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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 끄라비 3일째, 흐린날의 홍섬투어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태국여행] 끄라비 3일째, 흐린날의 홍섬투어

Yildiz 2017. 2. 27. 11:12

 

(2016년 6월 28일 화요일)

#아침부터 비, 한나절 흐림

아침부터 비가 왔지만 이내 그쳤다. 섬투어하러 가는 날인데, 비가 오다니. 차라리 어제 투어를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썽태우 기사는 픽업 시간에 맞춰서 반 삼라른 주차장에 도착했다. 늦장을 부리던 우리는 부랴부랴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썽태우가 비 사이로 달려왔기에 트럭 안의 의자는 빗물이 고여있었다. 걸레로 대충 닦고 안 쪽으로 앉았다.

썽태우 기사는 끄라비 타운의 2군데를 더 돌았다. 픽업시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건지, 손님들이 늦장을 부린건지, 기사가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서 데려오기 일쑤였다. 한 숙소는 끄라비 타운 골목에 있는 새로 지어진 곳 같았고, 다른 한 곳은 '도미토리 1박에 120밧' 정도 받을 만한 아주 허름한 곳이었다. 말끔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두 명의 중국여자가, 허름한 곳에서는 일본인듯 보이지만 대만인인 남자 한 명이 트럭 위로 올라탔다. 대만사람이 일본 사람처럼 보였던 이유는, 그가 약간 히피 같은 복장에 좀 자유로워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일본어가 들릴 거란 기대를 했지만, 그는 중국여자와 중국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보고는 어제 매표소에서 봤다며 말을 걸어왔다. 그는 오늘 피피섬에 간다고 하였다. 중국여자들이 캐리어를 들고 타는 거에 비해 그는 당일치기 여행인건지 작은 가방을 제외하고는 아주 단출한 차림이었다.

햇살이 뜨거웠던 어제와 달리 비가 오고 난 후 흐린 날씨.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썽태우 위에서 추위를 느껴야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아오낭 비치 가기 전에 있는 항구였다. 당일 투어를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많은 사람들이 끄라비를 관광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대부분 중국 사람들로 보였다.

일행을 잃을까봐 주차장에서 만난 가이드를 바짝 따라갔다. 사무실처럼 쓰는 공원 안의 넓은 정자 건물로 들어가 여행사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니, 홍섬 투어에 해당하는 스티커를 받았다.

보통의 공원 같지만, 강가에는 보트들이 대기하고 있다.

슬로우보트- 롱테일보트.

​어느정도 사람이 모이자 투어를 갈 보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흰색 보트에 올랐는데, 안이 나름 잘 정리되 있어 지저분하지 않았다. 출발할 때는 10명 정도의 사람들 밖에 없어서, 좀 여유롭게 앉아서 가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투어보트는 이내 라일 레 비치(라일레이 비치)에 도착하여 더 많은 승객들을 태웠다. 중국에서 온 대가족이 보트에 타자, 안이 꽉 찼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친지, 손주들까지 같이 와서, 오늘 투어 인원의 절반은 그 중국인 가족 구성원이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왔어서 처음 도착한 섬에서 짧게 시간을 보내는데, 그저 그랬다. 물색도 별로고, 수영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물가를 돌아다니기만 했다.

섬투어 비용 별도로 섬 입장료를 가이드에게 지불해야 한다. 1인당 300밧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섬 입장이 불가능하여 보트에만 있어야할 것이다. -ㅅ-;;

​수영을 좋아하는 어느 외국인 가족들은 섬에서 가까운 다른 섬까지 수영해서 다녀오는 것을 나름의 '해야할 일'로 두고 열심이였고, 섬에 뭔가 특별한 것을 있기 바라던 다른 이들은 섬에 있는 큰 바위 위로 트레킹하러 올라가보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혹시나' 해서 바위 위로 올라가봤지만 별게 없다고 하였다.  

가이드가 말했던 30분의 시간은 어느덧 흘러가서 그 다음의 섬으로 이동했다. 가이드가 섬 이름을 말해주었지만,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만한 사소한 거였는지 나는 그새 섬 이름을 까먹었다. 두 번째로 도착한 섬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고양이'들이었다. 누가 이 섬에 고양이를 데려다두었나. 이 고양이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

타지 사람에게 관심없는 냥이.

​처음 도착했던 섬보다는 물놀이 하기 조금 더 좋아보였다.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들고 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남친과 나는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물놀이 하는 대신에 화장실을 찾아보았다. 오줌이 마려웠다.

