지만,
경험상 모기는 아닌것 같다. ㅠㅅ ㅠ.

아. 매트리스는 깨끗해보였는데...
결국 나도 이런 벌레에게 물려보는구나.
나도 모르게 자꾸 긁게 되는 중독성이란...



앞서 가는 순례자 중에 눈에 띄는 배낭이 하나 있다.
우산과 매트를 한쪽에 끼고, 배낭 앞엔 작은 곰돌이 인형이 매달려있는.
부피가 작은 배낭. 
 
배낭의 주인은 이번 까미노가 처음이 아닐게 분명해!!.
이 분은 왜 다시 까미노를 찾아왔을까?

궁금함을 못 이겨 다가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온 순례자로 이름은 하이디.
아주머니의 성함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선 알프스 하이디가 샤랄라~ 하니 뛰논다.
하지만 지금 나와 얘기중인 하이디는 키 작고 통통한 중년의 여인.
혼자 몰래 피식 웃는다.


"이번이 두 번째 까미노인가요?"

"아니, 네 번째야."

이럴수가!!!!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닌,
네 번째... 라니.
그야말로... 헉!!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이 아주머니를 다시 길 위로 불러오게 했을까.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
오래된 성당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서?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와우!! 정말요??? 왜 네 번씩이나 까미노에 오신건가요?"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

예상치 못했던 답변을 얻은터라 잠시 당황했다... 
아니, 그보다도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데에 당황을 했다고나 할까.


사실 누군가 내게 까미노를 왜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난 열린 마음으로 이것저것 얘기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마음껏 내놓고 한껏 고민하는 이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닫다니...

어쩌면 나는 그동안 순례길로 불려오는 사람들의 까닭를 몇 가지로 구분하여 단순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나' 라는 기준을 중심에 두고서 말이다...  

하이디 아주머니의 예민한 문제를 건드려서인지,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까미노를 걷는 이유를 묻는 것이 때론 상대방에겐 지나친 관심이 될 수도 있구나...


"내가 이 길을 또 걷겠다고 했을 때, 남편과 딸은 나보고 미쳤다고 했어.
하지만, 나는 이 길 위에서만큼은 평안하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거든. "


이젠.. 내가 아주머니의 평화를 돌려드려야할 차례인 것 같다.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드리고는
자연스럽게 앞서 걷기 시작한다.




끊없이 펼쳐져 있는 들판만 실컷 보며 걷다가 
들판 한 가운데 일렬로 줄서지어 있는 나무들의 풍경을 발견하고는 내심 반갑다.

왜 여기에 한 줄로 나란히 세워져 있을까? 예전엔 어떤 풍경이었을까?
왜 왼쪽편에는 나무가 없지? 영역 구분 표시인걸까?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걸까?

과거를 알 길 없는 나무들이
조금은 위대해보이기도
조금은 어색해보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더 위대하다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진다.




하늘을 두텁게 덥고 있는 꾸릿꾸릿한 구름 아래에서
어제 했던 고민들이 되살아나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한국은 지금 난리가 났을 텐데,
난 정말 태평세월을 보내고 있구나...


그것보다도...

내가 상처를 주고 떠나온 사람 생각에 참 우울해진다.



지금의 나를 있게한 것들에 대한 고민 없이
인생을 생각한다는 것은 불완전해보인다.


복잡다난한 인간의 생을 까미노에 비유하기엔
까미노는 너무 단순한 패턴만을 상징하고 있진 않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엉킨다.


어이쿠, 이런!
빗방울 떨어진다!




우울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걷느라 한동안 마을을 지나친 적이 없다는 것을...
다가오는 마을의 정경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뒤를 돌아보면 하늘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지만
앞을 바라보면 구름 사이에 휑 하니 구멍이 나 있다.

 

밝은 빛으로 순례자를 맞이하는 마을.




마을의 입구와 가까운 바는 말 그대로 문전성시.

