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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arching for

나는 그렇게 인도로 떠났다

Yildiz 2014. 3. 8. 03:10

3월에 인도로 가겠다며 비행기 티켓을 샀을 때, 일부러 '코치' 라는 곳을 알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마침 원하는 날짜에, 최대한 내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때에 조금은 저렴한 표가 인도 코치로 가는 것이었다.

1월에 태국과 라오스를 다녀오고 난 후 얼마되지 않아 긴 여행을 떠나려니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의식 세계의 일상속에선 걱정과 안절불안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면, 무의식의 세계에서의 나는 늘 새로운 곳을 여행했고, 낯선 길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무엇을 찾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을 지나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꿈을 꾸었다.

여행을 가기 전, 방청소에서부터 우편물 수신 거부, 핸드폰과 인터넷 요금 정지, 안 쓰는 물건 버리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주기. 해묵은 물건들을 꾸역꾸역 꺼내어 쉽기 버리기도 하도, 버리지 못해 또 어딘가로 쌓아두기를 반복하다 제풀에 지쳐 다 포기하고 잠드는 2월을 보냈다.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언제부터- 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된 습관이라서, 그래서 그런 것일거다.
생각해보면 첫 배낭여행을 떠났던 2008년의 5월에도. 난 비행기 타러 가는 몇 시간전까지도 허둥댔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스스로 얍삽함을 인정해야할 정도로. 난 늘 아슬아슬하게 기한을 맞춰서 
해야할 일들을 어찌했건 맞춘다. 그 과정이 주는 스트레스와 후회들로 해야할 일들에 대한 집중력과 몰입이 현저히 떨어지면서도, 난 이런 아슬함이 주는 짜릿함과 동시에 압박을 받는 것에 중독이 됐는줄도 모르겠다. 

아침에 타는 비행기라서 전날 저녁까지 짐을 다 쌀 줄 알았건만, 역시나 그렇지 못했다. 비행기 타러 가기 한 시간전에 밀린 설거지를 했다. 아. 젠장. 이것만은 제발, 이렇게 바쁘지 않았음 했는데. 

꼼꼼하게 준비물 리스트에 적힌 물건들을 챙기며 두 줄까지 그었건만, 중요한 아이템을 빼먹었다.
선그라스를 놓고 왔다. 짐 정리하느라 내 눈앞에 몇번이고 거슬리던 그 선그라스를 배낭 속으로 던져넣지 못한 이유는, 안경집이 무겁고 부피을 차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부산떠느라 뭘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공항에 가서 체크인 하고 기다리는데 물 하나만 사서 버티었다. 내가 앉은 좌석의 앞뒤로, 할머니와 엄마, 남매가 탔었는데. 남매들이 어찌나 말괄량이들인지. 피곤했던 나는 잠에 들었다가도 아이들 목소리에 깨곤 했다. 그래서 굉장히 짜증났었다. 그렇게 혼자 신경질 내고 있었는데 내 옆 좌석에 앉은 커플은 한번도 깨지 않고 잠을 푹 잤다고 하니 놀라웠다. 심지어 아이가 뒤에서 좌석을 발로 몇번이나 찼는데도 말이다. 난 눈앞에 보이던 Quiet Zone의 좌석을 사지 않는 것이 대해 무척이나 후회하면서 자꾸 달아나버리는 잠을 데려다 청했었다. 

짜증스러웠던 불만족의 비행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환승하는 티켓을 받으려 기다리는 동안 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남매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내가 가졌던 미움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천상 개구쟁이들이었다. 

공항에서 대기시간 5시간이 지나 별다른 지연 없이 비행기를 타게됐다. 
터미널 안의 선선한 기운을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

이제야 내가 여행을 떠나왔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인도에 가는 구나. 
인도 사람들 틈 사이를 걸으며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동안 오랜만에 느끼는 설레임도 함께였다. 

여행에 대한 설레임뿐 아니라, 내가 도착하게 될 대륙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에 대한 만남도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시간으로 저녁 9시가 다 되어 출발한 비행기는 인도 시각으로 10시 25분에 도착했다. 
기내 안에서 보이는 코치 공항의 간판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Kochi, India, 2014.03 



인도에서 시타르라는 악기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한국에서 바쁘게 지내던 생활 패턴과는 얼마간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로 오기 위해 결정했던 이유는 '그 사람' 과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 

내일 당장의 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게 인생이란 사실을, 매일 같이 잊어버리기 일쑤이지만. 힘들었던 시간들이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과거의 아픔들을 조금씩 떠나 보내면서 새로운 순간을 기록해나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인도로 다시 오기까지 살아낸 일들이 어처구니가 없고, 별에 별꼴인 일들에 연속인것처럼 느껴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 와서 이곳에서 새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 대해 무한한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너무 오바스러운 걸까. 

행복?! 행복이란 말이 거슬리면 이런 말로 바꾸고 싶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 게 참 신기하고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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