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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방랑기

불가리아 길거리 피자, 난 좋다!

Yildiz 2010. 10. 1. 19:16


터키에서 지내다 불가리아에 오니, 가게에서 파는 커피가 훨씬 싸고, 맛있는데다
길거리에 피자를 파는 상인들이 있어 신기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토스트가게, 떡볶이 상인처럼 여겨도 될 것 같다.

터키의 길거리에서 항상 풍기는 케밥 냄새를 좋아하기도 했으나,
피자 한조각. 그것도 커다란 것을 간단히 사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던지.

가격은 1.5~1.6LV(불가리아 화폐단위 레바, 2008년 기준 -ㅅ -;;) 밖에 안한다.
유로로 치면 얼마였는지 가물가물 하지만... 1유로 안팎이었던 것 같다.


어느 성당 앞.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 위치한 간이 까페의 테이블은 만석이였다.
한 자리 구해 에스프레소와 피자 한 조각을 골라 케찹 소스, 갈릭 소스를 왕창 뿌렸다.
그리고 기념으로 사진 찰칵!



아, 피자 먹어본 게 얼마만인지!

맛있는 길거리 피자를 찾기 위해서라도,
몇 개든 헤치우고픈
저렴한 서민식 패스트푸드.


몇 주 뒤에 만난 이탈리아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자,
한 소리 한다.

"오... 정말 맛없게 생겼다."

못 생긴 거라도 본 듯이 얼굴을 찌뿌리는 그.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피자들- 미xx피자, 도xx피자 등 조차 그는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지도.
한번은 그의 가족과 식사를 하던 중, 형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난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꼭 이탈리아 파스타 면을 가져갑니다."
흠, 믿거나 말거나. ㅎㅎ


그후 몇 달 뒤.

방콕의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준이라는 청년을 알게 되었다. 한창 한국어를 배울 때라
그는 한국 사람들과 항상 한국어로 대화한다.
호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원래 불가리아에 살다가 호주로 이민왔다고 한다.

"나 불가리아 여행했어요!" 하면서 이런 저런 사진을 보여주다가
먹음직스런 완소 피자 사진을 보여주니
준이 너무너무 좋아한다.

피자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본다.
고향의 향수를 불러오는,
유년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피자....
어찌 바꿔 생각해보면, 떡볶이 사진을 보며 내가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그리움일 것이다. 


그러고보면,
참 재밌다.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경험에 따라,
한 장의 피자 사진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배고픈 여행자에겐 한 끼 든든한 저렴한 식사로,
원조 피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탈리아 사람에겐 별 것 아닌 음식으로,
혹은 어렸을 적 먹었던 피자, 고향을 연상시키는 향수를 간직하는 소중한 무엇으로.



아.

내가 다시 불가리아에 가게 된다면
하루 3끼, 길거리 피자로 대신할 의향
충분히 있다.

먹고 싶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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