​화장실이 없는 섬이라서... 인적이 드는 곳에 가서 용변을 보기로 하고, 섬 가운데에 있는 샛길을 따라 걷는다. 고향과 이름 모를 고양이들이 길 위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숲안으로 들어오니, 가만이 서 있으면 모기가 극성으로 달려들었다. 몇 방 물리면서 용변을 마치고, 보트가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세 번째로 도착한 섬은,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홍섬' 영어로 옮기면 홍 아일랜드- 인데, 태국어로 홍은 '방'이라는 뜻이라 한다. 이 섬 위쪽에는 방처럼 형성된 공간이 있어서 일명 '방섬' 이란 이름이 붙이게 된 것이다. 첫번째, 두번째 섬보다 홍섬이 마음에 들어서, 그나마 물놀이할 마음이 생겼다. 섬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하나씩 받고,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 앞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커플이 앉았다. 식사를 하면서 침묵이 적적했던지, 우리는 자신들이 했던 여행, 하고 있는 여행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해나갔다. 오스트리아 커플은 피피섬에 머물렀었는데, 여기 섬들보다 피피섬이 더 좋다며 투어에 대한 약간의 실망감을 내비췄다. 우리도 발리와 길리 얘기를 꺼내면서, 지금 물놀이 하기엔 발리 쪽이 날씨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발리에서 엄청난 베드버그의 공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여성은 자신은 스페인 여행할때 베드버그에 물렸다며, 유럽에도 베드버그가 많다고 하였다.

점심식사는 한국 사람 입맛에 나쁘지 않았다. 도시락 구성이 괜찮았어서 허기진 속을 적당히 채우는데 만족할만한 한 끼였다. 이 섬에는 다행이 화장실이 따로 있어서, 자연에다가 용변을 보지 않아도 됐다. 잠시 배를 식히고, 스노쿨링하러 물속에 들어가기로 한다.

수심이 적당히 깊어지기 때문에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쿨링을 하면 된다.

​길리에서 스노쿨링 한 이후로 열흘만의 물놀이다. 구명조끼 입고 물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내가 낀 스노쿨링 장비가 괜찮은 거라서 아무 문제 없이 물놀이를 할 수 있었는데, 남자친구의 스노쿨링 물안경에 물이 자꾸 새어들어와서 같이 하지는 못 했다. 내가 조금 하다가, 남자친구에게 내것을 주었다. 물이 새어 들어오는 스노쿨링 장비로는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기가 어려웠다. 남자친구와 둘이 다니지 못해서 더 깊은 곳에 가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물놀이는 이내 시들해졌는데, 시야가 많이 깨끗한 편이 아니여서 물 속이 좀 뿌옇게 보였기 때문이다. 각종 예쁜 산호를 보았던 길리의 바다와 비교가 되었다. 적당히 놀다가 밖으로 나와서 몸을 말리기 시작한다. ​

길리에서 스노쿨링을 할 때는, 정말 수중 카메라를 가져오지 못하게 아쉬웠는데, 6월의 홍섬은 수중 시야가 그렇게 좋지 못했다. 물고기를 간혹 보긴 했지만, 길리 물속처럼 선명하고 다채롭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선탠을 하고, 나는 이래저래 사진을 찍는데, 아까 점심을 같이 먹었던 오스트리아 남자가 한 쪽 발을 절뚝거리며 모래사장으로 와서 조심히 앉았다. 무슨 일인고 가서 봤더니, 수영 도중에 발을 어떤 바위에 닿았는데 뭔가에 쏘인것 같다고 했다. 과연 발바닥에는 샤프심이 박힌 것처럼 뭔가 쏘인 흔적이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가 투어가이드를 찾아 데려왔고, 찬 생수병을 가져와서 그의 발바닥 찜질을 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면서, 그렇게 심한게 아니여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라고 했다.

홍섬 투어 오기 전에 검색한 블로그에서, 어떤 사람은 뭔가를 만져서 쏘였다는데, 이 사람은 바위에 잠시 발을 놓았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그 시간대에 물놀이를 하는 많은 사람 중에 그 남자처럼 다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물놀이 때 괜한 호기심에 뭔가를 함부로 만지거나, 바위에 기대거나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홍섬에서는 점심시간 포함하여 다른 섬에서보다 시간을 더 많이 주었기 때문에 충분한 놀이와 휴식 후에 보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2시간 후에 보트를 타고 이동한 곳은, 홍섬의 물놀이터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바로 홍섬 라군이었다. 섬에 넓은 방처럼 공간이 크게 생겨있어, 보트를 타고 들어가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따로 자유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정말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몸 한번 담그고 나오는게 전부였다. ​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나무..? 물에 잠겨서 자라는 이 나무가 조금 위태로워보이는 한편, 라군 안에 있으니 조금은 안전해보이기도 했다.

