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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 마지막 날, 끄라비 맑음, 방콕 흐림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태국여행] 마지막 날, 끄라비 맑음, 방콕 흐림

일디즈 Yildiz 2017. 3. 3. 22:52

(2016년 7월 1일 금요일)

 

#끄라비 맑음, 방콕 흐림 

끄라비 떠나는 날.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이동하니,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오는 날보다는 화창한 날이 심적으로 덜 부담되니 좋다.

하지만 끄라비에서 이튿날을 제외하고 3일연속 흐리다가 떠나는 날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 맑은 날씨를 뽐내는 하늘이 조금 야속했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한국에 가야 하기 때문에, 더 아숩다. 이렇게 잔인하게 날씨가 좋아도 되는 겁니까아아

끄라비 오전 10시 50분 비행기 - 방콕 돈므앙 공항 12시 05분 도착

​어제 빨래방 근처에 있는 까페에서 반삼라른 숙소에서 공항까지 300밧으로 예약했었다. 처음에 350밧으로 부르길래, 300밧이 아니면 안 간다고 하자, 손님 놓치기 싫었던지, 기사는 300밧 가격을 승낙했다. 썽태우가 아닌, 개인용 택시여야 한다고 확답을 받았고, 혹시 모르니까 영수증도 써달라고 했었다.

약속한 택시기사는 시간에 맞춰서 반 삼라른 주차장에 와 주었다. 공항에 일찍 와서 기다리고 싶어서 부지런 떨어서 왔다.

​하지만 끄라비 공항은 굉장히 작은 편이어서, 뭘 구경할 게 별로 없었다. 일찍 체크인 하러 왔던 터라 북적이지도 않고 굉장히 한산했다. 그새 배가 고파졌던 나와 남친은 블랙 캐년 커피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커피를 하나 샀다.

금요일 오전 한산한 끄라비 공항.

공항이 작기 때문에 따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게이트에서 연결 통로로 이동하면 비행기로 입장이 가능하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이윽고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창가쪽에 앉게 되어서 바깥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끄라비에서 방콕까지 1시간 15분. 공항에서 대기했던 시간보다 비행 시간이 더 짧았다. 나는 돈므앙 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므로, 짐을 보관소에 맡기고 방콕 시내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서 짐 보관해주는 사무실을 찾아왔다. 신공항과 이어지는 구 돈므앙공항- 국제선 수속을 주로 하는 곳 같았다. - 2번으로 표시된 곳 앞에 사무실이 위치한다.


돈므앙공항 짐 보관소.

기본 1일 가방 하나당 75밧. 24시간을 다 못채우더라도 한번 맡기면 무조건 75밧. 6시간 맡긴다고 해서 돈을 더 적게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기본 75밧이라고 생각하면 될듯.

공항을 나서기 전에, 블랙캐년커피점에 들렀다. 샌드위치 하나와 쥬스 하나로 둘이 간단히 배를 채웠다. 막상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공항을 오며 가며 짐을 챙기고 하는 것들이 꽤 에너지가 드는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남친 가족이 묵기로 한 숙소에 가려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었다. 끄라비는 무척 맑음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방콕은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와서 도로 위의 교통 체증은 더 심한 듯 보였다.

우리는 그저 비행기를 타고, 택시도 타며 이동했을 뿐인데, 숙소에 와서는 진이 빠졌다. 하긴, 남친네 가족이 한국에서 무사히 출발해야하는데, 한국에 갑자기 폭우가 내려서 아침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등의 소식을 들으니, 앞으로의 일정이 삐꺽댈까봐 남친이 신경 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레지던스 호텔까지는 초행길인데, 택시 기사 아주머니가 길을 몰라 헤매서 택시비가 많이 나올까봐, 나는 그게 신경쓰였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초짜 택시운전사가 아니었고, 호텔에 전화해서 위치를 물어보는 등,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주셨다. 길을 많이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온 것 같았다.

레지던스 호텔에 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비의 넓은 면적과 호사로움이 꽤 돋보여서 몸을 쭈뼛쭈뼛 거리며 들어왔다. 체크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나는 소파에 털썩 걸터앉아 기다렸다. 호텔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예약된 방에 드디어 들어갈 수 있었다. 거실과 화장실이 넓어서 좋았다. 주방에 웬만큼 쓸만한 식기도구가 있었다. 거실의 쇼파가 널부러져있기 좋아보였지만, 테이블에 돌아다니는 개미를 발견 하곤 편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벌레에게 더 이상 물리기 싫었어서 식탁에 앉아 간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전기포트가 있어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었다. 남자친구는 가족과 연락하며 신경쓸게 많았어서 라면 먹을 겨를이 없었다.

