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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수다쟁이

자극과 반응사이, 공간 넓히기

Yildiz 2014. 6. 16. 14:32

 

 

photo from ipad @ 동네 산책 ,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0.

 

여행 다녀온지 6주나 지났다.

 

이미 한 달 지난 거 가지고 뭘 수를 세고 있냐고 묻는다면,

내게 중요한 거니까. 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이 그렇게 좋아서 기념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이젠 그런 시절은 지났다. 고 답하고 싶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5일전 인도 암리차르에서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금쯤은 스페인 어디께를 열심히 걷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비행기표 환불하고 다시 한국에 왔다.

계획대로 계속 여행을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접고 한국에 들어온 기념인 것 마냥

'한국에 온지 몇 주가 지났는데, 나는 어떻게 지내나?' 는 제목으로

종종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다시 훑어보면, 똑같은 내용들이 반복되기도 한다.

내가 '변하고 싶은' 욕망이 크면 클 수록 그것에 대한 '저항' 도 무지막지하게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되는 것처럼

하루만에 눈 깜짝하고 바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동안 무수한 시도로 인해 배워 알고 있다.

 

그 무수한 시도만큼 배운 것도 스스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도

내가 세운 허울의 벽을 깨뜨릴려고 깨작깨작대고 있는게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글쓰는게 즐거우면서도 두려운게,

글을 쓰다보면 그 글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모른다는게

가끔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꼭 포스팅 해야지!' 하고 노트북을 켰다가 전원을 끄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시도하는게 어디냐.' 고 조금은 북돋아 주고 있다.

아예 글을 쓰지 않고 살았던 때를 되돌아보면, 그땐 정말 지옥이었던 것 같으니까.

 

나같은 사람은 글로 뭐라고 풀지 않는 이상

스스로 감옥을 만들며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1.

 

어떻게 잘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글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잘 살고 있기도 하고,
그저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다.

1년 전과는 완전 다르게 살고 있어서 그런지
그때 나의 모습과 생활방식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고 있다.

 

작년에는 이랬다.

주중 퇴근을 하고도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에 가서 무슨 강의 듣다가

끝나고 집에 오면 거의 자정이 다 되고,

피로도 제대로 못 풀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주말에 아무 일정이 없으면 누구 만날 사람 없나, 뭐 할것 없나 미리 계획 세워두고.

 

이 패턴대로 몇 달을 살다보니, 겨울즈음 되선

"내년에도 이렇게 살다보면 죽겠다, 죽겠어. 지겨워."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던 적이 있다.

 

지금은 거의 매일 같이 실컷 늦잠을 자고, 뒤늦게 책에 빠져서 새벽 3시 넘어서 자는 날들이 많다.

이름하여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현 경제체제가 자본주의다 보니, 돈을 벌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매일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켕기긴 하다만.

 

그래도 백수라는 공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좋다.

 

 

 

2.

 

요즘 신문 대신 트윗을 통해 원하는 뉴스와 이야깃거리를 접하고 있다.

종종 생각하기 좋은 문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Allchat_bot

 

271. 젊은 시절은 낭비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낭비하지 않으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당장은 죽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괴로운 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멋진 낭비의 추억으로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될 겁니다.

[야마다 에이미]

 

야마다 에이미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말하는 '낭비'를 하고 있어서 내가 틀린건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낭비'도 생각하기 나름이겠다.

 

내게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게 '억울한' 낭비라면

내게 필요한 것들로 하루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건 '행복한' 낭비겠지.

 

할 수 있는 껏, 양껏.

배터지도록 책을 읽고 명주실 뽑아내듯 글을 써야지.

그리고 늦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마음껏.

 

 

 

3.

 

이번 주절거림을 쓰게 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멘션.

 

@paulocoelho 

 

Leave some space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Your life will change.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어라. 네 인생이 바뀔 것이다.]

'오, 여행!'

'오, 새로움!'

'오, 그리움!'

 

이라고 칭송할만한 나이는 지났나보다.

무조건 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좋은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유럽행을 취소하고 다시 한국에 온거나 마찬가지.

 

여행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 당연하게 생각한 여행에

남다른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도

문득 알 수 있어서. 조금은 더 나를 알아가고 있다.

 

예를 들면,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보고 싶었어요.' 라는 나의 진술은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다시 사랑받고 싶었어요.' 라는 내면의 욕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문득 든 이 생각에

그동안 나의 여행일기장을 다시 읽어보고

정리를 마무리 지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하게 될 나의 여행이,

앞으로 내가 선택하게 될 것들이,

과거의 것과 다르기 위해서는 그것의 진짜 의미를 알 필요가 있기에.

 

 

더이상 비슷한 글

비슷한 여행, 비슷한 사진을 만들고 싶지 않다.

 


 

4.

[자극과 반응 사이 공간을 두면 좋은 점 실제의 예]

 

한참 글 쓰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다보면

무릎을 탁! 치고 머리를 쥐어싼다.

"그때 그랬어야했어." 중얼거리면서.

 

 

 

+PLUS

 

세월호 사건 이후,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내 모습에 늘 죄책감이 인다.

트윗과 기사들로 죄책감에 매일 자극을 주다가,

이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기에.

 

용기내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 하나라도 해보기로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국가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끄럽게도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만한 드라마를, 매일 한 편씩 보는 기분이다.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식민지 사회를 살고 있는 노예란 자각 또한.

넘의 나라 이야기겠지...

 

 

 


 빛과 그림자 사이 @ 동네산책,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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