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완벽하고, 특별하고, 우아하고,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완벽하고, 특별하고, 우아하고,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Yildiz 2014. 8. 2. 01:19

 

# 2014년 7월 31일, 저녁- 벌써 7월 굿바이, 8월 시이작! 

 

한낮을 뜨겁게 불태우던 태양이 잠잠해질 무렵, 초승달도 어여쁘게 빛나고

집에 남겨지는 어둠도 차츰 빛과 섞인다.

 

사겨절 중 해가 가장 길게 떠서 야외활동을 늦게까지 할 수 있는 여름. 이지만

아침에 늦잠자서 멍- 하니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서야 부엉이눈을 꿈뻑거리며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매일 가는 해가 아쉽고도 아쉽다.

무얼 그리 소중한 걸 숨겨놓았는지 싶어도 사실 별 다른게 없는 게 인생살이 아니겠나 싶다.

 

'별거 있나, 뭐'

 

이렇게 중얼거려봐도, 하루의 소멸은 늘

세상 어디에서 맞이하든 아쉬운가 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그러므로 아무것이 될 수 있겠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누구'의 딸로서, '누구'의 손녀로서, 어디에 소속된 직원도 아니고, 소셜네트워크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인사도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슈퍼맨, 배트맨처럼 기이한 힘을 발휘하여 도와줄 수도 없을 뿐더러, 전쟁을 막지도 못한다.

 

내가 '나'로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한 또다른 시작점이자 자유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꼭 무엇이 되어야한다, 무엇이어야 한다는 기대에서 한 발자국 떨어지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우울해, 요즘.

 
교류하는 사람이 별로 없게 되면 삶이 위축되고 기분도 침체되기 마련이라 백수인 요즘,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다보니 어제와 오늘이 비슷비슷하다 느껴져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물론 나이를 먹은 탓도 있겠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우울과 당황이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드는 손님처럼 찾아온다.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뜨는 것이 어려운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미해결 문제와 감정을 안고 잠이 들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되더라도 어제의 문제와 감정이 담긴 CPU를 부팅해서 비슷비슷한 세상을 보고, 사회를 살아가는 것 말이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기쁨'이 아닌 '괴로움'으로 뇌가 리셋된다. 과거에는 '아, 출근하기 싫다. 아, 너무 피곤하다. 더 자고 싶다.'라는 말로 반복된 하루를 시작했지만, 요즘은 '의기소침, 우울, 의욕없음'의 감정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많다.

저녁 뉴스에서 보이는 화면 가득, 나오는 큰빗이끼벌레를 보면 행여 내 피부에 닿을까 오바하며 혐오스러움을 느끼고,

유화 작품이라하면 믿을 만큼 화려한 녹색물결을 보여주는 4대강 언저리는 차라리 꿈이였으면, 하는 한탄을 자아낸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유가족들은 탈진해서 병원에 실려가는데, 그 분은 휴가를 가셨단다. 아...

덧붙이자면 정말 마구마구 쏟아지겠지만, 괴설만 늘어날까봐 속으로 삼킨다. 꿀꺽.

 

지구반대편에는 인간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안타깝게 희생되는 민간인들의 죽음에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을 느낀다. 이스라엘이 '절대악'이라며 욕할 수만은 없었다.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여 얻은 이익만 해도 꽤 상위에 속하더라. 인간의 더 갖고자 하는 욕망과 과거의 원한이 진탕으로 섞여 명분 아닌 명분을 만들고, 서로를 악으로 만들었다. 일렬로 세워놓으면 다 똑같은 인간인데, 구분짓고, 벽을 세우는 과정이 지나치면 끝모를 원한이 어디로 치달아, 파멸로 이르게 될 것이다. ..... 혹성탈출2에서 코바의 최후가 생각난다. 하지만 현실도 영화처럼 '악'이 금방 자멸할 수 있을까?

 

내가 하지 않아도 될 고민도 얹고 사는 요즘. 행동이 아니라 생각 속의 오지랖이 넓어서 스스로 피곤하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다 쓰게됐지. 에휴.

 

 


#완벽하고, 특별하고, 우아하고,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고, 특별하고, 우아하고,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의 7장 제목이다. 수치심을 주제로 다룬 책으로, 완벽주의가 수치심과 두려움을 생산해낸다고 말한다.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 또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대에 스스로가 못 미친다는 생각은 수치심을 가져올 수 있다.

 

고등학생때 근현대사를 배울 때만 해도, 난 내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낱낱이 파헤칠 줄 알고, 정의를 사수하는 그런 언론인이 됐으면 했는데. 항일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들의 삶에 대해 배우면서 나 또한 그들처럼 의롭게 살 수 있을거라 막연히 생각 했었는데.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에 비해 현실적인 내 모습은 영영 못 따라가는 것 같아서 버겁다. 마음은 아픈 사람들을 향해 있지만, 내가 하는 행동 대부분 보수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완벽하고자' 하는 성향 때문에 사소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혼자 패배감과 실패감을 곱씹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지 않아도 될텐데. 혼자 오바오바를 밥먹듯이 하다니.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라는 자조적인 생각에서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우선 나로서 있어도 괜찮다. 로 스스로를 다독이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누군가의 의로운 행동들을 내가 똑같이 하지 않아도,

그 전에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부터 할 수 있어야겠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대신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자긍심을 높이기.

 

그동안 미뤄둔 영어공부도 하고, 하루에 되도 않는 글도 끄적이고 있는 중이다.

 

내가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으니, 사람답게, 사람을 위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키워가고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