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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밀양을 살다 @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사진전] 밀양을 살다 @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

Yildiz 2014. 7. 12. 01:02

 

 

 

"6월 11일..... 오늘이 7월 11일이니까, 벌써 한 달이나 지난거야?"

 

6.4 지방선거가 끝나고 일주일 후, 텔레비전에서는 "유병언 검거 프로젝트"를 특종으로 방영할 시간,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내고, 농성장을 강제철거 하고 있었다.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멘션과 사진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70, 80대의 할머니들이 쇠사슬을 목에, 허리에 감은 채, 심지어 옷도 벗은 채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그날 저녁 밥 먹다가도 밀양 생각에 한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인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렇게 많은 경찰들을 동원하고, 강제 진압을 하는지 참 몰인정하다.

거기다 더한 것은, 농성장 철거 작전을 마친 후 경남경찰청 소속의 여경들이 저마다 손에 '브이' 자를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소름 끼치는 사진이었다. 그런 작전을 펼치고 나서도, 기념사진도 찍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한 과잉진압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 주워들었던가. '용산참사' - 용산 재개발 문제에 철거민들이 농성하던 중,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그때 이후로 공권력의 폭력은 더 심해졌다고 한다. 국민들이 공권력의 폭력을 용인한 결과다. 그렇다. 어느 순간, 우리는 국가가 '하면 하는 거다'라는 폭력에 일상적으로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순한 양처럼 길들여진 나 또한,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두려움 많은 나 또한. 침묵하는 국민 중 하나이기에. 또 한번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이야기만으로도 벅찬데, 밀양이라니. 간간히 SNS을 통해서 소식이 올라오는 '밀양'의 이야기였는데,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왠걸. 지방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밀양 행정대집행 소식은 참담했다.

 

 

 

7/13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에서 전시중이다. 포스터는 한금선 작가의 사진. 땅에 뿌리박고 하늘을 보며 자라는 나무처럼, 사람도 땅을 밟고 일어서서 살아간다. 지팡이를 잡은 노인의 손. 지팡이를 짚고 일어설 힘이 있을 때가지 투쟁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사진이 주는 메세지가 강렬하다.

 

 

 

진도 팽목항에는 어찌어찌 용기를 내어 다녀왔으나, 밀양은 머뭇거리기만 했지 다녀오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에 6.11 밀양 대집행을 사진으로 기록한 예술가들이 사진전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꼭 다녀와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나, 서울 나들이를 미루고 미루다 보니, 전시 마감 이틀을 앞두고 류가헌 갤러리를 방문했다.

 

보통 사진전시를 생각하며 갔지만, 갤러리 들어서기 전에 벽을 가득 메운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농성하는 할머니들을 그린 그림의 빨간색 바탕이 강렬했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밀양'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와 눈시울이 붉어져서 코도 살짝 훌쩍이게 됐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다 죽이고 공사해라!"가 눈에 들어왔다.

왼쪽 기둥을 보니, 저 작은 천조가리가 실제 농성장에 있었던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판화로 밀양의 이야기를 표현한 작가, 밀양 주민들의 얼굴을 통조림 같은 것에 붙여 작은 탑을 쌓아올린 작가, 밀양의 풍경과 밀양 주민들의 눈물, 웃음, 저항을 표현한 작가 등 각 작품마다 뿜어내는 기운이 저마다 달랐다. 한번 보고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사진의 제목과 사진작가의 이름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리플렛이 있어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왼-오) (제목) 울지 말아요, 밀양/ 희망/ 잡은 손 놓지 않겠습니다 photographer 장영식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바닥에 나동그라져 더렵혀진 책, '밀양을 살다', 쇠사슬로 서로를 묶고 있었던 밀양 주민 그리고 진압과정에서 잘려나온 그 쇠사슬의 일부분.

 

 


송전탑이 세워질,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탑이 세워지게 될 밀양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 밀양을 사는 사람들.

 


 

 

'밀양에 살다'가 아닌

'밀양을 살다'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집에 가기 전에 류가헌에 다시 들러 책을 샀다.

<밀양을 살다>

 

왜 '밀양에 살다'가 아닌 '밀양을 살다'일까.

구체적인 지명으로서 '밀양'이 아닌, 그들 삶의 목적어인 '밀양'으로 표현된게 아닌가 싶다.

삶의 터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또한 국가라는 명령하에 산산조각이 되어 부서지는 곳.

대한민국에 어디, 밀양만 그러하겠는가.

 

밀양을 사는 사람들, 밀양을 살아내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에 진즉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고자,

밀양의 이야기를 내 마음 속에 새겨놓기 위해 책을 샀다.

 

밀양을 사는 이들의 역사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류가헌 갤러리에서 전시가 13일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밀양'을 보고 왔으면 좋겠다. 는 마음에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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