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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D+367~368, 퍼스는 좁다 본문

14-15 호주 워킹홀리데이 /Second

[호주 워홀]D+367~368, 퍼스는 좁다

Yildiz 2015. 8. 18. 23:45

 

 

 

 

 

 개 주인은 강물에 공을 던지고, 개는 주어온다.

신나서 공원을 달리거나 졸졸졸 주인 따라 걷는 개들이 행복해보이는 곳.

 

이런 곳이 바로 개들의 천국이겠군! 싶었던 곳.

 

@ Bayswater Riverside Gardens, last sunday, Aug, 2015

 

 

 

 

(2015년 8월 17일 월요일)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시간, 일주일..

 

번버리에서 남친과 단둘이 편히 지내다가 퍼스로 이사해서 쉐어하우스에서 살자니, 처음엔 적응이 잘 안됐다. 화장실과 주방을 같이 써야하고, 함께 지내는 사람과도 적당히 잘 어울려야하는데. 첫 한 주는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이제껏 몸에 밴 습관들이 있는데, 새로운 장소와 사용환경에 적응하는데 며칠이 걸렸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휴지와 수건을 챙기고, 샤워실을 쓰고 그때그때 깨끗이 정리하고, 화장실에 용변을 보고 더럽다 싶으면 그때그때 청소하고. 부엌 싱크대에 내가 쓴 식기도구들을 그때그때 정리하는 등.. 제때 치우고 정리하는 행동의 빈도가 잦아진 것 뿐이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귀찮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방구를 아무데서나 끼는데 눈치가 보이고, 작은 화장실 안에서 내가 내는 소리에 귀기울여야하는 순간도 싫다... 

 

그래도 이사온지 거의 2주일이 다 되어가다 보니, 집에서 지내는게 점점 편해지고 있다. 침대가 오래된 거라 좀.. 불편하지만 ㅠ_ ㅠ;

 

그러고 보면, 인간은 습관적인 행동을 하며 하루를 대부분 보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가 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코를 후비고, 무언가 무료하게 느껴질 때는 내 머리의 돼지털을 만진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자세를 곧게 하기 보다는 편한 구부정한 자세를 택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으로 올려 꼰다.

 

한국에 있었을 땐 틈틈이 요가 수업을 듣고, 필라테스 수업도 들었었는데 혼자서는 운동을 잘 하지 않아서, 내 몸이 예전보다 굳어진 것 같다. 요즘 따라 내 몸이 나무토막 같은 기분이랄까.

 

몸의 습관뿐 아니라 마음의 습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아침에 통화가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에이전시의 컨설턴트 A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워낙 많은 구직자들을 관리하다보니까 사람들 이름이나 뭘 외우고 신경써주는 것은 없다. 안그래도 인터뷰 시간이 고작 2-3분이었는데 그녀가 날 기억할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쉬프트는 언제 받을 수 있을까요?"

"시스템 등록을 해야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냥 들어도 준비성 멘트지, 자세한 정황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레퍼런스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지, 공장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인원이 많은건지 어쩐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기다리기만 하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마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한 두번 거절 당한 것도 아니고. 그곳이 아니면 일자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잘 되면 좋은거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으니 다른 기회가 온 거라 여기는 마음가짐이, 매일매일 필요하다.

이런 마음가짐도 연습하다 보면 습관이 될까 싶다.

 

몸의 근육을 키워야하지만 덩달아 건강한 마음의 근육도 매일 가꿔야 하는 워홀 생활이다. 마음 근육은 매일 가꾸지 않으면 고무줄처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왕이면 좋은 마음,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려진 인생을 기대하는 것도, 이제 연습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 같다. 뭐,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평생, 일생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퍼스도 정말 좁네!!! :: 우연한 만남 & 한인 식당 수라에서 저녁식사

 

일요일에 캐루셀 쇼핑센터에 갔다가 우연히 작년 퍼스에 왔을때 제일 처음 살았던,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지내본 쉐어하우스 주인 J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주말이라 정말 북적이던 마트, 콜스 Coles. 바나나가 1kg 당 1.75불, 싼 가격이다 보니 바나나 전시대에는 바나나 두 세개만 낱개로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많이들 휩쓸어가니, 진열대가 휑해 보이는 곳도 많다. 번버리에서만 보아오던 마트의 풍경보다 더 정신없고 북적거린다.

 

이게 바로 도시구나아아.

 

세일하는 고기가 뭐 있나 고르고, 또 싼게 뭐가 있나 가격표와 상품에 골몰해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어, 저 분 J 누나 아니야?" 라는 말에 냉큼 그곳으로 가보았다.