하루 종일 내릴 것 같았던 비는 어느덧 멈췄다. 방콕에 한 두번 온 게 아니라서, 방콕 시내 관광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돈므앙 공항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지 않고, 잠시 방콕 시내로 나온 이유는 딱 하나 때문이다. 바로 '끈적국수'를 먹기 위해서! 카오산 로드 근처에 있는 국수집에서 파파야샐러드와 함께 국수를 먹고 싶었다. 2014년에 먹은 이후로 호주에 간혹 생각나서 노래를 지어 불렀었다.

"끈적국수~ 아아~ 끈적국수."

 카오산 로드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국수집으로 향했다. 예전에 와서 먹을 때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었는데. 피크시간이 아닌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나는 라지 사이즈를 고르고, 남자친구는 보통 사이즈의 국수를 골랐다. 샐러드 또한 빠뜨릴 수 없었다.

​드디어 2년 만에 먹는 끈적국수!! 일부러 큰 사이즈를 시켰는데, 어째 맛이 예전같지 않았다. 나만 그런게 아닌지, 남자친구도 맛이 좀 달라진것 같다고 했다. 국물 맛이 좀 연해진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가 먹는 국수만 그런걸까? 웬만해서 국수를 남기지 않고 잘 먹는 '국수마니아'인 내가, 국수를 다 못 먹겠어서 남자친구에게 .좀 덜어주었다.

우리 테이블 옆에 앉은 한국인 관광객은 이 끈적국수를 처음 먹어보는 건지- 이런 국수가 있다니, 맛있네- 등등의 감탄사를 아끼지 않으며 먹고 있었다.

"이젠 다시 여기에 올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러게... 맛이 예전 같지 않네..."

기대를 한껏 품고 왔는데, 실망을 안고 가다니...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고, 과거와 같은 음식맛을 기대하는 건 부질 없는 거구나... 씁쓸했다.

이제 '끈적국수'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동시에, '방콕'에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2년 만에 오는 카오산 로드라서 구경다닐 법 했지만, 왜 이렇게 이 길이 시시해진건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라서 우리에게 제일 편한 피난처- 스타벅스로 곧장 향했다. ​

커피를 한 잔씩 시켜 놓고, 스타벅스에서 주욱-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렇게 쾌적할 수가. 카오산 로드에 몇 번이고 와 봤지만, 여기 스타벅스에 와서 커피를 사 마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당히 쉬다가 바깥 구경을 할 법 했지만, 엉덩이에 접착제를 붙인 듯 의자에서 좀처럼 움직이기 싫었다.

카오산 로드가 이렇게 매력없는 길이 되어버렸다니...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럴까. 이 길이 할 일 없는 곳으로 여겨질 줄은 몰랐다. 게다가 좋아하던 끈적국수마저 매력이 뚝, 떨어졌으니 웬만해선 굳이 이 길을 찾아오진 않을 것 같다.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스벅에 와서 아이패드만 보고 있자니 자괴감이 들었다. 이러려고 여행했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해외로 여행와서 와이파이에 전전긍긍하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건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내가 지금 똑, 그 한심하게 여기는 여행자 모습이었다.

 

#다시 돈므앙 공항으로

돈므앙 공항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려고 알아보러 다녔으나, 돈므앙 공항에 가는 미니버스는 이른 시간에 끊겼다. 공항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려 했지만 부득이 택시를 타야했다. 저녁에 혼자 택시 타는게 무서워서 남자친구에게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다. 택시를 타기 무섭게,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비가 갑자기 많이 내려서 사고나 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했다.

돈므앙 신공항에서 저녁 먹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식사 메뉴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 없는 듯한 기분이 들고, 맛을 보장할 수 없어서 '후지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카레와 스시 세트를 먹고 남친은 수완나폼 공항으로 가야해서 일찍 보내야 했다. 한국에서 새벽 비행기로 오는 가족을 마중 나가야했기 때문이다. 

티켓팅 오픈 전에는 깔끔한 환경의 신 공항에 있다가 2시간 전에 구 공항으로 와서 짐을 찾고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섰다. 체크인 전에 가방을 검사대에 올려서 통과 시켰는데, 티켓을 끊어주던 직원이 배터리가 가방에 있냐면서, 꼭 빼야한다고 했다. 괜히 있다고 대답했나... 배낭 한 가운데에 꼭꼭 넣어둔 씩씩거리며 찾아냈다. 아니, 이럴거면 가방 검사대가 왜 있지? 생각이 들어 귀찮은 마음에 짜증이 솟구쳤다. 

탑승 규정에 맞게 배터리 확인을 하는 직원이 못 미더웠고, 대기실에 있는 3칸 짜리 의자에는 나 혼자만 앉고 싶었고, 비행기안에서도 옆 좌석에 그 누구도 앉지 않았으면 했다. 얼마나 한국에 들어가기 싫었으면... 평소 같았으면 부리지 않았을 진상 땡깡을 돈므앙 공항에서 부리고 왔다.

2016년 7월 1일, 끄라비는 맑았고, 방콕은 흐렸지만 내 기분은 토네이도가 휩쓸고 가버린 듯한 폐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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