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완전 좋은 것도, 완전 나쁜 것도 없는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완전 좋은 것도, 완전 나쁜 것도 없는

Yildiz 2012. 5. 6. 14:31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포토 에세이를 한 권씩 고르곤 하는데,

약간 두께가 있으면서도 글은 별로 없어 부담 없이 읽을 것 같아 고른 포토 에세이 저자는

알고 보니, 코요테 멤버였던 '빽가' 였다.

 

호곡. 이 사람이 사진도 찍는구나.

 

어떻게 사진을 좋아하게 됐고, 학창 시절 사진부 이야기와 함께

집안 사정으로 사진학과 진학을 포기 하고 백댄서의 길로 가다가 코요테 멤버가 되기까지.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 지인들의 이야기, 자신의 사진 세계에 대한

그리 어렵지도, 그리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은 책장을 넘기는 내게 흥미진진함을 주기도 했다.  

 

 


당신에게 말을 걸다: 백성현 포토 에세이

저자
백성현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08-12-2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수많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움직인 백성현의 사진과 글, 그리고 그...
가격비교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 빽가가 스물일곱 나이에 유럽 여행을 하다 생긴 일을 읽다가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겨야 했다.

 

빽가가 영국에서 두 달 정도 있다가 지루함이 느껴져 파리로 갔는데,

파리도 나름의 뭔가의 지루함 같은게 있었단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로 가기로 하고,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간 날.

 

하필이면 무슨 오류가 생겨서 티켓팅하는 창구는 몇 군데 안 됐고,

빽가가 타야하는 비행기 탑승 시간은 다가오는데,

막상 자기 차례가 되어 티켓팅하려니 탑승 30분 전에만 가능하다며 직원이 퇴짜를 놨다.

 

어떻게든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여직원은 애원하는 빽가에게 경찰을 부르겠다며 협박까지 하면서

완강히 거절하더랬다.

 

그런데 뒤늦게 빽가는 숙소에서 지갑을 놓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포자기 심정이었지만, 지갑을 찾으러 가는 길에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부랴부랴 공항으로.

 

하지만 아직까지 긴 줄이 창구를 향해 이어져 있고, 탑승 시간은 10분 남은 상태.

 

그런데 하필이면 창구에 있는 직원이 아까 그 여자.

 

맨 앞줄의 사람들에게 애원해서 급하니까 먼저 하겠다고 하니 양보를 해주는데,

그 여직원은 절대 안 된다면서 이번에도 경찰을 부르겠다며 또 협박한다.

 

전생에 이 두 사람.

무슨 웬수지간이었나.

 

무튼 빽가는 정말로 자기가 타야할 비행기를 눈 앞에서 놓치게 되고.

친구에게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니 친구가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주어서

목적지를 브뤼셀로 바꾸게 된다.

 

그래서 그곳에 유학 온 한국인들과 다른 나라 학생들과 어울리며 놀기도 하고

한국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빽가가 공항에서 창구의 여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보거나 목격해봤을 이야기다.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상황은 급하지.

한푼, 두푼이 아쉬운 여행자들에게 비행기값이 그냥 껌값은 아니니

어떻게든 탑승해야하는데

사람은 도와주지를 않지.

 

그래서 그 당시 빽가가 느꼈을 심정이

백번, 만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빽가가 원하던 대로 상황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가 선택한 다른 길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즐겁게 남은 여행을 보냈다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생애 최악인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오히려 최악이라고 여겨졌던 상황이

더 좋은 것을 가져오게 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중요하고

딱 반으로 갈라서 완전 좋은 것도 없고 완전 나쁜 것도 없으니.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따라 주욱 여행을 하다보면.

마지막에 가서야. 길 끝에 가서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의,

그 일의 의미를.  

 

그러니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비루하고 어색해보여도

변화하고 싶지만 꿈쩍하지 않는 것 같은

내 모습이 조금은 원망스럽더래도

 

결국은 내가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은 그 '다음'의 이야기로 진행될 수 있는 시작점이고

목적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우선 끝까지 걸어가봐야

이게 진짜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해석 불가능한

지금의 침체모드에 대한 판단은

우선 미뤄두기로 한다.

 

내일은 조금 더 좋아지겠지.

=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