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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쟁자는 바로 나 자신. 본문

소소한 일상/수다쟁이

나의 경쟁자는 바로 나 자신.

Yildiz 2010. 8. 6. 01:43

저번 주, 토요일에 ㅇㅇ 문화 센터에서 하는 '낙서하기' 강의를 듣고 있을 때였다.
 '손의 관성', '시각적 관념(틀)', '이성적 사고' 라는 3가지 요소의 정도에 따라 
낙서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사가 일러주었다.

여러번의 낙서 끝에 나의 '손의 관성', '시각적 관념', '이성적 사고' 의 정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꽤나 애먹었던 부분은 '이성적 사고' 였다.
미로를 그려보는 것이었는데,
나는 어떻게 그려야할지를 몰라
머리를 끙끙 싸매며 그렸다.
너무 어렵게 생각했고, 과연 잘 그리고 있는지,
무수한 생각을 하다보니 공간을 그리 채우지도 못했다.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하고,
내 미로가 이상하다는 생각...

미로를 그리면서 중간중간 생각을 하게 되어
속도가 더디었고, 그리 썩 좋은 모양새로 그리지도 못했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무엇을 하는데 있어 '생각 많음' 은 단지 미로 그리는 것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결정, 결단은 감정적으로 하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데 있어서 이성적 사고가 강하게 나타나
여러가지 생각들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
그동안 나는 스스로의 생각들로 방해받고 있었구나!

이와 관련하여
일본 만화 '피아노의 숲'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간단히 줄거리를 말하자면...

주인공 '이치노세 카이'
숲에 버려진 피아노의 주인. 자기만의 방식대로 숲의 피아노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소유자.


어느 날 동경에서 전학 온 아마미야 슈헤이를 만나게 되고 그가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이는 그와 친구가 된다.


카이는 슈헤이에게 숲의 피아노를 소개하지만, 슈헤이는 그 피아노를 칠 수가 없다. 오로지 카이만 칠 수 있었던 것.
카이의 연주를 들은 슈헤이는 심한 동요를 느낀다.


슈헤이의 아버지는 일본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가족의 내력 때문에 그에게 있어 피아노 레슨은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감수해야만 하는 고된 일이다. 하지만 카이는 슈헤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카이에게 있어 피아노 치기는 즐거움, 재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카이와 슈헤이가 다니는 학교에 음악 선생인 아지노. 그는 왕년에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였으나, 불운의 사고로 인해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못하게 된다. 우연히 카이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 음악 선생 아지노는 카이의 연주 속에 예전 자신의 음색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고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워 콩쿨에 나갈 것을 권유한다. 공부하듯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싫었던 카이였지만 슈헤이와 아지노 선생의 도움으로 슈헤이와 함께 콩쿨에 나가게 되는데…



카이가 아지노의 피아노 연주가 녹음된 것을 그대로 흉내내어 치자, 아지노는 '자신만의 피아노' 를 치라며 테이프를 망가뜨린다.



'자신만의 피아노' 를 치지 못할 때는
모차르트 귀신들이 나타나 악보를 돌려달라고 할거라며 겁을 주는 아지노 선생.

그 말을 들은 이후로부터
카이는 모차르트 귀신들을 보곤 한다.


그리고 드디어 콩쿨 당일날!
연주자 대기실에서 카이는 다카코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도쿄지구에서 콩쿨을 나갔어야할 '슈헤이'가 전학을 오게 되어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을 알게 되자
다카코는 몹시 불안해하며 투정을 부린다.
"슈헤이가 당연히 1등하는 거 아니야?"
그런 그녀를 보며 카이는 나무란다.
"슈헤이가 1등을 한다면, 그건 그의 힘으로 우승하는 거지!"

우연히 화장실을 지나다가 계단 앞에서 울고 있는 다카코를 발견한 카이.
슈헤이는 신경쓰지 말고 '자신만의 피아노'를 치라며 카이는 조언을 해주며 그녀를 달래준다.


자신이 가장 편안해하는 장소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피아노'를 치는데 성공한 다카코!
그 후 카이의 연주 차례가 다가왔다.

밝은 조명 아래 놓여있는 그랜드 피아노로 걸어가다 멈칫하는 카이. 
모차르트 귀신들이 기다리고 있다.


카이는 그들을 애써 무시하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그의 손가락이 연주하는 것은 '카이의 피아노' 가 아닌 '아지노의 피아노'를 선보이고 있었다.
중간쯤 쳤을까.
악보를 돌려달라는 귀신들의 요구에 두 손 든 카이.
자신이 못 마땅한 카이는 연주를 갑자기 멈춘다.

목에 메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제끼고,
신발을 풀던 차에 개미 한 마리를 발견한다.



개미를 보며 숲을 상상하는 카이.
그는 '자신의 피아노'를 선보이며 멋진 연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리고 하나 둘 떠나는 모차르트 귀신들.


카이는 아쉽게도 본선 진출에 탈락하지만, 슈헤이는 그의 연주를 듣고 자신이 졌다며 눈물을 흘린다.
슈헤이는 아지노 선생에게 자신이 카이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묻는다.



피아노를 좀 더 사랑하고
자신만의 피아노를 친다면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지노는 말한다.

극장판은 슈헤이가 다시 전학가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만화책으로 뒷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카이가 만들어낸 모차르트 귀신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피아노를 선보였다.
스스로 행복할 뿐만 아니라,
다른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피아노 연주.

나는 나만의 삶을 '연주'하고 있나?
내가 택한 길을 가는데 외부의 장애물만 생각했지,
나 자신이 장애물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성적 사고' 가 강하게 나타나는 나는
그동안 얼마나 숫한 한계와 선입견을 만들어내고 있었던가.

누군가로부터 들은 것,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스스로를 평가하고,
'난 이걸 못해' 라며 단정 짓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내가 놓치고 있는 기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은 영혼.
하지만
나를 속박하고 있는 울타리는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적은,
나의 경쟁자는
바로 나 자신.

더 높이 날아오기 위해서
나는 내게 손을 내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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