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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leepless days n nights

19. 다시 한번, 가슴 깊이 닿는다면

Yildiz 2012. 5. 28. 19:06

 

 

스트랜드 갤러리에서 나온 후

우체국을 찾아와 영국 돈 얼마를 스웨덴 돈으로 환전했다.

이제 며칠만 있음 스톡홀룸 행이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냥 호스텔로 가기가 뭐해서 그랬는지,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다시 찾아온 Embankment station으로 가는 골목길.

 

못 보던 거리의 악사가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하고 있다.

 

처음엔 '펍' 에서 홍보하려고 가수를 밖에다 내놨나 싶었는데

계속 지켜보니 지하에 있는 가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원래 알던 사람들인건지

아니면 급조해서 만든 그룹인건지 몰라도,

 

서로가 달라보여 어색해보이긴 했는데,

각각이 가진 음악을 밖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길거리를 가득 메우는 색소폰 소리.

중년의 연주자가 베사메무쵸를 '연습' 삼아 연주한 색소폰 소리에

난 닭살이 돋아버렸고.

 

 

이윽고 여자가 시작한 노래에

나는 꼼짝없이 서 있기만 했다.

 

그러니까, 뭔가

그동안 낌새를 채지도 못했던

내 마음의 어딘가 바닥을

 

이 여자의 목소리가 내 안으로 들어와

오랫동안 침전되어 있던 것들을

살살 긁어내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부유하기 시작한

해묵은 먼지들이 뭔지,

이게 무슨 감정인지

왜 이런지 몰라 잠시 멍해있어야 했다.

 

누군가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내가 잠시 침울해있어서

이런건가 싶으면서도

능숙한 색소폰 연주, 한 여인의 우렁차고 깊은 목소리

그리고 신나는 기타 연주는

 

나의 어중간한 배고픔과 울렁거림을 싹 가시게 만들었다.

 

 

 

길거리는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분주할 뿐,

잠시 흥미를 갖고 음악을 들은 커플 한 쌍 빼곤

이들의 연주를 가까이서 듣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사진을 잘 찍어서 주고 싶어서

몇 장 찍었는데, 그중에서 셋 모두 잘 나왔다 싶은 사진을

휴대용 프린터기로 하나 뽑아 작은 동전과 함께 작은 바구니에 넣어두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앉아

음악을 좀 더 들으면서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머릿속에 떠올린 것을 생각해보지만

무엇이 답인지는 모르겠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들은 음악이지만

그 음악에 난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벙어리로 내내 있어야 했다.

 

다시 한번,

내 가슴 깊이 닿는다면

 

난 무어라 해야할까.

 

 

좀 힘들더라도

그들과 짧은 이야기라도 하고 왔어야 했는데,

적어도 그들의 음악을 녹음이라도 해야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뒤늦게 후회가 되고,

 

그래서 그런지

그 순간들이 더 그립고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2011, 7월 28일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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