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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2배속

[글자전쟁] 한자는 정말 우리 글자일까?

일디즈 Yildiz 2016.02.09 08:50

 

   

 

글자전쟁
국내도서
저자 : 김진명
출판 : 새움 201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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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판을 읽다보니 호기심이 일었다. 왜 제목이 글자전쟁일까.

 

 

외국에서 지내고 있는 여건상 이북을 많이 접하는 터라, 이북 체험판을 무료로 다운 받는 행사에 참여하곤 한다. 몇 달 전에, 김진명 작가의 소설 [글자전쟁]을 체험판으로 다운받을 수 있었어서 호기심에 읽어보았었다. 김진명 작가가 '작가'로 지내온 시간이 시간인지라, 초반에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들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소설 뒷 부분을 모두 읽고 싶게 하는 욕심이 들었다. 체험판은 책의 앞부분 어느정도만 공개하는 버전이라서 한 권을 온전히 읽으려면 책을 구입해야했다.

 

'언젠가는 다 읽어야지' 생각을 갖고 있다가 몇 달 후에, 인천시에서 관리하는 전자책 어플에 [글자전쟁]이 신간으로 올라와 있어 냉큼 책을 대출했다.

 

 

 

 

#역사와 현대사를 넘나드는 작가, 김진명. 그.러.나....  

 

 

김. 진. 명. 90년대 초반부터였나, 내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었던 시절부터 익숙히 들어온 작가의 이름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이 두 소설이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읽어보긴 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나 읽어본 김진명 작가의 소설 [글자전쟁]은 기존의 역사서에서 읽거나 어디선가 들어온 것과는 다른 견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인지 작가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란을 일으킬 만한 것 같다.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답(畓)’ 자가 없다.
한자를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이 괴리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장관 시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을 만났을 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놓아서 우리 한국까지 문제가 많다”고 농담을 하자, 임어당이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신네 동이족’. 임어당이 가리키는 동이(東夷)가 우리의 뿌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자(漢字)의 기원인 갑골문자가 은(殷)나라 때의 것이고, 그 은이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라는 이야기이다.
한자는 정말 우리 글자일까? 김진명 작가의 이번 소설 『글자전쟁』은 그 의문에서 시작한다.

 

 

  역사서 [사기]로 유명한 사마천이 자신의 저서를 '불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궁형을 자처했다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한자가 한나라에서 만든 것이 아닌 은나라 때 만든 것으로 '은자'라고 불렀다는 것- 한글이 한자의 발음기호로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말로 '한자'가 빌려온 글자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껏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기 전에 대륙의 문자를 빌려서 써왔다는 것으로 믿고 살아온 나로서는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게 했다.

 

전준우라는 소설가의 의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가는 중에, 전준우의 소설을 읽게된 주인공 태민은 무기중개상으로 떼돈을 벌어 한적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 대신 '한자'가 정말 어디서 만들어진건지를 고전을 탐독해가며 연구하는 지경에 이른다. 한국에서 방산비리 수사로 인해 여검사에게 '혼나게' 추궁을 받고 중국 베이징에 도피해 있는 중에 벌어진 일들이 태민에게 굉장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야기는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흘러가긴 하는데, 태민이 여검사에 대해 생각하는 것- 여검사에 대한 행동이 거슬렀다. 그 이유는 태민이 왜곡된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애쓴다는 것을 알게 된 여검사의 태도가 몇 달전 강경한 태도에서 상냥한 태도로 누그러들자, 태민이 대뜸  여검사의 손에 자신의 손을 슬며시 올린 대목이 나온다. 자뻑이 심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도 전에 여자 몸에 함부로 손대는 건 또 뭔지. 이건 성추행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현실성이 없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태민의 성격이 너무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데다가, 자신의 생각에 상대방 또한 그러하리라는 독심술을 부리듯 내뱉는 혼잣말들은, 이런 궁상맞는 영웅적 캐릭터가 있나. 비판하고 싶게 만들었다.

 

사건이 적극적으로 전개될 듯 하면서도 마무리된 듯 보여지는 것은, 어쩌면 주인공의 머릿 속에서만 머문 상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금방 읽히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는 좋으나, 소설의 작품성과 개연성에 있어서는 작가의 명성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다.

 

캐릭터 설정에 대한 실망이 크지만, '한자'가 정말 우리 글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와 관련한 자료라든지 신빙성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일단은 '한자'는 중국의 것- 이란 고정관념에서 '한자'가 중국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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