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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쉬는 매순간의 행복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당신이 숨쉬는 매순간의 행복

Yildiz 2011. 5. 6. 22:42

#1 미친 감기

출근길 버스 안에서.
적어도 어젯밤엔 평안한 상태에서 잤다고 믿었고,
조금 덜 피곤함을 느꼈으며
눈 밑에 다크 서클도 그리 심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좀 더 편안한 상태로 두자며
눈까지 감았는데도.

버스 창틀에 수북히 쌓인 먼지 때문인지.
아니면 환기가 잘 안되는 텁텁한 공간 때문인지.
아니면 내 검정 자켓에 살짝 얹혀진 비듬 때문인지 몰라도.

목적지에 닿기도 전,
정거장 6개만 지나면 되는데
참을 수 없어 내렸다.

기침 때문이다.
어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계속되는 기침은
심지어 아침에 먹은 것들을
다 게워낼 태세로 바쁘다.

이러다 정말 시장 모퉁이에다가
어느 누군가의 가판대 옆에
실례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한 기침.
이렇게
남의 하루 일진을 망치고 싶진 않다. 진심으로.

마음 같아선 눈에 보이는 이비인후과에 당장 가고 싶은데
무작정 출근시간을 어기는 것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서
우선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저번달, 이번달.
유난히 감기 증세가 좋지 않을 때마다
휴일이거나, 그동안 나를 진찰해오던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라
다른 의사에게 진료 받고 약을 받았는데, 정말 약발이 안 받았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심해졌던 것 같기도 허다.



#2 도대체 뭐가 문제지?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할까.
무엇이 문제인걸까.
목을 많이 써야하는 직업을 갖게 된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공기가 안 좋은 곳으로 이사 와서 살기 때문에?
아니면 그동안 살짝 안 좋았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터진 건지도 모른다.

감기 증세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심리적인, 환경적인,
어쩌면 보다 더 심층적인 무언가의 계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사람은 늘 자신의 고통이 타인의 고통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며
그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을 이분법으로 구분 한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숨쉬는 사람 vs 숨쉬는 데 불편한 사람

나 참, 몇 번의 치료로 금방 나을 수 있는 감기일텐데,
난 지레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곤 한다. 습관이다.
문제다.



#3 난 아직 하고 싶은게 많다구!

어제는 따뜻한 봄날 햇볕을 쬐는 대신에
좁은 단칸방에 누워서
내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난 여기서 뭐하는 거지?
 아직 내 능력을 반도 못 써봤는데!
 지금 내가 터키에 있다면 하루에 30단어도 더 배우고
 사람들과 터키어로 대화하고 있을 텐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썩어가고 있다니.'

 

하고 싶은 것들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정말 이런 상태라면, 터키 가는 비행기조차 놓치고 말 태세다. 쯧!



#4 그저 숨쉬고 있다는 것. 그저 감사해야할 일.

기침을 하고 싶지 않지만
애써 몇 방울의 침을 튀기고 난 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숨을 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되새김질 한다.


다시 편안히 숨을 쉬게 된다면,
기침에 방해 받지 않고 숨을 쉰다면.

누가 내게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한다거나
내 처지에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다거나
얼마 후에 곧 없어질 통장의 잔액을 쳐다보면서

불행하거나
안타깝다거나
짜증난다거나
슬프다는 생각 대신에

내가 들고 내쉬는 숨을
먼저 생각했음 좋겠다.


삶은 어떤 물질적인 조건이나 물리적인 환경을 떠나서
우리가 지금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진행중이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떠나서

그동안의 무수한 호흡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존재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세상이 있음을 감사히 여긴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5 당신이 숨쉬는 매순간의 행복

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만든 카푸치노를 마실 때,
사람들 사진을 찍을 때,
답답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벗어날 때,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볼 때,
조용한 방에서 시끄럽게 돌아가는 냉장고 소리를 들으며 혼자 있을 때,
누군가의 작품을 보며 즐거운 상상을 할 때,

이런 순간들이 일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루의 매순간에 들고 내쉬는 숨 자체가 행복임을 여기며 살아야겠다.

삶을 더욱더 사랑하련다.

앞으로의 호흡들 뿐만 아니라
당신이 숨쉬는 매순간의 행복까지.
더,
훨씬 더
힘껏.
 
사랑해야겠다.

p.s) now, I'm quite ok.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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