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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청춘!

[호주 워홀]D+444~450, Compromise your happiness 본문

14-15 호주 워킹홀리데이 /Second

[호주 워홀]D+444~450, Compromise your happiness

Yildiz 2016. 4. 4. 01:17

 

 

 

 

 

 

그럴때가 있잖아.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인지

확신하기 힘든 시간 

 

걸으라고 있는 길이긴 한건지

의심이 드는 시간

 

일어나긴 해야할텐데

차마 발걸음을 떼기가

 

마치 킹콩을 엄지발가락으로

들어올려야 하는 것처럼

 

무거운 시간.

 

 

저 멀고 먼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포환 던지듯 휘잉 휘이잉 펑!

 

 높이 올려버려서

폭죽 터진듯 사라진 듯

 

눈 가리고

아웅, 난 몰라

몰라몰라몰라

 

떼를 쓰고 싶은,

그런 시간.

 

 

 

PHOTO @ Mandurah, West Australia in Jan, 2015

 

 

 

p.s. 호주 워킹홀리데이 2015년 11월 4일~ 11월 8일의 일기- 굳이 이름 붙이자면 '흑역사' 라고 해도 될만큼 자랑할만한 날들은 아니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록을 다듬어서 정리하는 게 내게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 굳-이 씀.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생각하면서 : )

 

 

 

 

(2015년 11월 4일 수요일)

#Compromise your happiness 당신의 행복을 타협하세요.  

 

요가를 시작한 지 2달이 지났다.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게 2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생소한 요가 동작 용어나, 강사들의 제각각인 억양을 잘 못 알아들었었다. 내가 하고 있는게 맞는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했다. 이제는 제법 듣기만 해도 어느 정도 잘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당황해온지 2달이 넘어서인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이지도 않고, 사실 다들 자기 동작을 하느라 바빠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관심이 없다. 

 

수요일 오후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숀 아저씨의 수업이 있다. 아저씨의 첫 인상은 그리 요가하는 사람처럼 안 느껴졌었다. 그는 키가 작다. 아담과 샘이 키가 크고 몸이 좋은 것과 정반대라서 의외였다. 아저씨가 요가 수업 중에 말하는 것을 잘 듣다보면, '사제나 신부'라고 해도 어울릴만큼 그만의 포스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가 엄숙하거나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라는 건 아니다. 그는 늘 웃는 얼굴에, 장난기 어린 소년의 표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오늘 수업에서 숀은 대뜸 '행복'을 화두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Compromise your Happiness."

 

응? 뭐라구요? Compromise? 협상? 타협? 행복을 타협하라?

 

Be Happy, I am Happy, I am not Happy. Choose the Happiness... 이런 말들은 써왔어도 "Compromise 와 Happiness" 조합은 처음이었다.

 

 

"행복은 새로운 자동차, 집,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에 있지 않아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타협해보세요."

 

 

지금 하고 있는 요가를 멈추고, 들은 그대로 받아적고 싶은 좋은 말이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을 소유물에 두지 말고, 자신이 선택하라는 뜻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누구는 외제차를 갖고 있고, 누구는 넓은 평수의 집을 갖고 있는데 나는 그게 없으니까 '불행'하다고 판단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행복'에 대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언제 행복한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면

우린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세뇌시키며 살아갈 것이다.

 

 

오늘 요가를 하면서 떠올린 생각들이 있다. 퍼스 온지 3주 정도 됐을 때, 꽃농장에 컨택이 되어 무작정 짐을 싸서 시골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블로그에 써서 포스팅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도 기억이 났다. 4년전 터키 여행을 할 때의 에피소드다. 세니하라는 터키 친구와 쇼핑센터에 가서 스시를 먹기로 했던 날이었다. 그녀가 일을 하는 날이라, 퇴근하고 같이 식당에 가기로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녀의 직장동료들이 일이 끝나고는 그녀를 보내주지 않았다. 같이 밥먹자고 자꾸 조르는 바람에 그녀가 일하는 직장에서 1시간 정도 더 머물러야 했다. 나는 입맛이 없다며 그들이 먹는 음식에 손도 안 대고 앉아만 있었다. 고집도 그런 고집이 없었다. 

그때의 내ㅡ고집과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그때의 난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고만 싶어했고, 사랑을 한정짓는 좁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4년이 지나서야 부끄러워지다니...