​​

​중국 대가족의 여자아이는 물 속에 들어가보고 싶어했는데, 시간상 못하게 하자 속상해서 울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마 중국의 내륙에 살고 있어서 바다에 자주 와보지 못했나 싶었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가족의 절반이 물에 입수했다가 나왔다.

​홍섬 라군에서 물놀이가 금지된것은 아닌것 같고, 투어의 일정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것 같았다. 어떤 보트들은 라군 안 쪽에 보트를 세워놓고, 관광객들을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오전에 봤던 섬들은 그저 그랬는데, 홍섬과 홍섬 라군을 본 것은 오늘의 큰 볼거리였다. 꾸릿꾸릿한 날씨에 투어를 와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홍섬은 볼만 했던 것 같아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홍섬 라군으로 들어오는 입구.

홍섬 라군을 둘러싼 절벽 암석들이 특이했다.


홍섬 라군을 빠져 나와 이제 투어가 끝났다. 엄청 신나게 논 것도 아닌데, 배를 타고 다시 먼 길을 가려니 피곤이 몰려왔다.

​라일 레 비치에 도착하니 하늘이 조금 개어서 아침보다 해변이 그나마 예뻐보였다. 여기서 머무는 오스트리아 커플은 물가가 좀 더 비싸다고 했다. 이곳은 서양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장소처럼 보였다. 끄라비 타운에서 라일 레 비치로 오려면 꼬리배(롱테일보트)를 타고 오는 것만 가능하다. 택시는 항구까지만 타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해변이 예뻐보이긴 했지만, 나에겐 끄라비 타운 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은 충분히 만족할만 했다. ​

호주의 바다에서 익숙하게 봐온 패들.... 라일레비치의 조용한 바다에서 유유자적하게 물놀이를 즐기는 서양인들이 내심 부러웠다. 물놀이도 자주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라서, 호주에서 저런 거라도 타고 놀았으면 나도 여기서 패들을 탈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물과 잘 친하지 않고 수영을 잘 못하는 나에겐 패들 위에서 수평 잡기가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아침에 출발했었던 강가의 항구로 돌아와서 썽태우를 탔다. 아침에 데리러와준 것처럼, 투어가 끝나고 우리를 다시 끄라비 타운에 데려다 주었다. 투어에 픽업비까지 포함되있었으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끄라비 타운- 아오낭 비치 왕복 약 100밧)

끄라비 타운까지 가는 일행은 나와 남친, 둘 밖에 없었다.

​저녁은 야시장에서 쏨땀, 스티끼 라이스, 돼지고기 구이로 150밧에 해결했다. 겉에서 보는 분주함, 요란함에 비해 실제 음식 맛은 그저 그랬던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끄라비 타운 사진을 찍었다.

원숭이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원시인 신호등.

가발에 때가 타고 얼굴 모형이 더렵혀져서 지나가다가 깜짝 놀랬다.

전신주, 신호등, 건물이 낮은 끄라비 타운. 왼편에는 어떤 가게의 외관 - 거미 조형물.

엄청 시끄럽지도 않고, 엄청 고요하지도 않은 이 작은 마을의 생기가 마음에 든다.

​숙소 근처에는 편의점이 없기에, 타운에 있는 큰 마트에서 먹을 것을 잔뜩 샀다. 반 삼라른으로 가는 샛길이 있어서 굳이 큰 길로 멀리 돌아가지 않았어서 편했다.

조용한 곳에 위치한 반 삼라른 숙소.

숙소 맨 왼쪽편에 위치한 끄라비 도청.

가끔 이 샛길에 개가 나타나서 짖을까봐 무섭기도 했는데, 계속 다니다보니 익숙해졌다. 반 삼라른 건물 오른쪽 샛길에 간혹 개 무리들이 앉아 텃새를 부리며 짖을 때가 있다. 하지만 한번 안면을 익혀두면 개들이 무신경하게 반응하니, 너무 걱정은 안해도 된다.

아침에 비가 좀 많이 왔지만 이후의 날씨가 그마나 괜찮았어서 많은 불편없이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의 투어 가이드를 하던 태국인은, 아침에 제발 비가 오지 말라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서, 그는 오늘 좀 행복해보였고, 대체로 만족할만한 투어였다. 끄라비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섬 투어 상품 중에 '홍섬 투어'는 추천할만하다고 누군가의 글에서 본 것 같다. 홍섬투어도 해볼 만하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피피섬도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오스트리아 커플이 홍섬보다 피피섬이 더 좋았다고 했으니, 기대해볼만한 장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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