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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아니라 '지금'이라고.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올해'가 아니라 '지금'이라고.

Yildiz 2014. 8. 10. 03:19


 

 

#올해는 정말 재밌게 살고 싶다...?!!! ??!!

 

무엇이 그리 지긋지긋해졌는진 모르겠다. 다만, 카드 한장 들고 쉽게 버스 타고, 쉽게 택시 타고, 편의점을 이용하는 한국 생활이, '정말 편하게 여행하고 있구나' 여겨졌다. 올해는 정말 재밌게 살고 싶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내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데 있어 아무런 변명하지 않는. 앞으로의 내 인생이 딱 절반이 남았다면 꼭 하고 싶은 것들. 스스로 다치지 않을 만큼의 욕심을 부리고, 과한 욕심은 버릴줄 아는 연습을. 이번 1월 한달 여행을 통해 맛보기를 한 느낌이랄까. 상처 받아도 되고, 아파도 되고, 울어도 된다.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되더라도. 스무살 천진무구하던 그 얼굴로 더이상 세상을 살 수 없다는 건 알았으니까. 더, 아파도 될 것 같다.

 

- 2014년 1월 29일 페이스북 담벼락 메모

 

 

1월 말에 쓴 메모를 7월 초에 살펴봤다가, 8월에 또 들춰본다.

 

다시 읽어보면서 지금도 내가 이런 심정인지에 대해 묻는다.

"정말 재밌게 살고 싶다." 라고 썼는데, 지금 난 재밌게 살고 있는가.

 

아직 2014년이란 한 해가 모조리 지난게 아니니까, 기회가 있긴 하다. 내가 쓴 대로 살아갈 기회가.

 

"앞으로 재밌게 살면 되는 거야."

"내가 그곳에 가면 재밌게 살 수 있을 거야." 라고 또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자꾸 삶을 지금이 아닌 언젠가/다음달/올해/ 라는 큰 미래적 관점으로 토스를 하고, 현재의 내가 없어져버렸단 사실을 알아채버렸달까. 지금 당장 즐겁게 지낼 궁리는 하지 않고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은 지금인데, 내가 순간이동하고 싶은 시간들은 미래이면서도

실은, 과거의 전리품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 이걸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물리적 시간이 아닌 심리적 시간이랄까.

 

현재를 제대로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래만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과거는 놓지 못하고 손아귀에 꼭 쥐어 놓고 질질 끌면서 제자리 걸음하는 듯한.... 애매한 시간 차원의 숨쉬기 놀이.

 

라고 쓰다보니... 어째 더한 못난 표현도 나올 것 같아서 상상을 멈춘다.

잠시 심호흡. 훕.

 

 

 

이렇게 난 시시각각 변하는 허상과 빛 사이에 끼여있다. photo from iPad @ 어떤 까페에서

 

 

 

 

#이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가 아니라) 이렇게 적어왔던 것 같다.

 

-스페인어 문법 마스터하기

-재작년에 구독한 ebs 라디오 교재 완전히 끝내기

-20xx에 꼭 00에 가기

-여행기 완성하기

 

...... 등등

 

 

 

 

#꿈에서 위안을 얻다

 

어떻게 보면, 난 스스로를 가혹하게 대할 만한 실마리를 왕창 만들어 놓고, 꾸짖곤 했던 것 같다. '완성'이니, '마스터'니, '완벽' 그자체를 내게 원했던 것 같은데, 너무 나를 과대평가한건지, 과소평가한건지 이젠 헷갈릴만큼. 실망과 자괴감에 익숙해져서인지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다음주면 완전히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일들을 맞이하게 될텐데. 기대감보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는 걸 보면 나이를 헛으로 먹지 않았나 보다... 라고 위안 삼아야 하는 걸까.

 

그렇다고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걱정만 잔뜩이니. 발바닥에 회초리라도 맞아야 정신차릴 상태긴 한 것 같다.

 

긴장과 두려움을 아이스크림 먹듯 퍼먹는 요즘인데, 어제 새벽에 꾼 꿈을 아침에 깨서 곱씹어보니 참 좋은 꿈이지 않았나 싶다.

 

가끔 만나는 지인과 어떤 식당에 가서 마주 앉았다. 한식을 먹는 중이었는데, 음식맛이 깔끔하고 담백했던 것 같다. 꿈에서 '먹는' 것은 '영혼의 양식'에 해당하는 것이라 어디서 주워들은 터라.

 

몸에 좋고, 부담되지 않는 건강식을 먹는 꿈은 좋은 꿈이라고 스스로 해몽을 했다. 게다가 지인이 풍기는 은은한 마음은 이야기만 나누어도 걱정도 덜고, 기분도 좋아졌던 것 같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 그런 나의 내면의 소리인 것 같았다. (역시 꿈보다 해몽이라고.)

 

 

 

#내가 사는 하루의 지점 찾기

 

하루에도 몇 번씩. 과거로 가는 생각을 다시 현재로 소환하고.

미래로 가는 생각의 고속철도에 시동을 끄기도 여러번.

 

습관은 참 고치기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습관도 길들이기 나름이니까.

정신줄을 놓치지만 않으면 될 것이다. 

 

내가 과거/현재/미래 샌드위치에 꽉 끼인 기분이 들때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고' 하면서 지금으로 나를 회귀하고, 긍정의 감정을 되도록 갖도록 하는 것.

나를 얼레고 달래는 방법 중 하나로 시도하고 있다.

 

 

 

 

+PLUS

 

 

 

 

세월호 참사 100일, 이미 넘어 섰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중구난방으로 애쓰던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계시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는 단식 27일째를 접어들고 있다. '제대로 단식했다면 벌써 실려갔어야 했다.' 라는 망언을 내뱉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영화인, 시민들은 유민이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며 동조단식도 감행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아닌, 4월 16일. 시계가 멈춰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는, 유가족들의 시간은 4월 16일를 계속 헤맬지도 모른다.

 

위로 받고, 또 위로 받아야할 유가족들에게 나날이 상처가 얹어지는 것 같다. 단식이 길어지고 있는 김영오씨의 건강이 걱정된다. 매일 같이 광화문에 가진 못하지만, 날씨가 너무 궂거나, 하루 밤이 깊어질 무렵.

 

세월호를 생각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진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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