 

 

1시간의 요가수업인데, 몸을 움직이면서 혹은 몸을 가만히 두는 와중에도 내 두뇌 또한 마찬가지로 쉼없이 운동하는 것 같다.

요가를 하기 전에는 "오늘은 얼마나 힘들까"를 떠올리고 요가가 끝나면 "역시 듣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힘들까' 재지 않고 무언가를 '그냥'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 걸까.

숀아저씨 수업은 정말 오래오래 듣고 싶은 요가 수업이다. 호주를 떠나게 되면 더이상 숀의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니 벌써부터 아쉬워진다.  

 

 

(2015년 11월 5일 목요일)

#에이전시 방문의 날 feat.일은 해야겠는데 일이 하기 싫다.

  

매일 밤 늦게 잠이 들지만 아침에 늦잠을 잘 수는 없는 날들이다. 혹시나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올까 싶어 전화기를 베개 가까운 곳에 두고 잔다. 오늘은 아침 일찍 밥을 먹고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글쓰기' 창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느낌상 지금 이 시간이 글쓰기 가장 좋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미뤄온 것들을 다시 또 미루고 있는 중이다. 

난 내가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데 못하도록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 같다.

 

 

점심 때까지도 별 다른 소득없이 집에 있다가 더 늦기 전에 에이전시에 가보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에이전시라 매일 같이 찾아가진 않는다. 일주일에 1번정도 찾아가는 중이다. 사실 그곳에 간다고 해서 자세하거나 확신에 찬 대답을 듣지 못한다.

 

우리의 직업 소개사 A양은 늘 "아직 시즌이 아니에요. 아직까지 공장이 조용해요." 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매번 되풀이할 뿐.

그런 기계적인 답변을 매번 듣는 것은 '언젠가 일자리를 구하겠지.' 라는 믿음에 굉장한 불신을 가져오기 때문에 무릎이 꺽이는 씁쓸함을 맛봐야했다.

 

'오늘도 별다른 건 없겠지.' 싶은 마음으로 에이전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기 때문에, 나는 소극적인 자세로만 대응하고 왔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아닌데, '어버버버버' 하는 어리버리함은 언제 졸업하려나.

 

하고 싶은 말을 '다다다다다다닥' 하고 싶지만 복잡한 심경에 입술이 바싹 달라붙어 잘 떼어지지 않는다.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답답함이 뒤섞여 허탈한 발걸음으로 에이전시의 짧은 방문을 마치고 나왔다.

 

'그래도 A에게 얼굴이라도 비췄으니 됐다.' 라고 나를 위로하고 우리를 위로하지만, 혹여나 '일을 해야겠는데 왜 이리 귀찮냐.' 라는 내 표정을 그녀에게 들키진 않았을까 싶어 조금은 걱정이 된다. 그녀를 믿어도 되는걸까. 이렇게 무작정 우리에게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해도 되는걸까.

 

되돌리고 싶어도, 다른 일을 찾고 싶어도. 지금까지 에이전시 연락을 기다려온게... 너무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를 못하고 있다. 

 

 

 

 

(2015년 11월 6일 금요일)

#일자리를 찾아보자, 으쌰으쌰.

 

어제 잡 에이전시 방문한 이후로 불안감을 낮출 수가 없어서 Seek 어플에 접속해 일자리를 검색해보았다. 빵 공장에서 나이트시프트를 구한다는 광고가 올라온지 얼마 안된 것을 보곤 온라인으로 지원을 하고 날이 밝은대로 직접 공장에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 Canning vale 의 공장지대에 처음 와보았다. 여기서 지원할 만한 곳을 잘 몰라서 목표로 둔 빵 공장에만 레쥬메를 냈다. 이렇게 밖으로 나온 김에 어디를 돌아볼까 하다가 이름 익숙히 들어본 '돌소냐'에 가보기로 했다.

 

돌소냐 공장이 큰 교차로의 경사진 곳에 있어서 입구가 어딘지 잘 몰랐었다. 살짝 헤매다가 공장 입구를 잘 찾아 들어갔다. 리셉션이 어딨는지 몰라서 그곳에서 일하는 여자분께 물어보니 친절히 알려주셨다. 리셉션 직원에게 레쥬메를 내긴 냈는데. 운이 좋아야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이력서를 내고 나와 차에 올라탔는데 어떤 여자가 이력서를 들고 리셉션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하루에 이 공장에 이력서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많을 것 같다. 운이 좋아서 여기서 일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서 전해지는 느낌부터가 뭔가 좋았다해야하나.

