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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워홀] D+5~6, 면접 & 안멜둥 집 구하기 본문

2017 독일 워킹홀리데이/워홀일기

[독일워홀] D+5~6, 면접 & 안멜둥 집 구하기

Yildiz 2017. 4. 28. 07:16


(2017년 4월 2일 일요일 4월 3일 월요일)


#면접 겸 프랑크푸르트 시내 나들이
 

토요일 밤, 남친이 금요일에 이력서 넣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일요일에 가게에서 면접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곳에 아직 이력서를 넣지 않은 상태였지만, 혹시나 나도 자리가 있을까 싶어서 메일로 뒤늦게 이력서를 보냈었다. 나도 남친과 함께 일요일에 면접을 보자는 답을 얻었다.

그렇게 해서 일요일에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나가게 된 나와 남친. 드, 디, 어. 

보통 이런 곳에 오면 관광부터 하게 마련인데, 나는 여행 때보다 더 긴장을 해서인지 신경에 날이 서 있었고, 프랑크푸르트 시내가 그렇게 예쁘다거나 특색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럽 여행을 했던 적이 있어서 성당을 봐도, 트램을 봐도, '응, 여기가 유럽이구나.' 하고 마는 정도였다. 뜨겁지고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는 미지근한 감정의 온도.

반면 남자친구는 유럽을 처음 와본 거였다. 나는 무신경하게 배경으로 치부하는 장면들을, 남자친구는 사진으로 담아내느라 바빴다. 나는 사진 찍는 게 귀찮아서 시내에서 고작 '맛없는' 커피를 찍었을 뿐이었다. 

까페 노천석에 앉아서 마신 커피. 카푸치노 with 크림. 

너무 맛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나보다 더 비싼 걸 시켰지만... 커피 맛이 별로였다. 

독일 오기 전에 한국에서 지인들과 마셨던 비엔나 커피가 생각났다.

그 정도 커피 맛이면... 독일에서 창업해도 대박날텐데... 

무튼..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위치한 인기 있는 요가 스튜디오에 가서 상담을 받을까 했는데, 럭셔리한 건물에 한번 놀라고, 스튜디오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서 크게 당황했다. 대문이 쉽게 범접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아직 일을 언제 시작할지 모르고, 돈도 충분치 않아서 섣부른 요가 등록은 무리인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다. 

오늘 면접보기로 한 식당 근처로 와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사람 사는 집이 비슷한 것 같지만,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 보이는 외관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창문에 발린 페인트색깔, 창가에 둔 장식물 등..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솜씨들이 눈에 띄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이지만 더 둘러볼게 없어서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게로 들어와서 직원에게 간단히 소개를 하고 테이블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사장님이 가게에 오셨다. 사장님과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 우리가 일을 하게 되면 각자 어느 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될 것인지를 알려주셨지만,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뚜렷하게 어떤 직종에 특출 나지 않았던 우리는 식당에서 일을 시작할 경우의 수를 두고 있었고, 사장님의 제안이 나쁘지 않게 들렸다. 

사장님의 인상 또한 마음에 들었어서, 우선 여기서 일을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안멜둥'(거주지 등록)이 되는 집을 구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안멜둥이 되어 있어야 보건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식당에서 일을 하려면 보건증이 있어야 한다니... 이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자친구와 나는 약간 벙- 쪄 있었다. 안멜둥이 되는 집을 구해야 하다니. 천천히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던 우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면접 그리고 집 구하기   

나와 남자친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었다. 어제 다녀온 식당에서 남자친구가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할 거였고, 나는 새로 오픈하는 식당에서 홀서빙을 하게 될 계획이었다. 그래서 가게 사장님을 따로 만났어야 했다.

하루 종일 틈틈이 안멜둥이 가능할만한 집을 검색하고, 이메일을 보내봤다. 그러다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집이 마침 있어서 바로 연락을 하고 집을 보러 갔다. 현재 지내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였고, 내가 인터뷰 보러 가야되는 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먼저 안멜둥이 가능한 집을 보러 갔다. 원래는 주로 여자들, 학생, 직장인들을 받는다고 주인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우리가 연락을 하기 전에, 신혼부부한테도 연락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자기들 방 위층에 신혼부부가 들어와서 사는 게 뭔가 껄끄럽다는 듯이 이야기하셨다. 우리를 보시더니, 남자친구 보고 인상이 좋다고 마음에 들어하셨다. 

이렇게 사람을 들여서 돈을 받는게, 하숙과 같은 개념으로 하고, 주방은 아내의 일이라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하셨다. 아내분은 주방이 좁기 떄문에 다른 사람들과 쓰는게 불편하고, 아이들이 간식을 챙겨줘야 해서, 주방 쓸일이 자주 있다고 하셨다. 

나와 남친은 호주에서 2년 가까이 쉐어하우스를 지내면서 주방 쓰는데 제한이 있는 집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하긴 했다. 한국은 외식하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서 저렴한 가격에 외식이 가능하지만, 호주나 독일은 외식하는데 가격이 꽤 있는 편이고, 가게가 집 주위에 많지 않는 편이다. 주방을 쓰지 않는 다면 외식 비용이 높아지는 거라서 조금 망설여졌다. 게다가 보통 쉐어하우스에서는 주방을 쓰는게 당연한 일이고, 주방에 있는 수납장에는 쉐어생들의 각자 공간이 배당되어 식료품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이 집의 주방은 주인 가족들의 식기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어서 우리에게 내어줄 공간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쉐어생들이 따로 쓸만한 전기밥솥도 없었다. 이 집에서 사려면 개인용 전기밥솥을 사야하나.. 잠시 고민이 됐다. 쉐어생들이 쓰는 냉장고는 냉동고 기능이 없는 작은 냉장고로, 2층에 있었다. 

