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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arching for

#힐끔거림

Yildiz 2014. 3. 9. 00:32




@Varanasi, India, 2013



릭샤를 타고 가면서 혹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사람들의 순간을 보는게 좋다.
정말 짧은 순간의 지나침이지만,
그 찰나가 주는 강렬함이 주변의 더운 온도와 시끄러움과 부산스러움의 어울림은
교향곡이 주는 것과 같은 웅장함과 세련된 멋은 아니더라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도에 와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내가 아무리 주절주절 쓴다고 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정돈된 길과 깨끗한 도시의 길이 주는 편안함에 길들여져있는 우리에게
인도의 길을 걷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다니는 것이 썩 편안하진 않다.
하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 인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여행자로서, 이방인이기 때문에 새롭게 보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인도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게 재밌다. 경적소리를 울리며 자기 갈길 바쁜 스쿠터와 오토릭샤로 늘 북적이는 거리.
도로 차선의 의미가 불필요한 이곳에서 사람들이 추월을 하고 서로 빵빵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신호등이 없는 곳에선 도로 위의 불필요한 정체는 그닥 없다. 어쩌다 생긴 교통정체에서 빠져나온 운전수의 표정들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다.

양복을 멋지게 빼 입은 인도인이 스쿠터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멋지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갈때, 맞은편에서 오던 버스 안에 앉아있던 시선들이 모두 나를 향할 때,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나를 쳐다보며 손 흔들어주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즐겁다.


갓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남자아이가 여자들이 앉는 자리에 앉아 한참 가다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자기가 졸았던 모습을 들킨게 부끄러웠는지 입을 꾹 다물고 웃지 않은 척 하는 아이의 순진함이 예뻤다.


트럭 밑으로 들어가 있는 염소 가족을 보는 것과
오토릭샤에서 흘러나오는 '아이 엠 어 디스코 댄서.' 딱딱 끊어지는 영어 발음이 있는 음악을 크게 들으며 가는 것도 재밌다.

외국인 노부부들이 인도를 여행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보고
막 걷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 인도 여행을 와서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외국인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인도 남자들이 입는 치마의 색깔과 무늬를 관찰하는 것과
그들이 양팔을 70도 정도의 각도를 만들어 앞뒤로 휘휘 저으며 걷는 시원시원한 걸음을 바라보는 것도 재밌다.

인도인들이 나를 힐끗 보고 신기해하듯, 나도 그들을 힐끗 보며 그들이 하고 있는 순간의 행동과 순간의 표정은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치고 무미건조한 표정보다 더 다채로워서 그런지, 거리의 사진을 찍는게 즐거운지도 모른다.

아스팔트길을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연장을 들고 일하는 노인의 강한 팔뚝을 보면서
더운 햇빛에 땀난다고 투덜거리는 나의 불평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인도인들의 삶을 멀리서 보는 관찰자라서,
순간의 지나침으로 인식되는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 밖에 나는 알지 못하지만

세계 어느 곳이든, 누구나 다 어깨 위에 얹게 되는 살아있음의 고독과 고통의 조각들은
내가 이렇게 적어내는 것만큼 쉬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무겁지 않으면서 무겁게만 느끼는 내 삶의 투정을 반성하며.
오늘도 사람들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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