 

반면 돌소냐 근처에 있는 계란공장, Golden egg farm에 지원하려고 찾아갔는데 사무실 문에 "No vacancies" 라는 종이가 떡, 하니 붙어있어서 레쥬메를 전해주지도 못했다. 상황이 말 그대로 문전박대. 음... 뭐 잘됐다 싶다. 여기는 귀신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공장이라서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난 아직 배가 덜 고픈것이었다.) 

 

"M"으로 시작하는... Small goods 공장이 돌소냐 근처에 있어서 찾아가보았는데, 리셉션 직원이 대놓고 "No vacancies"라고 말했다. "곧 크리스마스가 오잖아요."라고 내가 말했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중국인인가 대만사람이 한다는 잡 에이전시 Eastlink가 이 근처에 있다고 검색이 되서 찾아가봤지만 간판이 없어진 상태였다. 어디로 이전한 것일까.

 

오랜만에 밖에서 활동한 탓에 허기를 채우러 오코너에 있는 맥도날드로 왔다. 와이파이도 쓸 겸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햄버거 셋트를 시켜먹었다.

 

어디를 또 찾아가서 이력서를 내야하나. 답답함과 막막함이 섞였는지 햄버거가 별로 맛있지 않은 날이었다.

 

 

 

 

 

 

 

 

(2015년 11월 7일 토요일)

#흐린 날에는 수제비를

 

 

날씨가 흐리니 수제비가 급 생각났다. 호주에서 한번 사먹은 이후로 꽤 만족하는 "감자수제비 가루"를 꺼냈다. 그냥 밀가루로 만드는 수제비 반죽보다 50배는 더 맛있는 것 같다.

 

이 '감자수제비' 가루만 있으면, 성인 2인 기준으로 수제비 2번 정도 먹거나 수제비를 한 번 끓여먹고, 남은 반죽으로는 라면에 수제비 사리로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뭐든 적당히 먹는 남친과 나는 대개 라면 하나를 끓여서 나눠먹는데 이때 수제비를 얇게 펴서 넣으면 배도 적당히 불러오고, 수제비의 쫄깃쫄깃한 식감에 씹는 맛이 더해져 좋다. 

 

2008년에 첫 해외여행을 장기간 하면서 흐린 날이나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한번씩 하던 요리가 바로 수제비였다. 밀가루를 사다가 적당히 물을 넣어 반죽하고, 수제비에 꼭 빼먹어선 안되는 감자를 먹기 좋게 썰어 끓는 물에 푹 삶았다. 수제비 반죽을 얇게 펴서 넣어 잘 익기를 기다리면 되는데 이때 마법의 수프인 '라면 수프'가 있다면 다시마 없이도 그럴싸한 국물이 나온다.

 

 

 

 

 

감자수제비가루 왕추천추천!

엄지 척!!

 

유통기한 지난 것은 과감히 버릴 것!

 

남은 반죽은 냉장보관하고

최대한 빨리 소비할 것.

 

 

 

 

 퍼스에서 한인마트 다녀오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므로, 아낌없이 팍팍 쓰는 '멸치국물 내기 티백'. 이것만 있으면 굳이 라면 수프로 국물맛을 내지 않아서 좋다.

 

수제비를 먹는 건 좋지만 수제비를 먹기전 갈등을 일게 하는 것은 바로바로. 수제비 반죽하기!! 손가락에 밀가루가 쫙쫙 들러붙는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적당한 물을 넣어서 반죽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쉐프가 아니므로 계량스푼이나 계량컵을 이용해서 요리법에 맞게 반죽하는 것이 제일 좋다. 오늘 수제비 반죽은 남자친구가 해서, 나는 편했다. 그냥 밀가루를 쓰는 것보다 감자수제비 가루가 덜 달라붙고 좋긴 좋다.

 

이번에 산 '감자수제비' 가루는 유통기한이 지난 거라 싼 값에 샀었다. 별다른 문제가 있겠나 싶었지만, 맛있게 수제비를 먹고 난 후 남친과 나는 화장실에 들락날락해야했다. 워워. 밀가루라고 쉽게 보지 말고 유통기한 넘은 식품은 웬만해서 사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 가격이 싸다고 너무 좋아라하면서 샀었다. 헝. 

