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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수다쟁이

나, 이제 철 좀 들고 있나

Yildiz 2012. 2. 16. 02:37



#. 많이 놀았다, 고마해라잉.

백수가 되면 24시간 읽고 싶은 책을 실컷 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나름 정부의 도움을 받아 배워서
나중에 써먹으면 좋겠단 생각에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실제로 백수로 지내다보니, 조그만 자취방에 누구 잔소리 해줄 사람도 없고,
아침에 부산스럽게 울려대는 알람은 손가락 하나로 입막음이 되니. 사는게 걸리적 거릴게 없었다.
뭐 방바닥에 걸리적 거리는게 이것저것 많지만,
내 관심 밖이라 밤이면 뜨뜻하게 데펴졌다가 새벽엔 차갑게 식곤 한다.

막상 백수생활을 되돌아보니, 많이 게을렀던 것 같다.
토익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게 아니라 내가 필요성을 제대로 못 느꼈던 거고.
글쓸 기운이 없는게 아니라 그만큼 간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친듯이 쓰고 싶은 글들에 대한 열정에 소화기를 뿌린건 나니까.
미룬 것들이 쌓이다 보니, 제때 열정을 못 건졌던 거다.

그래서 난 왜 치열하게 살지 않았는가, 이 소중한 젊음을.
한탄하며 자책도 해봤지만,
그래봤자 되돌릴 수 없는 시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그래도 나에게 득이 되는 점이 무엇 있었나 헤아려보니,
스스로를 탓하기 보단 격려를 해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0.

내 몇가지 습관을 관찰한 결과, 내재된 욕망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내 블로그 글목록 화면이나 관리자 페이지를 자꾸 새로고침 해서 보곤 하는데,
이는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욕망의 한 표현인 것 같다.

글써야 하는 사람이 글쓰지는 않고
빨리 완성되기만을 바라다니.

모순적인 발견이기도 하고,
그만큼 생각과 행동의 간극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자기 글을 기다리고 있구나 싶다.
내가 내 글의 팬이구나.

생각의 속도만큼 내 행동도 따라갔으면 좋겠지만,
인터넷 회선 속도처럼 빠르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모뎀 속도나 겨우 나온다. 거기다 잡음도 많다. 지지직!
아직 머릿속에 군더더기가 많은 것 같다. 에잇.  



1.

아무리 지지리 볶고 신경을 건드리는 관계라 하더라도
아예 혼자서 지내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는게
나은 것 같다는 것도 긍정적인 관찰
이다.

혼자 여행 할 것 아니면, 난 무조건 일을 해야하는 성격인가보다.



2.

예전보다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책 '아티스트 웨이'와 '생각관리' 그리고 태백여행 경험 덕분인 것 같다.
자기의 운명을 사랑하는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글을 쓴 '고미숙' 작가님의 글을.
이젠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겠다, 나의 운명을.



3.

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교로 일을 구했을 때,
그땐 제대로 집을 못 구해서 이사도 못하고 이모집에서 잠시 얹혀 살았었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아침밥 챙겨먹고
발에 잘 안 맞는 구두를 신고 출퇴근을 해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다시 학교에 가서 일하는 게 내가 못할 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도 똑같은 문제점들만 생겨난다면 내가 2년을 헛 살아온 것이 증명될테고.

그러니, 좀 두렵긴 하지만 다시 한번.
이번에는 정말 잘해보고자 한다.

일에서 나의 장점을 부각시켜서 활용한다면
나에게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렇게 선택해서 오게 된 운명.
그 운명을 고뇌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전보다 술술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4.

로또에 당첨되면 좋겠단 생각을, 가끔. 자주 했었다.
'돈 부족하면 부모님께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라고 내게 말해준
어떤 여인의 풍부해 보이는 경제력 자신감이
은근, 오랫동안 내 뒤끝을 살살 긁고 있었던 것 같다.

로또에 당첨되면 내가 배우고 싶은 거 실컷 배우고,
스페인에 당장 갈 수 있을거고. 기부도 좀 하지뭐. 이렇게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징징대고, 투덜대고, 마음에 안 듣다고 한 시간들을 짧은 한 문장으로 응축할 수 있는 지금.
그렇게 어렵게 벌어서 여행 가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니.
그래서 감동이 더하면 더했지, 부족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일상에서도 늘 배운다는 생각으로 겸허히 산다면
다음 여행때, 난 좀 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내가 만들어갈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굳이 여행을 빨리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것 같다.
후회없이 살고 있으니까.



5.

난 고집이 쎄다.
똥고집이다.
주변에서 뭐라해도 귀에 잘 안 들어온다.
우선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건 꼭 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젠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내 협소한 시각으로 보는 '나'와
또 지인들이 바라보는 '나'와 늘 같진 않으니.
하루하루 더 크고 싶다면 귀기울여 들을 줄도 알아야겠다.



6.

이번 겨울은 내 생애 가장 바쁘게 보낸 시기다.
내가 흑백사진 작업을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스스로에게도 '미쳤군' 라고 말을 건네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불광불급' 이라고.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옛 사람의 말.
내가 미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겨울이었다.
이건 정말 예기치 못한 수확이다.



7.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정말 신중하게 되기 마련인데,

예전에 쓴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자면
지금 게으른 처지로선, 알량방구=3 격이 되어버린 글들이 꽤 있다.

그래도 그런 건강한 정신으로, 본인이 쓴 글이 맞냐며.
다시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고,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고
다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포기하거나 아예 손에 놓을 생각이 없으니.
2011년 여행기도 조만간 꾸준히 올라올 것이다.

라고 또 방구를 끼어본다.
냄새는 구리지 않으니 안심하시고.



8.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글이 길다.
그래도 스스로에겐 쓸데없는 글은 아니니,
가끔 이 글을 살펴보며, 자세를 고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



9.

올해 하고 싶은 미친짓 중 하나가 출판사를 물색하는 것이다.
까미노 여행기 출간계획서를 써보고,
한번 시도해보는 거다.

어차피 잃을 것은 없으니
얻기만 하면 된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연습은 필요하니까.



10.

내가 알아서 계획해서 다녀왔으니
내 잘난 맛에 여행하고 왔다고 은근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내가 잘나서 여행하고 온 건 아니다.

그 뿌리엔, 가족들의 도움이 있어왔으니까.
마음 편히 여행도 다녀 왔지.

정말 심하게 무심한 딸이자 조카, 손자다.
있을 때 잘 챙겨드리자.



11.

때마침 잘 들었던 구본형 작가의 강연.
자기 강점에 투자하는게 제일 효율적이란 말씀.
그래서 올해는 마구마구 투자할 생각이다.



12.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
다 썼으니 이젠 발 쭈욱 뻗고
편히 잠잘 수 있다.

하루하루가,
살아있는 순간이 신기하다.

오늘 하루 무사히 살아온 것에
거듭 감사하기.

나, 이제 철 좀 들고 있나?



13.

그냥 글만 올리기 아쉬워,
뽀너스 +



(2012_02_ 모처럼 날씨 좋은 날, 겨울 한강변에서_ photo by Sohn. Special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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