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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방랑기

아직은, 괜찮아.

Yildiz 2010. 9. 5. 20:20

몸과 마음에 스페인을 한 가득 싣고 찾아온 빈,
하필이면 감기까지 달고왔는데
설상가상으로 날씨가 꽤 쌀쌀했다.
7월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날인데, 가을 날씨니.

긴팔, 긴바지 하나 없는 나로써는
이 곳은 완전히 테러국이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괜히 스페인 떠나왔나 싶을 정도로
뾰루퉁했던 날.

빈에 정을 못 주고
프라하로 가기로 티켓을 샀는데

당일날도 역시나 날씨는 끝내주게 추웠다.
모두들 긴팔 입고 다니는데
나 혼자 스페인에서 입던 옷차림.
내겐 긴소매 옷이 한 벌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타보는 유럽 기차행이라 떨리기도 했고
날씨가 추워 대합실에서 오들오들 떨어야했던.

기차를 타고 나서도
뭐가 그렇게 마음이 안 좋던지
싱숭생숭.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따져보니,
프라하에 내려서 추울까봐 미리 걱정하고 있어서였다.

우울해하고 있는 내 표정을
셀카로 찍어 확인해보았다.

'왜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우울해하냐.'

지금 기차안은 춥지 않잖아.
추위는 그 곳에 가서 마음껏 타자.



하늘의 구름을 헤아리며 얼마나 시린 바람이 불까
마음 졸였던 그 날 오전.


-2008년 7월 23일, 프라하가는 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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