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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사랑의 힘은 크다

Yildiz 2014. 6. 25. 00:20

 

 


내 어깨 위 고양이 Bob

저자
제임스 보웬 지음
출판사
페티앙북스 | 2013-04-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 관련영상 보러가기 1☞ 관련영상 보러가기 2마약중독자 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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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아이패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e-book 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자기기로 책을 읽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 스마트 기기 사용을 미루고 미뤘었는데, 스마트폰보다는 크지만 아이패드보다는 크기가 작은, 아이패드 미니를 구입했었다.

 

인천 지하철을 이용할때마다 '책 읽는 도시 인천 E-Book 전자도서관 이란 홍보물을 보면서 나는 이용하지 못할거라 생각했지만 아이패드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플을 깔아서 지금까지 유용하게 보고 있다.

 

정말 인기있는 베스트셀러가 금방 올라오고 하는건 아니지만 왠만큼 읽을만한 신간이 새자료로 뜨기도 하고, 오디오 도서도 있기 때문에 종이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아이패드 하나만 믿고 집을 나서는 날이 많아졌다. 가끔 즐겨찾기 하듯 읽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대부분 알려져 있는 작품이 모두 이북으로 올라와 있어 애용하고 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이란 책을 알게 된 것도 전자도서관 어플에서 책을 살펴보다 알게 되었다. 글쓴이로 보이는 남자 어깨 위에 고양이가 앉아있는게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대개 욕심껏 책을 선택해 빌리더라도, 첫 장 펴지 않고 그대로 반납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 책은 첫 장 읽고부터는 다음 얘기들이 너무도 궁금하여 빨리 읽어보게 되었다.

 

 

'공감'의 어원은 '다른 사람의 길을 걷는 것'의 의미이다.
다른 사람이 간 길을 걸어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경험한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산소가 몸으로 전해지는 것처럼 공감은 마음으로 전해진다. 목적으로 가득한 길은 혼자 여행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 겐샤이 by 케빈 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단어가 '공감'이란 단어다. 최근 읽은 책 <겐샤이>에서 '공감'의 어원에 대해 나와있었다. 어떤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예상과 추측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내가 만든 작은 세상을 부수고 더 큰 세상으로 포용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마약중독자에 홈리스인 제임스 보웬은 길거리 연주로 근근이 살아간다. 이렇다할 삶의 목표는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마약에 한번 손을 대니 걷잡을 수 없이 그를 '지하'로 몰고 갔다. 어릴 적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탓일까.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이사를 여러번 다니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호주에서 살다, 영국에서 살다 옮겨 살게 된다.

누군가를 믿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 이 세상에 나 '홀로'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길 잃은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고양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모른채 우선 고양이에게 먹이와 돌봄이 필요하다 싶어 그를 데리고 있게 된다.

 

처음부터 고양이를 기를 생각은 아니었다. 글쓴이 스스로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데, 감히 책임질 일을 늘리다니. 다만 측은지심이랄까. 새로운 친구가 된 고양이에게 '밥'이란 이름을 붙여주면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밥은 내 인생을 구원해 주었다. 어두운 복도에 앉아 있던 녀석을 처음 발견한 그날부터 지난 2년간 녀석은 내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 당시 나는 헤로인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하루 벌어 하루 근근이 먹고사는 존재였다. 20대 후반에 이르렀지만 단순한 생존 문제 이외에는 삶의 진정한 목적이나 방향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족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친구 하나 없는 신세였다. 노골적으로 말해 내 인생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밥을 만난후 그 모든 게 바뀌었다.

 

-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by 제임스 보웬

 

 

밥의 건강과 삶을 책임지기 시작한 제임스 보웬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밥의 먹이를 주고, 밥이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할때 같이 1층까지 다녀온다. 밥과 함께 거리를 걷는 제임스 보웬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지 못했던 따듯한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의 관심을 끄는 밥의 묘한 매력 때문이다.

그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했을 사람들이, 그의 어깨위의 밥을 보고는 미소를 짓고, 밥에 대해서 말을 걸어왔다.

 

길거리 연주를 할 때도 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벌이의 차이도 컸다. 밥과 같이 지내기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혼자 있을 때보단 풍족한 기분이 들 정도로, 밥의 효과는 엄청났다. 하지만 '허가'없이 거리연주를 하는 그를 내쫓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그는 이제 다른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로 빅이슈 잡지를 파는 것이었다.

 

밥과 지내는 것은 업종을 바꾼 것뿐 아니라, 그의 인생 전반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제임스 보웬은 밥에게 자신이 과거에 마약을 한 것에 대해 들키고 싶어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뭘 알겠냐만은, 서랍 안에 숨겨두었던 과거의 물품들을 마음 편히 버리기도 하고. 좀 더 낮은 수준의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을 시도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힘든 노력 끝에 한층 더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의 변화는 순전히 '밥' 때문이다. 그가 사랑하는 고양이, 밥.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StreetCatBob

 

 

여행을 하면서 길을 가다, 오다 보게 되는 거리의 연주자들, 빅이슈 판매원들. 다만 나는 그들을 짧은 시간에 지나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인상은 단편적이기만 했다.

 

'무슨 재능이라도 있으면 이렇게 거리에서 벌이를 할 수 있으니. 참 좋은것 같다.'

 

대체적으로 나름 낭만적인 인상을 그들에게 받으면서 지나쳐왔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거리의 품팔이'가 결코 만만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취미도 아니고, 여가생활도 아닌 생업으로서 거리에 선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구나.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람을 단순히 '외적인' 면에서 판단하여 '저 사람은 부랑자야.' , '저런 사람은 피해다녀야해.' 하면서 오해를 사서 거리두기를 하며 판단하진 않았는지. 거리에서의 나의 시선 처리는 어땠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요즘 들어, 살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동의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랑을 주고 받기 보다는 스스로 마음의 감옥에 갇혀 지냈던 한 청년이 고양이를 만나고, 자신을 다시 돌보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미물일지라도 밥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글쓴이 스스로를 구한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든, 동물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의 힘은 참 좋은 것이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것임을.

새삼 다시 느낀다.

 

 

 

제임스 보웬과 밥의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treetCatBob)으로 들어가 보니 고양이 돕기 관련 모금행사도 하고 여러 사진들이 많았다. 유투브 댓글엔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것도 있었다.

 

소외된 고양이에게 손 내밀 수 있었던, 어떻게 보면 자신의 처지와 같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며 갖게 된 책임감. 존재의 무게감이 제임스 보웬의 인생의 무게감도 크게 만들었다. 시간 나면 읽어봐도 좋을 책. 추천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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