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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당신의 죄를 선고합니다. 탕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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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당신의 죄를 선고합니다. 탕탕.

Yildiz 2010. 9. 14. 21:40
지금사랑하지않는자모두유죄노희경에세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노희경 (헤르메스미디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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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뭐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하나 필요했다.
영양가 없이 멍때리는 것은 이제 줄이고,
영양가 있는 책을 읽어야겠단 마음이 앞서서다.

제목을 어디선가 익히 들어, 한 눈에 들어온 책,
바로 이거다 싶었다.
이 책의 저자가 내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가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으면서
난 작가의 이름을 누군가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틈틈히 실감해야했다.
(도대체 내가 읽고자 했던 소설가의 성함은 뭘까.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
'그들이 사는 세상' 이란 드라마를 풍문으로 듣긴 했으나,
그외 다른 드라마들은.. 도통.. 모르겠다. -_ㅜ

온갖 불륜과 복수로 점철된 유치한 안방극장은 보지 않기로 마음 먹은데다
한참 유행인 드라마도 전혀 보질 않으니...

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글을 읽으며 
이 세상 모든 작가들이 시청률에 전전긍긍하며
그저 그런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나중에 시간 내서 그녀의 작품을 뭐라도 찾아봐야겠다.

작가가 군더더기없이 풀어내는 가족이야기, 어린 시절의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그녀의 상처가 수많은 이들의 상처를 보살펴 주는
관심과 사랑으로 되갚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느꼈다.


p.15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랑' 도 사회적인 학습을 통해 익힌다고,
"드라마에 나오는 영원불멸의 사랑 판타지와
병적인 허무한 사랑이 남무하는 쿨해지기."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서 살아가려하다보니,

작가의 사랑이야기는 왠지 낯설게 다가왔다.


내가 하는 사랑과 
그녀가 하는 사랑,
그가 하는 사랑.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나... 사랑을... 너무 가볍게 보거나
너무 진지하게 보거나.
너무 대충하고 있지는 않는지.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핑계를 앞세워
나,
너무 기계적으로 살고 있진 않는지?


생각이 꼬리를 타고 타서
7월의 그 날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둥근 얼굴을 가진 아이 얼굴도.

그날은 방학식이었다.
아이들을 공식적으로 보는 마지막 날임에도,
이별을 말하는 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는 알량한 자존심.
내가 그네들보다 더 어린 존재가 되어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학교가 파한 후 집에 가지 않고,
내 사진을 찍으려는 아이에게
어서 가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했었다.

지금 와서 이렇게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때는 눈물 보이기가 그렇게 싫었다.
잘 지내라고 한 번 안아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가 유죄라면
지금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자도,
유죄.

나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이에게 주지 않은 사랑을 곱씹으며
나는 내게 선고를 내린다.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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