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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수 없지만 참아내야 하는

Yildiz 2012. 4. 8. 16:21

 

 

 

오랜만에 소설이 미친듯이 땡겨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제목은 익히 들어와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책이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최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을 만나다!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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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을 읽게 되면서 그의 작품을 처음 맛보았었는데

그때는 좀 어려서 그랬는지 별로 이해도 안 됐던것 같고. 심드렁하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책은 몇 페이지 읽다가 잠시 책장을 덮고는

'굉장한 글솜씨다'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게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문체도 각각의 개성이 있기 마련인데

 

남녀간의 사랑을 독특한 자기 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알랭 드 보통의 문체도 대단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문체는 보다 내가 닮고 싶은 문체인 것 같다.

 

건조해보이지만 그래도 중요한 부분을 콕 찝어내는 은유적인 표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대변되는 두 여인과 백만분의 일의 상이성을 관찰하기 위해 수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한 남자.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의무적인 결혼생활을 하다 이상적인 사랑을 찾았지만 그 사랑이 홀연히 떠났어도 관념적인 사랑을 하는 또다른 남자.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작가의 전지적 서술에 소설 속 인물에게 동정심을 갖기도 하고.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면서

참을수 없는 '내'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 여부는 계속해서 저울질을 당했다.

 

결론은 내 존재는 무거움에 속하는데, 소설 속 주인공과 조금은 닮았다고도 생각했다.

과거의 사랑의 기억들을 새삼 현재로 불러와 심판을 해보지만

중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생의 마지막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존재의 무게를 인정해야지

부인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것과

 

존재의 무게가 가볍든, 무겁든간에. 무게가 얼마나 나가느냐가 홀가분한 '자유'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각자의 운명에 지어진 고뇌는 존재의 무게를 떠나 모두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고 여겨야 하는 것 같다.

 

사랑의 대상과는 다른 무게로 인해 시소 양 끝에 올라탔을 때 한 쪽이 더 기울게 마련인데,

넌 왜 나만큼 '무겁지' 않느냐고. 혹은 '가볍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우리가 탐색해야할 것은 그 사람의 무게가 아니라 표현의 해석인 건지도 모른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사람마다 다양한 언어로 표현되고 그의 몸에 자연스럽게 새겨지기 마련인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의 언어를 배워가겠다는 것이라 말해도 될 것 같다.

 

운명에 수반되는 고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언어로 표현하고 몸으로 표현해내는 것도

그리고 누군가의 삶의 표현을 읽어내는 것도

 

삶의 마지막이 올때까지 우리가 견뎌내고 참아내야하는 존재의 무게인 것이다.

 

존재가 가볍든, 무겁든

모두의 존재는 참을 수 없을만큼 중대하고. 그래서 참아내며 살아가는 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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