오랫동안 걷느라 화장실에 못 다녀온 사람들, 아침을 먹지 않고 걸었을 사람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려는 순례자들로 북적북적.

빈 테이블을 가까스로 얻어 코코아 한잔을 시키고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모처럼 의자에 앉아서 쉰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없다.. ㅎㅎ

코코아를 다 마셨을 때쯤, 빈 자리를 찾는 순례자 일행이 있어 자리를 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바에서 밖으로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 아주머니, 한국인 부부님을 만났다. 어제 머물렀던 마을에서 루이스가 보이지 않아서, 어디 갔는지 아냐고 여쭤보니, 루이스는 어제 너무 힘들어서 호텔에서 묵었다며 웃으시면서 알려주신다. 하하.




내 생애, 한나절동안 이렇게 인사를 많이 해보는 날들이 있었던가.
스쳐가는 순례자에게 인사를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스페인에 왔으므로, 나는 스페인어 인사를 즐겨 사용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꼭 "봉쥬르~" 인사를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가서도, 아니,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자국어로 인사할 것 같다.
상대방이 으레 자기네 인사말을 알아들을 걸로 미리 판단하는 경우도 있겠고,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어도 인사말 쓰임이 널리 알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인사만 하며 스쳐가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때론 몇 시간이고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만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국적추정 불가의 한 순례자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약간 머리가 벗겨지고, 백인의.. 아직 30대는 아닌 것 같고... 알고 보니 그는 스페인 사람! 이름은 오스카르 (Oscar). 타라고나에서 왔다는데, 내가 모른다고 하자, 바르셀로나 근처에 있는 도시라며 알려준다.
 
처음 만나는 순례자끼리는 참 할 얘기가 많다.
우선 자신의 신원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여 일명 "나의 까미노 보고서" 가 줄줄 읊어지게 된다. 
 
언제, 어디서부터 걷기 시작했는지, 오늘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에 묵을 건지 까미노를 총 몇일 동안 걸을 건지, 피니스테레까지 걸어갈 것인지 등등

그는 이번이 두 번째 까미노 인데, 첫 번째 까미노는 친구들과 함께 100km 정도 걸었단다. 그 후, 다시 오겠다고 벼르던 차에 15일 휴가가 주어져서 왔다고 한다. 

15일만에 산티아고 입성을 원하는 그. 
하루에 기본 40km 이상은 걸어야 순례길을 완주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놀랐다. 
 
매일 매일!! 40km 이상을!!

뭐... 나 같은 체력으론 어림도 없지만,
건장한 남성의 체력이라면... 가능한 일이겠지...

하긴, 죨드(헝가리에 있는 자기 집에서부터 걸어온 순례자) 도 하루에 60km 를 걷는 날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천천히 걷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넌 스페인에서 사니까, 조금 시간을 내서라도 다시 올 수 있잖아." 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그의 까미노가 어떻게 끝마치게 되든 간에 스스로 깨닫는 게 있을테니까.
 
대신에 "왜 자전거로 까미노를 하지 않았어?" 라며 물었다.
자전거로 순례를 한다면, 하루에 힘들게 40km 이상씩 걸을 필요가 없는데다 15일정도면 산티아고에 닿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까미노를 걷는 것과 자전거 타는 것의 경험은 다르다고 생각해. 
길을 걸으면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대화하며 함께 걸을 수 있잖아. 하지만 자전거는 혼자 타고 가야하니까 그런 기회를 놓치는 거지. "

"맞아! 나도 다시 까미노에 온다면, 또 걷겠어!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휴가가 15일 밖에 안되는데. 왜 까미노를 선택했어?"