우리가 이 집에 들어오게 될 경우 3층의 지붕이 경사로 되어 있는 방에 머문다. 현재 지내는 사람이 방을 보여주기 싫어한다고 해서 그 앞 방을 보았다. 구조는 비슷할테니, 상관없을 것 같았다. 방에는 침대, 행거, 책상과 의자가 단촐하게 놓여있었다. 

주인아저씨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도 하고,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저씨는 자신이 쉐어생들과 지내면서 불편했던 점을 기억해내시면서 우리에게 이런저런 사항을 부탁하셨다. 화장실에서는 볼일을 보고 잘 정리를 하고, 세면대에도 머리카락 같은게 안 묻어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닦으려는데 세면대에 여자 머리카락 두 가닥이 요렇게- 있던게 보기 싫었었다. 어떤 쉐어생은 밤에 10시 넘어서 샤워를 했었는데, 밤에 그 소리가 듣기가 싫어서 다른 방으로 옮겨서 지낸 적이 있다. 저녁 10시 이후에는 샤워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였다. 

"저희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식당에서 일하게 되면 주로 거기서 밥을 먹을테니 괜찮지만, 쉬는 날에는 아마 집에서 요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주방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주인아저씨는 이제껏 주방을 요리하기 위해 썼던 사람은 없었는데, 주방은 아내의 권한이라서 아내와 잘 상의해서 쓰라고 하셨다. 

그동안의 쉐어생들은 주방을 그리 사용하지 않았었다며,  

"여자들은 밥 안 먹어도 되잖아." 웃으면서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독일에 와서 처음 지내는 집과 이 집이 비교가 됐지만... 안멜둥을 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 먼저라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집을 구하고, 돈을 내려고 하는 사람이면 쉽게 월세를 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독일은... 처음 집 구하는 게 힘든 곳이었다. 우선 집 계약을 하게 되면 세입자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많아서, 아무에게나 집을 냉큼 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호주는 워낙 이민자들을 많이 받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잠시 살다 가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는 게 보편적이고, 렌트하는 경우 돈만 있으면 집을 구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집 구하는 게 정말 어려운 곳 중 하나이다.

현재 지내는 집 주인과 이사를 언제 하면 괜찮을지 날짜를 조율을 해야 해서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안멜둥 되는 집 주인 아저씨에게 상의하고 나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내가 일할 수도 있을 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같이 가줬으니 망정이지.. 혼자 갔다면 식당 입구에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을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지레 겁을 먹어서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제껏 일해본 곳 중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기간이 제일 짧았다. 사장이랑 손발이 안 맞아서 하루만에 짤렸던 곳이 있었고, 호주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식당에서는 2주 정도 일하다가 내가 그만 두겠다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했었다. 호주는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공장에서 일하는 게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어서, 계속 식당에서 경력을 쌓을 의도가 아니라면 공장에서 일하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다. 

제일 마지막으로 일했던 또 다른 식당은... 사장이 거의 양아치 급이었어서 일하기가 싫었다. 사장에게 따질 것 따지고 그만 뒀다. 

"oo야, 오빠 오늘 기분 안 좋으니까 잘해라~" 라고 하지를 않나, 

"oo는 이렇게 저렇게 하는데 너는 .... " 라며 잘하는 알바생과 비교를 해서 주눅 들게 하고,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트라이얼 시급은 12불이야." 라고 설거지 하고 있는 내 뒤통수에다가 말 바꾸고.

나를 더 못 참게 했던 것은, 그 양아치 같은 사장이 내 손등을 찰싹 쳤던 것이다. 

내가 손님에게 잔돈을 거슬러 주려고 할 때, '하지 말라' 는 의도로 손등을 친 것인데. 앞에 있는 손님은 호주 사람이라 한국말로 내게 원하는 바를 전달했어도 크게 예의 없거나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 손등을 치면서 나보고 뒤로 물러나라는 식의 비언어적인 행동했고, 그에 대해 그는 문제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식당일에 대한 내 기억의 마지막은 좋지 않은 상태라, 새롭게 시작할 일에 대해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된다. 내가 이 일에 적응을 못해서 예전처럼 파토 내고 박차고 나올까봐서다. 호주는 워홀 비자를 가지고 있어도 직업군의 종류가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지만... 독일은 아무래도 독일어를 어느 정도 해야만이 다양한 선택권을 가진다. 아기처럼 어버버 하는 수준의 독일어 실력으로 내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은 우선은 한인잡밖에 없기에 간절하면서도 절박한 심정이다.  

온갖 고민과 걱정에 휩싸여 있는 나와 달리, 남자친구는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태다. 그는 직장에서 객관적이고 안정감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남자친구가 생각하기에 내가 일하게 될 곳의 환경이 나빠보이지 않다는 평가를 했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 스위치가 고장난 듯 한데, 남자친구라도 멀쩡해서 다행인 것 같다. 

난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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