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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걷다] 길 위에서 만난 식민지 시대 조선인의 흔적들

Yildiz 2012. 3. 3. 16:55

한국사100년의기억을찾아일본을걷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지은이 이재갑 (살림,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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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인터뷰가 담긴 책을 읽다가 좀 더 알고 싶은 사진가가 몇 명 생겼는데,
이재갑 작가의 작업도 자못 나의 호기심을 일게 했다.

이재갑 작가는 '혼혈인'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었는데, 혼혈인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한국전쟁'이 있었고, 또 그 뒤에는 일제강점기의 비극과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조선인의 흔적들을 찾아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인 강제 노동자를 포함, 일제 잔재를 정리하는 사진 작업을 하기 시작했으니 15년이 넘게 올곧게 작업을 해온 것이다.

이 책은 일본 현지 답사한 장소별로 엮여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해온 작업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이 됐을 것 같다. 글은 답사한 장소의 흐름대로 서술되어 있는데, 약간의 허기짐을 느끼게 했다. 그 많고 많은 억울하고 슬픈 사연들을 책 안에 다 녹여내기 힘드니 아쉬운 건 독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쩌면 나 혼자만의 아쉬움일지도.. =ㅅ=;;)

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 을 떠올렸다. 책에서 읽은 사연들이 하나 같이 또렷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강제징용되어 철길의 철목을 기계가 아닌 사람들이 직접 들어올려 옮겨서 만들었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조선의 철길 뿐 아니라, 일본의 기찻길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왜곡된 근대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활동가의 말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일제 강점기 재일 조선인의 삶은 한마디로 표현됩니다.
현재 일본 내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철도 침목 하나가 조선인 한 명' 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본의 근대화 프로젝트에 희생된 수많은 조선인들을 생각하면, 나중에 일본 여행을 할때 마냥 좋다고 헤헤 거리진 못할 것 같다. 겉보기엔 화려할진 모르겠지만, 그 화려함이 만들어지기 위해 아직도 일본 곳곳엔 근대사의 상처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일본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버려진 탄광의 사진이라든지, 전쟁 당시 조선인과 마을 주민들을 동원해 판 동굴 사진, 억울하게 타지에서 살다간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 댐 공사 도중 실족한 조선인을 구하기는 커녕 일본인 감독이 직접 삽으로 시멘트를 부어서 생매장 시켰다는..... 인골(人骨)댐이라고도 불리는 고보 댐 등등(글쓴다고 직접 키보드를 두들기는데 손이 다 떨린다.ㅠㅠ)

교과서나 책에서 슬쩍 봐온, 문장으로 서술된 사실들을
책에 담긴 사진으로 흔적을 살펴보자니 나도 가슴이 다 먹먹해졌다.

벌써 80년도 지난 이야기들이지만, 그들의 삶이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은 잊지 않아야 할 것이고
잊혀져서도 안 될 것이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접하면서, 강제징용된 조선인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 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역사를 지탱하는 한 부분을 기록하고 있는 작가의 노고가 참 아름답다.

누군가의 진심어린 삶과 그 기록은 또 다른 이들의 세상을 넓혀주고
열심히, 부단히 걸어가라며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에너지다.


마지막으로 이재갑 작가의 글.

... 자유와 평화는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현장을 다니면서 기본적인 문제를 인식함과 동시에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할 일이다.
조금 늦어질 수도 잇겠지만,
그러다 보면 역시 답은 '길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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