"처음 친구들과 까미노에 왔을 때, 정말 좋았어. 그래서 또 오고 싶어했지. 그 땐 100km 정도만 걸었으니, 이번엔 좀 더 많이 걸어보고 싶었어. 까미노가 스페인에 있지만, 스페인 사람인 내가 봐도, 여긴 스페인 같지 않아.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중에 스페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독일, 프랑스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찾아오지. 사람들과 대화할 땐 스페인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쓰여. 내가 사는 곳에선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데 여기에선 영어를 많이 쓰니까, 회화 실력도 기를 수 있지. "

"그리고, 여기는 도시와 떨어져 있잖아.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왔어. "  

하긴, 길을 찾거나, 가게에서 계산을 하거나 혹은 화장실을 찾을 때 ... 사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페인어를 길게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열악한 내 스페인어 실력 탓도 있고, ㅎㅎ )
그나마 영어는 어린애마냥 종알댈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까미노,
역사적, 종교적 이유로 심오한 의미가 있는 곳.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들여 다양한 빛을 품는 곳.
 
특별한 길, 까미노. 

난 이 길이 정말 좋다.


계속해서 대화하면서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의 걸음 속도에 맞춰졌다. 
혼자 걸었으면 30~ 40분 후에나 도착했을 거리를 빠른 속도로 지나쳐왔다. 그래서 생각보다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에 일찍 도착했다.

'와우! 이 정도 컨디션이면 더 갈 수 있겠는데? 오스칼 따라서 더 걸을까?'

더 걷기를 소원하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욕심이 과하면 못 쓰는 법. 하루 동안 열심히 걸어온 내 발목의 안녕을 위하여 나는 이만 쉬는 게 좋겠다.

마을 입구 바로 전에 새로 생긴 듯한 알베르게를 지나치고, 마을 안 쪽에 있는 알베르게를 골라 들어왔다. 그는 내 이름과 메일 주소를 수첩에 적고선 알베르게 주인에게 기념촬영을 요청한다. 그의 오늘 목적지는 Sahagun. 으흠. Sahagun은 여기서 13킬로미터는 더 걸어가야 한다.

부디 부엔 까미노 하길!


숙소 등록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니,
두둥!
이층 침대가 아닌 '보통' 침대 6개 있다. 얏호! 요 몇일 만날 이층에서 잤는데, 오늘은 좀 편히 잘 수 있겠다!

방에는 나 이외에 프랑스 부부, 미국인 커플도 함께 머문다.
모두 안면이 있는 순례자들이다.  
부인은 홀로 두고 앞질러 걷는 '아저씨' 네 부부.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은데, 한번도 말 붙여보지 않은 커플.

여자애가 프랑스어로 유창하게 부인께 뭐라뭐라 얘기한다.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온건가? 
영어에, 프랑스어까지.
배 아프다. 이 놈의 놀부 심보.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까미노를 걷다니. 

이윽고, 여자애가 내게 다가와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보는데, 얼렁뚱땅 대답하며 눈길을 피한다.
아하하하. =ㅅ  =

뭐, 속 좁은 나의 마음.
그러려니 한다. 
모든 여성이 테레사 수녀님처럼 마음이 호수 같을 순 없으니.  


샤워를 하러 간 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순례자를 만났다.
우선 백인이 아니라서, 국적이 어딘지 궁금했다.

"난 미국인이야. 넌 한국인이니? 
"응"

"안녕하세요."

"오~~ 한국말은 어떻게 알아?"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 맞추는 데다가, 한국말로 인사하다니!

"한국인 친구들이 좀 있거든"

속으로 '반갑다! 친구야!' 를 외치며, 그에게 악수를 청한다. 
그의 이름은 로빈.

"너는 뭐하니?"
"나는 학생이야. 의대 전공."

검은 피부의 의사... 내가 좋아하는 미국드라마, 닥터 하우스에 등장하는 포먼이란 의사와 이미지가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낯설지 않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었다.
이...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인가!!!