 

 

 

 

(2015년 11월 8일 일요일)

#이사하고 싶다, 열렬히, 진심으로!!

 

토요일, 일요일.

일하는 삶이였다면 간절히 기다려지는 주말일텐데.

 

일을 구하는 시기엔 '잡 에이전시' 문 닫는 날로 분류가 되었다. 공장도 문을 닫아서 레쥬메를 낼 수 있는 날이 아니다. 어디서 전화올 것도 없으니, 늦잠자고 늦게 일어나고. 탱자탱자 딩가딩가 노는 날. 9월 초에 일 그만 두고, 무작정 에이전시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2달째.

 

온종일 집에서 게임하거나 뒹굴거리다가 마트에 가거나 아님 요가를 하러 외출한다. 언제 일이 구해질지 모르니, 어디 놀러가는 건 내키지도 않는다. 

 

아직은 통장에 잔고가 '조금' 남아 있으니 느긋한건지, 아니면 밑도 끝도 없는 안일함 때문에 느긋한건지 나도 잘 모르겠는 날들이다.

자포자기의 상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실상 기다리기만 하고 별 노력을 하지 않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하게 여겨진다. 난 왜, 여기에 있는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질문을 하면서도 답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일을 그만 둔 이후로 늘어만 가는 건 게임 레벨, 짜증과 대책없음이지만 더불어 '요가' 운동도 늘고 있다. 하루에 요가를 1시간이라도 꼭 하려고 한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초라한' 나의 '초라한' 하루가 더 못 견디게 부끄러울 것 같아서다.

 

아.. 이제 곧 크리스마스 시즌도 다가오는데, 과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에서부터 쉐어하우스 고민까지. 내 마음 상태가 넉넉하고 여유롭지 않으니, 같은 집에 사는 사람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이 깨끗하고 좋아보여서 들어왔는데... 이곳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났었다. 우리의 짐이 만만치 않아서 여기로 이사올때 2번이나 트럭으로 옮겼었는데. 다시 또 이사가자는 내 말에 남친은 짜증을 냈다...

 

그렇다. 아직 일이 구해진 상태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이 많은 짐들을 가지고 움직이기란 좋지 않다. 쉐어하우스를 옮길 때 '노티스'라는 걸 주는데 대개 2주의 기간동안은 그곳에서 살다가 이사해야한다. 쉐어마스터가 대신 들어올 사람을 구해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가 싫다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가 또 일터가 먼곳으로 구해진다면 노티스를 또 주고 이사를 해야하니.. 여간 일이 복잡해진다.

 

여기서 도대체 몇 개월을 더 살아야하는거지?

 

달력을 보며 나는 암울했다. 침대에 벌레가 있었어서 밤마다 허벅지를 득득 긁는 남친이 나는 안타까운데, 그는 정말 괜찮은걸까. 나는 전혀 안 괜찮은데. 쉐어하우스 마스터보고, '내 남친 허벅지가 이렇게 힘들어한다.' 라며 보여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가 좋다고 여기서 계속 살아야하는 거지?

 

월요일을 기다리는 이 일요일 밤에. 생각의 전환이 찾아왔다.

 

 

여기서 계속 살 필요는 없어. 일을 구하면 그 근처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벗어날 합리적인 명분이 생긴다. 얏호!

 

워홀 끝날때까지 여기서 살아야하나 정말 절망적이었는데.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야되는 상황이라면, 남친은 기꺼이 움직일것이다.

 

물론, 이사갈 집을 잘 구해야한다. 적어도 괜찮은, 아니 내게 맞는 쉐어하우스를 찾는 기준이 조금이나마 생겼으니 어서 일만 구해지면 된다. 집에서(거실에서) 늦게까지 술 안 마시는 쉐어하우스, 집에서(거실에서) 늦게까지 이야기하지 않는 쉐어하우스, 친구 마구마구 데려오지 않는 쉐어하우스, 공동 생활구역 청소 규칙이 있는 쉐어하우스, 집에 몇 명 사는지 부동산에 속이지 않는 쉐어하우스!!!

 

제발!! 일부터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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