 

자주 뵌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의 갑작스런 만남에 J부부나 우리나 서로 반가워했다.

 

복잡하고 넓은 이 쇼핑몰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텐데, 얼굴 대면을 했다니. 퍼스가 넓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오늘!!

 

비오는 주간이나 마찬가지인 오늘, (월요일) 쉐어비를 현금으로 주기 위해서 집근처 쇼핑몰에 갔다가 마땅히 살 것도 없고 구경할 것도 없어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원형을 돌아 쇼핑몰 마주편에 있는 A은행을 지나치는데 atm 기계를 사용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아시아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사람 같네.' 생각하며 계속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아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즉시 남자친구에게,

 

"빨리 차 세워봐. 저 사람 아는 사람 같아. 그... 누구 있잖아. 같이 삼겹살 구워먹고.. "

 

그래서 남자친구는 핸들을 바로 꺾어 근처 길가에 차를 세웠다. 은행으로 갔을 때, 내가 지목했던 사람은 우리를 등지고 기계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남친과 나는.. "맞나? 아닌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다가 기다렸는데, 그 사람이 뒤를 돌았을 때!

 

남친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짜, 아는 사람이다. 번버리에서 세, 네번 만난 적이 있던 S. 야외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볼링도 치고 했었는데. 남자친구는 같이 축구를 했어서 나보다 더 친하다. 그래도 번버리에서 별 사회생활 없이 지내던 우리 커플에겐 S는 '친한' 정도에 속했다.

 

 

S가 쉬는 날이기도 했고, 할일 없는 백수인 우리 커플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남자친구와 나는 퍼스에 온 이후 처음으로 한인식당에 가보게 되었다. 지금껏 1년 지내면서 고작 찾아가본 식당은 베트남이나 중국 식당 정도여서, 한인식당에 들어오니, 여기가 한국처럼 느껴졌다.

 

요즘 입소문 타서 장사 잘된다는 곳, 수라.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찹쌀 탕수육이 맛있다해서 한번 와보려고 했었는데, 반가운 인연과 함께 와서 좋았다.

 

나나 남자친구는 사진보다 먹는게 우선이라서, 사진이 없다... 찹쌀탕수육과 해물쟁반짜장, 크림짬뽕 3개를 시켜서 거의 다 먹어치웠다. 짜장소스가 맛있었고, 크림짬봉은 매콤한 파스타 같은 느낌이었다. 크림을 부어서 국물이 두꺼웠다. 녹차면인지 뭔지 초록색 면이 맛있었다. 탕수육 튀김 옷이 너무 딱딱한 것 같았지만 먹을만했다. 기대했던 대로 맛있어서 생각나면 다음에도 또 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늘에 걸린 구름이 빵 모양 같다.

아마도 남친은 이 구름을 보고 빵이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 Bayswater Riverside Gardens, last sunday, Aug, 2015

 

 

 

 

(2015년 8월 18일 화요일)

#모닝콜 ::내일 트라이얼 올 수 있나요?

 

요즘 등에 근육이 뭉쳤는지 찌뿌둥하다. 요가 동작을 해서 조금씩 풀어주려고 하는데, 평소 생활습관이 백수생활 동안 별로였는지 몸에서 '이렇게 살지마!!' 라고 반응하는 것 같다. 어젯밤 남자친구와 쉐어하우스에 같이 지내는 H 동생과 함께 루미큐브 게임을 하다가 늦게 잠들었다. 몸이 좀 피곤했던 건지 8시 무렵에 깼다.

 

8시 반 경에 갑자기 전화기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오피스에서 오는 전화 같았다.

 

'엇. 에이전시에서 벌써 전화가 오나? 컨설턴트 A인가?' 싶어서 반가운 마음에 받았다.

 

그런데 A가 아니었다.

 

"여기 Small goods 인데요. J인가요?"

"네 맞는데요."

 

"내일 트라이얼 올 수 있나요?"

"공장이 어디에 있죠?"

"말라가에 있어요."

 

 

아... Seek 이라는 구직활동 신청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신청한 여러 공장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싶은 마음으로 신청했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다니!

 

그런데 남친도 그날 같이 신청했는데 남친은 연락을 못 받고 나만 받았다.

음.. 어떻게 되는 걸까.

 

 

공장의 주소를 적고, 따뜻한 옷을 입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우선 트라이얼을 해보고 일이 마음에 들면 하라고 하는 거니....

 

내일 가봐야 알 것 같다.

 

 

에이전시의 연락만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그래도 내일은 트라이얼이라도 해보니까.

뭐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요즘이라, 오늘의 모닝콜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은 기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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