밖에 나가 산책하기엔 날씨가 급 안 좋아져서, 방에서 쉬다가 알베르게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왔다. 미국 커플을 피해 일부러 처음 보는 순례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합석을 했다. 다들 친구인 것 같다. 길에서 만난 까미노 친구들. 순서대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다.
독일에서 온 순례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스웨덴에서 온 여성 한 명도 있다. 다들 나이가 나보다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한 30대 중반 정도.... 이름을 나름 외운다고 중얼 거려보지만 결국은 대부분 잊어버리고 말았다. 단, 내 양쪽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순례자의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나의 왼쪽에 앉아 있는 순례자는 독일에서 온 토마스. 여행자 수표 중에 '토마스 쿡' 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쉽게 까먹지는 않겠지. 
오른쪽에 앉아 있는 순례자는 스웨덴에서 온 군(Gun). 이름만 들으면 남자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한국인이 듣는다면... 하지만 군은 여자다. 노란머리의 중년 여성... 중년? 30대? 40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대뜸 나이를 물으면 실례가 될 것 같아 속으로 삼킨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지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다.
옆에 앉은 군이 기침을 하자 걱정이 되어, 감기 걸렸냐며 말을 걸었는데, 
 
군이
 "난 불쌍하지 않아." 콜록이면서 대꾸한다.
 
음,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닌데...
아... 갑자기 나의 유쾌한 Old friends 가 그리워지는 건 뭐지... 

 
알베르게에서 묵는 사람들 대부분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거라, 음식이 정말..
정말 느리게 나온다!!!

윽..

오늘은 목적지까지 가뿐하게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피곤했는지 눈이 감길 듯 말 듯... 
오래 앉아 있는 의자는 뜨끈하지...
정말 졸린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음식 기다리는 동안 식탁에 고개를 처박고 있을 순 없으니...

난 어서 먹고 잠을 자러 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옆에 앉아있는 토마스가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왜 한국사람들은 클래식을 좋아하는거지?"

독일에서 클래식을 배우러 온 한국사람들을 만났다나 뭐라나....

"글쎄...
 음.... 그게 말이지.... "

"초등학교때부터 음악시간에 배우는데....
그게... "

조용히 앉아 있는 내게 말을 걸어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끙끙대며 뇌회로 어딘가에 숨어있을 단어를 찾고 있다. 

아... 전 이런 주제로 대화할 만큼 영어를 잘 하지도 않구요.  
난 클래식에 대해서 잘 모르고, 클래식 안 좋아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허나, 그 대신에
"전 뭐라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어물거리며 답한다.


어여,
시간아 흘러 가거라, 
훠이- 훠이 -
 


오늘의 코스~ >ㅅ <!!!

Carrion de los Condes - Calzadilla de la Cueza - Ledigos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26.6km

     

Today's stamp~!! 

              

 

 오늘의 지출!
   숙소 7 + 꼴라까오(코코아) 1.2 + 저녁 8 = 16.2 유로




 

안녕하세요! 일디즈입니다. 드디어!!!! 포스팅을 하네요... 거의 한 달 만에... 전에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다 까먹으셨을 거에요... ㅠㅅ ㅠ 하지만 저는 묵묵히 제 글을 쓰겠습니다. 일주일에 하나씩 포스팅을 목표로 올인하려구요!!!! 그렇지 않으면 한 달에 한 번씩 포스팅 하다가는 다른 여행기는 못 쓰고 까미노만 줄창 쓰게 생겼거든요.. 하하. -ㅅ -;;
이번 글에 첨부한 사진은 다른 글에 비해서 아주 적습니다! 스페인 순례자 '오스칼(Oscar - 오스카, 오스까르?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할지 몰라서 죄송.. )' 와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사진을 못 찍었거든요. ㅎㅎ  제가 이런저런 고민하는 부분을 어떻게 써야하나 망설이다, 대부분의 생각은 과감히 삭제하고 여백으로 채워넣었습니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네요.
오랜만에 포스팅 하는 거라 그런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너무 많아서.. 생략하겠습니다! ^. ^;;  아참, 신종플루 조심하세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