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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2배속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셀프' 휴가 충전소

일디즈 Yildiz 2016. 4. 15. 02:54

 

 

 

 

 

 

 

 

[책 읽는 도시 인천, 전자도서관] 어플에 접속해서 신간도서 읽을 만한 게 있나 찾다가 발견한 책. [남은 날은 전부 휴가]

 

하늘색 표지가 마음에 들었고, 책소개를 읽어봤을때 시간 때우기에 괜찮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많이 흥미진진하고, 스릴 있는 건 아니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됐다. 대책없어 보이는 특이한 캐릭터- 오카다, 미조구치가 서로 대화하는 걸 읽는게 재미있었다. 첫 장에 나온 '가족 해체' 위기에 놓인 하야사카 가족의 개성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누군가의 잔심부름을 해주고 짖궂은(?)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사기를 치는 오카다와 미조구치. 오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울상짓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여 그만 두기로 선언한다. 미조구치는 오카다에게 친구를 사귀면 그만 두는 것을 허락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 "친구가 되어주세요. 드라이브 합시다." 이런 내용을 보낸다. 누가 그런 랜덤메일에 반응할까 싶었지만 마지막 가족회의 중인 하야사카씨네 가족이 그 제안을 수락하면서 오카다와 '가족 해체'의 날인 하야사카씨와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하야사카씨의 불륜으로 인해 부인은 이혼을 청했고, 그들의 딸 사키는 당분간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기로 했다. 마지막 가족회의의 날은 그들이 각자의 길로 가는 이삿날이었다.

 

 

"되돌릴 생각이세요?"

"가능하다면."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 게 나아요." 나는 스스로 의식하기도 전에 말하고 있었다. "과거만 돌아보고 있어봐야 의미 없어요. 차만 해도, 계속 백미러만 보고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사고가 난다고요. 진행 방향을 똑바로 보고 운전 해야지. 지나온 길은 이따금 확인해보는 정도가 딱 좋아요."

 

 

오카다와 하야사카씨는 호수로 드라이브로 와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끌렸던 문장이 맨 첫 장의 첫 줄.

 

"사실은 바람을 피웠습니다." 라고 더이상 비밀이 아닌 비밀을 하야사카씨가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첫 장의 이야기가 그의 딸인 사키와 오카다의 시점을 오가며 서술되어있다.

 

 

어머니가 불쑥 "아까 오카다 씨가 한 말, 좋았어" 하고 한마디 했다.

"무슨 말?"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제멋대로 앞으로 간다는 말."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 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 가게 되는 거야."

 

 

부스지마를(일종의 두목 역할) 배신하자고 오카다가 부추겼다며 미조구치가 거짓 진술을 하는 바람에 오카다는 '사라졌다.' 오카다는 정말 부스지마에 의해 '제거' 된 것일까, 아니면 특유의 진솔함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숨어살고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은 마지막 챕터에 가서야 해결이 된다.

 

그 사이에는 오카다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아이를 위해 문방구 주인과 속임수를 쓰는 이야기, 오카다가 어렷을 적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나저나 정말 이런다고 일이 잘될까? 그 남자가 폭력을 그만둘까?"

"...(중략) ... 제동은 되어줄지도 모르죠. 왜냐하면 미래는 그때가 닥치지 않는 이상 모르는 거고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요. 가능하면 행복해지고 싶잖아요."

 

 

첫 장의 마지막에 부스지마 일행에게 미행당하다가 차에 하야사카네 가족을 두고 어디론가 가버리고는 나타났는지, 도망갔는지 알 수 없었던 오카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책을 차근이 읽다보니 이해가 되었다. 미조구치에게 사직을 표하면서, '남은 날들은 휴가' 라고 말했던 그는 초등학생 때 '고문'이 어떤 것인지 배우기 위해 빌려던 비디오에서 마음에 드는 대사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고문을 받던 주인공이 그렇게 고백한다. 오카다 군은 그 대사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 뒤에 몇 번인가 그 말을 했다.

 

"싫은 일이 생기면 바캉스를 생각하기로 했어."

"바캉스란 게, 여름방학 같은거?"

"휴가라고도 할걸."

 

 

자신의 말로 인해 오카다가 죽었다고 죄책감을 느낀 미조구치는 부스지마를 겨냥해 나름의 엉뚱한 계획(?)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오카다에게서 배운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일'도 실천한다.  

 

 

"기왕이면 힘든 표정을 짓지 않게 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한 참이야."

"무슨 뜻입니까."

"상대의 약점을 잡거나 실수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기쁘게 해서 빚을 만들어주자, 이거지."

나는 박장대소를 하고 싶은 걸 참았다.

 

 

 

생각하기도 전에 말을 먼저 내뱉고, 몸이 앞서는 미조구치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름의 인생 철학을 말하는 장면은 웃음이 나왔다.  

 

 

엘리베이터 홀까지 가는 길에 미조구치 씨는 “너, 날아도 8분이면 걷는 거나 다르지 않다고 했었지” 하고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나를 봤다.
“뭐, 2분 차이니까요. 큰 차이 없다는 소리잖아요.”
“얼마 전에도 말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야.”
“무슨 말이죠?”
“2분밖에 차이가 안 난다지만 나 같으면 날 거야. 날 수 있으면 역시 기쁠 거 같잖아.”
“그런 이야기가 아니에요.”
(…)
“들어봐, 날아가면 8분, 걸으면 10분, 매일은 한순간. 그렇다 하더라도 날 수 있다면 날아야 해. 그런 경험, 안 하는 게 손해지.”
“하아.”
“8분이고 10분이고 큰 차이 없다고 말하는 건 ‘어차피 인간은 죽으니까 뭐든 상관없어’ 하고 말하는 거랑 같잖아.”
“같지 않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죽지만 사는 방식은 중요한 거야.”

 

 

걸어도, 달려도, 날게 되더라도 어차피 저마다 끝이 있는 인생이지만 이왕이면 서로 웃음 지을 수 있는 일을 만들면서 사는게 어떻겠냐고 작가는 내게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날아가면 8분, 걸으면 10분. 2분밖에 차이가 안나더라도 이왕이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 '휴가'라는 게 어디 멀리 떠나야만 가능한 것이 아닌 남은 인생의 나날을 '휴가'처럼 여기면서 살면 어떨까?

 

'인생을 심각하게 살 의도'가 없는 것처럼, 남은 날들을 '셀프'로 휴가를 선언하기-  누가 대신 살아주는 인생도 아니고, 누가 대신 선택해주는 것도 아니기에, 자신의 '휴가 밧데리'는 셀프로 알아서 그때그때 충전하기.

 

가볍게 읽기 시작해서 가볍게 읽고 끝낸 책인데, 가볍게 글을 쓰려니 쉽게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는다. 책을 한번 읽는다고 해서 사람이 쉽게 변하고, 개조가 되는 건 아니기에. 책의 주인공, 오카다나 미조구치처럼 대책없는 '긍정' 갖기는 생각많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에서 얻은 문장들이 있기에 아예 읽지 않는 것보단 나은 거라 생각한다.

 

지친 하루, 친구도 가족도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셀프' 위로, 휴가, 안도감을 얻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
국내도서
저자 : 이사카 코타로(Isaka Kotaro) / 김소영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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