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1. 어쩌면 프롤로그 본문

2011 Sleepless days n nights

1. 어쩌면 프롤로그

Yildiz 2012. 2. 20. 11:53



#.

원래 우리가 처음 책을 읽을 때
천천히 살펴보게 되는 프롤로그는,

작가가 이미 모든 글을 완성한 다음
책을 내기 전 쓰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책을 내는 것이 아니니
우선 첫 장부터 쓰고 싶다.

아직, 내가 써내려갈 글들의 마지막이
어디일지를. 나는 도통 모르겠으니까.



0.

거의 3년 가까이, 엉덩이 들썩거림 없이 살아오다가
오랜만에 다녀온 여행에서 얻어온 생각과 경험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까.

충동적인 마음과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나를 괴롭히던 날들은 지나고
이젠 평온해진 마음이다.

하이라이트만 골라내어 글을 올릴 수도 있겠고,
필름 사진만 골라내어 사진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시간과 장소의 흐름에 따라
간혹 3년전 있었던 일을 먼저 쓴다든지,
사진 없이 상념들만 풀어놓는다든지 하면서

3년전에 쓴 여행 일기와 작년에 다녀온 여행 일기(2011.7.24~9.29)를
함께 읽어내려가며

나의 발걸음을 다시
천천히 되돌아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1.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여행을 하고 왔다.

장기간 여행이 없었던
3년 가까운 공백은
생각보다 컸고, 깊었다.

어쩌면 그 공백만큼
난 변해 온 것 같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았고,
왜 그리 신경엔 날이 섰었는지...

내 자신이 싫을 때,
타인이 싫을 때,
너무도 뼈저리게 혼자라고 느낄 때,
낯선 공간에서 시간이 한없이 더디게 갈 때,

벗어나고 싶어 몸서리를 친 적도
혼자 조용히, 때론 크게 욕설을 배설한 것도
정말 많았던 여행.



2.

그.래.도.

내가 돈 몇 푼 없더라도
멀리서도 나를 반겨줄 이.
그 몇 사람 있다는 게 왜 이렇게 든든하고 행복했던지.

그래서 난 친구를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늘 울어야 했다.

눈물 따윈
숨기기 너무 어려우니까.



3.

테레사 수녀님이 남긴 말처럼,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서슴없이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내가 성장했으면 하고 바랐던 여행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덜 사랑하는 못난 내 자신을 발견하고 왔다.

사랑 받기만을 원하지 않았었나.

한없이 덜어내어도
흥부네 바가지로
아무리 퍼내고 퍼내도
닳아 낡아 허름해지지 않을 그 사랑을.

난 여전히 아끼고 있었고,
아끼면서 여행하고 왔다.



photo @ Sofia, Bulgaria, 2011



&

3달전에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짜맞추고 추가하다보니,

과연 여행기의 흐름과 마지막이
이 글과 자연스러울까. 고민이 된다.

어쩌면 프롤로그,
아님 그저 쿵짝 쿵짝 반주의 시작이라고 봐야하나.

다만, 궁극적으로 내가 글을 쓰면서 지향해야 할 점은
다음번엔 지금과 같은 프롤로그는 쓰지 않는 것.

글을 쓰면서
답을 찾았다면
변해야하니까 말이다.

'2011 Sleepless days n ni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만남은 선물  (2) 2012.02.27
4. 영국 둘째날 아침  (2) 2012.02.26
3. 배낭여행자의 낭만과 자만사이 (영국 첫날)  (2) 2012.02.25
2. 출발  (1) 2012.02.23
0. 관점 바꾸기  (0) 2011.11.1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